‘바이든 국정연설’ 외빈 선정의 정치학…與 낙태·野 이민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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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현직 재대결 확정 후 국정연설서 여야 대선 득표전략 드러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7일 밤 의회에서 행하는 국정 연설에 초청된 외빈 리스트는 낙태와 불법 이민 문제 등이 11월 대선의 쟁점 의제임을 보여줬다.

니키 헤일리 공화당 경선 후보의 중도 하차로 인해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레이스가 시작된 상황에서 국정연설 초청자 선정에서부터 여야의 대선 득표 전략이 충돌했다.

AP통신과 더 힐 등 미국 매체들에 따르면 백악관과 민주당 의원 등 여권은 ‘낙태’ 및 ‘난임시술’ 키워드와 연결된 인물을 적지 않게 불렀다.

우선 임신 기간 중 거의 모든 단계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텍사스의 주 법 때문에 비상 상황에서 낙태를 거부당한 케이트 콕스가 게스트에 포함됐다.

두 아이의 어머니인 콕스는 작년 8월 임신한 셋째가 염색체 이상에 따른 치명적 유전 질환이 있다는 진단을 받고 낙태를 결심한 뒤, 예외적인 낙태 시술을 허용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텍사스주 대법원에 의해 거부당했다.

또 난임 치료의 일종인 체외 인공수정(IVF)을 통해 첫째 아이를 얻고 둘째도 얻으려 시도 중이던 앨라배마 주민 라토랴 비슬리도 게스트 명단에 올랐다.

비슬리의 IVF 시술은 최근 앨라배마 대법원이 아직 태어나지 않은 냉동 배아도 인간이며, 냉동 배아를 폐기할 경우 부당한 사망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취소됐다.

또 성폭행 당해 임신한 10대 초반 아이에게 임신 중절 수술을 해준 일 때문에 공격을 받았던 산부인과 의사 케이틀린 버나드 박사도 민주당 하원의원의 초청을 받았다.

1981년에 미국 최초로 시험관 수정을 통해 태어나 주목받았던 엘리자베스 카도 민주당 상원의원 초청을 받아 국정연설을 참관하게 됐다.

22세 때 유방암 진단을 받고 치료에 들어가기 전 난자 동결을 결정한 로쉬니 캠타와, 노스다코타주에서 임신중절 시술을 해오다 강력한 낙태 금지법 입법 이후 미네소타주로 클리닉을 옮긴 태미 크로메네이커도 역시 민주당 의원들의 초청을 받았다.

여권이 이들을 초청한 것은 임신 중절 수술과 IVF를 포함한 여성의 임신·출산 관련 선택권 보장(Pro-Choice)이 ‘생명 우선'(Pro-Life)을 내건 공화당과 대척점에 있는 민주당의 기본 정책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 보수 우위로 급격히 재편된 연방 대법원이 임신 6개월까지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했던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재작년 폐기한 사실 등을 상기시키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비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여성표 득표 전략과 연결되는 대목이다.

반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을 필두로 한 공화당 측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실정 중 하나로 꼽는 불법이민자 대규모 유입 문제와 연결되는 인사들을 몇몇 초청해 맞불을 놓았다.

존슨 의장의 초청을 받은 인사 중 태미 노블스는 미국에 불법입국한 갱단 조직원에 의해 딸을 잃는 비극을 겪은 인물이고, 벤 쿠리안과 티엔쭌쉬는 지난 1월 뉴욕시 타임스퀘어 인근 이민자 쉼터 앞에서 이민자들의 공격을 받은 경찰관이다.

아울러 국경순찰 요원 브랜던 버드롱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군에 포함된 엘리즈 스테파닉 하원의원(공화)의 초청 게스트로 의사당을 찾게 됐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선거 전략인 친노조 및 중도층 공략 의지도 초청자 선정에 반영됐다.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공식 선언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숀 페인 위원장과 UAW 조합원 돈 심스이 국정연설을 현장에서 지켜보게 됐다.

이들을 초청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친노조, 친중산층 기조를 보여주는 동시에, 중북부 지역 경합주인 미시간과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주 등의 표심에 큰 영향을 주는 노조에 구애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확정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초청됐다.

공화당 하원의원들이 우크라이나 신규 지원에 저항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위협에 맞선 나토의 새 구성원을 국정연설 현장에 초청한 것이다.

이는 나토 동맹의 리더인 미국이 러시아와의 전쟁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러시아 공세의 1차 저지선 역할을 하는 우크라이나를 도와야 한다는 메시지에 힘을 실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또 초등학교 총격 사건에서 자매를 잃은 뒤 텍사스에서 총기 폭력 예방 운동을 해온 재즈민 카자레스도 초청됐는데,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공화당의 저항에 맞서 강력 주장하고 있는 총기규제 강화 기조를 대변하는 인물이다.

이와 함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의약품 가격 억제로 혜택을 본 백혈병 및 당뇨 환자 스티븐 해드필드(노스캐롤라이나주)도 초청됐는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간판 정책인 IRA를 부각하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이외에도 백악관은 미시간주의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두나미스 차지’의 최고경영자(CEO) 나탈리 킹을 초청했는데, 이는 친환경 정책의 지속·강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