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계·카드·고스톱방 등 한인 운영 속칭 ‘하우스’
▶ 갱단 장악 도박장도 즐비
▶적발돼도 솜방망이 처벌
LA한인타운 내 불법 도박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한인들이 운영하는 도박장이 최소한 5곳, 많게는 10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불법 도박장은 인적이 드믄 심야 시간에 한인타운 내 한적한 주택가나 상가의 빈 사무실, 창고 등에 한인들을 모아 현금이 오가는 카드나 화투판을 벌이고 있다. 한인들이 운영하는 불법 도박장은 크게 카드방, 화투방, 기계방 등으로 구분된다.
카드방의 경우 하우스 별로 또 다시 홀덤방, 훌라방, 바둑이방 등으로 세분돼 운영된다. 주로 한인 여성들이 찾는 화투방에선 고스톱이 주요 도박 종목이다. 타주에서 싼 값에 중고 슬롯머신을 들여 와 기계방을 운영하는 업주도 있다.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는 한인 업주는 손님으로부터 판당 3~5달러의 ‘대료’를 받고 있는데, 하루 수천달러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주는 딜러 역할을 하는 한인 여성을 동원해 종목별로 도박판을 벌인다. 주방 ‘이모’까지 고용해 손님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지인의 권유로 수차례 불법 도박장에서 카드 게임을 했다는 정모씨는 “하우스를 찾는 한인들은 하루에 500~1,000달러 정도를 도박자금으로 쓰고 있으며, 돈이 떨어진 사람에게는 업주가 신용도를 고려해 이자 없이 돈을 빌려주거나 선이자를 챙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LA한인타운 내 불법 도박장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LA경찰국(LAPD) 올림픽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팬데믹을 이후 한인타운은 불법 도박이 벌어지는 주요 지역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인들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불법 도박장과는 별도로 갱단이 장악하고 있는 도박장도 한인타운 곳곳에 산재해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한인타운 지역 주택, 창고, 합법적인 사업체를 가장한 상점 안쪽 등에 스페인어로 작은 집을 의미하는 이른바 ‘카시타’(casita)로 불리는 불법 카지노들이 영업 중이다,
이들 불법 도박장 운영을 뒤에서 조종하는 것은 주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멕시칸 마피아 갱단이다.
LAPD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한인타운을 관할하는 올림픽경찰서 관내에서 세 번째로 많은 도박 관련 체포자가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올림픽경찰서 관할 지역에서 체포된 불법 도박 관련자는 100명을 넘어섰다.
올림픽경찰서는 1년에 수차례씩 기습 단속을 벌이고 있는데 지난 달 29일 밤 웨스턴과 2가 인근 한 상가 건물을 급습해 한인을 비롯한 10여명을 체포하고 도박기계를 압수했다.
지난해에는 한인타운 켄모어와 11가 인근의 주택 3곳에 대한 급습 작전을 펼쳐 한인 등 15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2022년에도 웨스턴과 5가 2층짜리 한인 소유 건물에서 영업중이던 불법 도박장에 대한 기습 단속이 전개돼 20여명이 체포됐다.
경찰의 단속에도 불법 도박장 영업이 끊이지 않고 있는 까닭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다. 경찰은 단속에 적발된 업주와 손님들을 일단 체포해 사진을 찍지만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지 않는한 대부분 훈방조치하고 있다.
지난해 경찰 단속에 걸린 적이 있다는 최모씨는 “경찰에 체포될 때만해도 큰일났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집으로 날라온 벌금이 250달러에 불과했다. 하우스를 차린 업주에게 부과되는 벌금도 2,000달러 선이여서 어쩌다 이뤄지는 경찰 단속에 별 신경을 쓰지 않는 듯 보였다”고 말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