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십 시험비행 ‘절반의 성공’…갈 길 먼 머스크의 화성개척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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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이 14일 세 번째 시험비행에서 상당 부분 성공을 거두면서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화성 개척 꿈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타십이 당초 목표했던 지점에 낙하하는 것은 실패한 채 실종돼 이번 시험비행이 ‘절반의 성공’에 그치면서 스타십의 완전한 개발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스타십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임무에도 활용될 예정이어서 스타십 개발 과정의 험난한 여정이 NASA의 계획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더 높이 멀리 날았다”…스페이스X, 창사 22년 만에 큰 성과

스페이스X는 이날 스타십의 세 번째 지구궤도 시험비행에서 처음으로 성공에 근접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4월과 11월 두 차례 시험비행에서는 우주선이 발사 후 각각 4분, 10분 만에 폭발했으나, 이번에는 48분가량 비행을 이어갔다.

무엇보다 주요 목표인 2만6천㎞ 이상의 속도로 고도 200㎞ 이상의 지구 궤도에 도달해 지구 반 바퀴를 도는 데에 성공했다.

하지만 우주선이 인도양 상공에서 하강하는 과정에 지상과 교신이 끊겼으며, 스페이스X 측은 결국 “스타십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스타십은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동안 불타거나 바다에 추락하면서 분해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먼저 스타십과 분리돼 떨어진 슈퍼헤비 로켓도 엔진 문제로 인해 계획대로 예정된 장소에 입수하지 못했다.

그래도 전체 시험비행 여정인 약 65분(1시간5분) 가운데 70%가 넘는 부분을 성공하면서 이전보다는 훨씬 큰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은 마침 스페이스X의 창사 22주년 기념일이었다.

스페이스X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그윈 숏웰 사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 옛 트위터)에 “스페이스X의 생일을 축하한다”며 “이런 믿을 수 없는 날을 만든 전체 팀에 엄청난 축하를 보낸다”고 썼다.

회사 설립자이자 CEO인 머스크 역시 “스타십이 인류를 화성에 데려다 줄 것”이라며 시험비행 결과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CNN 방송 등 외신들도 스타십이 지난 두 차례의 시험비행 때보다 훨씬 더 높이 멀리 도달함으로써 큰 이정표를 달성했다고 평가했다.

이 정도의 성과를 이루기까지 스페이스X는 지난 22년간 무수한 시행착오를 겪었다.

머스크는 “화성을 개척해 인류를 여러 행성에서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로 스페이스X를 설립한 뒤 실험과 실패를 거듭하며 ‘팰컨1’, ‘팰컨9’, 슈퍼헤비 등 로켓을 개발해 왔다.

특히 랩터 엔진 33개로 구성된 슈퍼헤비는 추진력이 약 1천700만 파운드로, NASA의 아폴로시대 로켓인 새턴 V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위해 개발된 우주발사시스템(SLS)의 두 배에 달한다.

이번 지구궤도 시험비행에 절반은 성공하면서 우주에 도달한 역대 최강·최대 로켓으로 기록될 수 있게 됐다.

스페이스X는 “실전에서 배운다”는 모토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일단 부딪힌 뒤 문제점을 계속 고쳐나가는 방식으로 빠르게 기술을 진전시켜온 터여서 스타십의 최종적인 시험비행 성공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 거대한 우주선 실험에 우려도 여전

문제는 스타십이 지구궤도 시험비행에 완벽하게 성공한다고 해도 그 이후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스타십의 궁극적인 목표는 화성 도달이지만, 그보다 먼저 달에 도달하는 데 성공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스타십은 반세기 만에 인류를 달에 보내려는 NASA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3단계에 쓰일 달 착륙선으로 선정돼 있다.

NASA는 인류 최초의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달에 착륙시키는 아르테미스 3단계를 이르면 2년여 뒤인 2026년 9월 시도할 계획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우주비행사들은 NASA의 우주선 오리온을 타고 달 궤도까지 간 뒤 스타십으로 옮겨 타고 달 표면에 착륙하게 된다. 이후 우주비행사들이 달에서 일주일간 체류한 뒤 지구로 돌아올 때 스타십을 타고 올 예정이다. 스타십이 아르테미스 성공의 중요한 열쇠가 되는 셈이다.

스페이스X는 2021년 NASA에서 이 임무 수행에 대한 계약을 28억9천만달러(약 3조7천억원)에 따냈다. 스타십 개발의 성공 단계에 따라 대금을 받는 조건이다.

사실상 NASA의 달 탐사에는 우주비행사 몇 명만 탈 수 있는 우주선이면 족한데, 머스크는 인류의 화성 이주 꿈을 이루기 위해 100명이 탈 수 있는 거대한 우주선을 제작했다.

이에 따라 개발이 더뎌지면서 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에 맞추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스타십은 상단의 우주선만 길이 50m, 직경 9m로 내부에 150t까지 적재할 수 있으며, 하단부인 슈퍼헤비(길이 71m)와 합체하면 총길이가 121m에 달한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화성에 대한 머스크의 야망 때문에 스타십은 NASA가 아르테미스 달 착륙을 위해 필요로 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해졌다”고 꼬집었다.

NASA의 전직 고위 관리였던 대니얼 덤바허는 머스크에 대해 “그는 저렴한 가격을 제시했고, NASA는 그것이 잘되기를 바라며 위험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라며 “우리는 그것이 실제로 이뤄지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NYT에 말했다.

스타십이 지구 궤도를 벗어나 더 멀리 가려면 추진제 탱크에 액체 메탄과 액체 산소를 다시 채워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연료를 주입하기 위해 스타십을 추가로 발사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도 필요하다.

덤바허는 현재 NASA가 잡은 아르테미스 3단계 예정 시기(2026년 9월)까지 스타십이 준비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지만, 그보다 얼마나 지연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해결할 문제가 너무 많기 때문에 추측을 제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NASA의 빌 넬슨 국장은 이날 X 계정에 “우리는 인류를 달로 돌려보내고 화성을 바라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며 축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