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베이비파우더 한인들도 집단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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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가주 등 전국 피해자 존슨&존슨 상대 제기
▶ “석면 오염 활석에 피해” 지난해 합의금 89억달러

존슨앤존슨(이하 J&J)이 활석 성분을 소재로 한 베이비파우더·화장품의 발암 논란으로 총 4만여건의 소송에 휘말린 가운데 한인들도 속속 집단소송에 가세하고 있다.

26일 본보가 입수한 연방법원 소송 자료들에 따르면 남가주 리버사이드에 거주하는 김모(38)씨, 플로리다주 피넬라스 카운티 거주 박모(79)씨, 워싱턴주 킹카운티 거주 문모(44)씨, 그리고 메릴랜드 스펜서빌 거주 김모(34)씨 등 전국 각지의 한인 여성들이 지난 18일 뉴저지주 연방법원에 석면에 오염된 활석이 들어간 제품으로 인해 건강상의 피해를 입었다며 각각 배심원 재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J&J는 한인들도 즐겨 사용해 온 베이비파우더의 주원료로 활석을 사용했다. 활석은 발암물질인 석면 근처에 분포하는 경우가 많아 석면 오염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일부 소비자들은 석면이 중피종이나 난소상피암을 유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미 전국에서 4만여건의 소송이 진행중이다.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암환자 앤서니 에르난데스 발데스(24)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여 J&J에 1,880만 달러 배상을 평결한 바 있다. 발데스는 어린시절 사용한 베이비파우더로 석면에 노출돼 심장 주변 조직에서 악성중피종이 진행됐다고 호소했다.

배심원단은 발데스의 치료비와 고통에 대한 배상이 필요하다고 결정했으나 J&J에 징벌적 손해배상은 청구하지 않았다. 2018년에도 미주리주 연방법원 배심원단이 여성 피해자 22명의 난소암 발생에 활석 성분이 영향을 끼쳤다며 46억9,000만달러를 지불하라고 평결했었다.

J&J 측에서는 베이비파우더가 발암과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J&J는 수만건에 달하는 집단소송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89억 달러의 합의금을 제안한 상태다. 이는 J&J가 걸려있는 소송을 해결하고 향후 소송에 걸리지 않기 위함이었다.

J&J는 또 지난 1월 42개주 검찰과 베이비파우더 관련 조사 중단을 조건으로 7억 달러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는 소비자 집단 소송과는 별개다. 각주의 검찰은 베이비파우더의 발암 논란이 확산하자 J&J가 제품을 광고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보호법을 어겼는지 여부 등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었다.

활석 소재 파우더 판매는 한때 미국 내 소비자 건강제품 매출의 0.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상품이었다. J&J는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과 잇따른 집단 소송으로 2020년부터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석 소재 베이비파우더 판매를 중단했다.

J&J 측은 그러나 “전 세계 전문가들이 수십년간 진행해온 독립적인 과학 연구는 자사 제품의 안정성을 지지한다”고 주장했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