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영국 등 우방 맹비난에 이스라엘?네타냐후 사면초가
▶ 국내 반정부 시위까지 곤혹
▶휴전협상ㆍ라파 공격 영향 주목
국제사회 우려에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에서 ‘마이웨이’를 고집해온 이스라엘이 구호 요원들에 대한 오폭 사건으로 거센 비판에 휩싸였다. 미국, 영국 등 이스라엘을 감싸온 동맹과 우방들까지 분노를 쏟아내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부가 국내 대규모 반정부 시위와 맞물려 총체적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가자지구에서 전날 벌어진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차량 피습으로 영국인, 미국-캐나다 이중 국적자, 호주인 등 7명이 숨진 데 대해 “이스라엘이 ‘낙진’(fallout)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치명적 타격은 이스라엘을 더욱 고립시킬 위험이 있고 (이스라엘의) 주요 동맹국인 미국과 마찰을 가중한다”고 진단했다.
지난 1일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구호용 식량을 전달하고 떠나던 국제구호단체 월드센트럴키친(WCK) 소속 차량 3대가 공습을 받아 이들 차에 타고 있던 WCK 직원 등 모두 7명이 숨졌다.
WCK는 당시 직원들이 구호단체 로고가 있는 장갑 차량 2대와 비장갑 차량 1대를 타고 교전이 없는 지역을 이동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WCK는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군과 이동을 조율했는데 식량 100t을 데이르 알발라 창고에 내려놓고 떠나던 중 공격받았다”고 설명했다. 영국 포병장교 출신의 탄약 전문가인 크리스 콥-스미스는 현장 영상과 사진에 나타난 차량 파손 모습을 보고 무인기(드론)에서 발사된 고정밀 미사일의 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 소탕을 목표로 가자지구를 사실상 무차별적으로 공격해온 데 대한 국제사회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여러 국적의 구호 요원들까지 희생된 점은 이스라엘에 대형 악재다.
지난달 2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즉각적인 휴전과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처음으로 채택되면서 이미 이스라엘은 외교적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그동안 거부권을 행사한 미국이 기권으로 방향으로 바꾸면서 결의안이 통과될 수 있었고 이스라엘이 대표단의 방미 계획을 취소하면서 불협화음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등으로 갈등 봉합에 나섰던 미국은 자국민(미-캐나다 이중국적자)이 사망자에 포함된 이번 사태에는 이례적으로 “분노”라는 표현을 써가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일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적절한 책임이 따르기를 희망한다”며 책임 문제까지 거론했다.
자국민 3명이 사망한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외무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고 이번 사태를 규탄했다. 캐머런 장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은 이번 사태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긴급히 설명해야 하고 지상에서 구호 요원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크게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도 엑스에 올린 글에서 “’살인’에 대한 완전한 책임 추궁을 (이스라엘에) 기대한다”며 “인도주의 인원에 대한 공습은 분명 용납될 수 없으며 국제 인도주의 법률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구호 요원에 대한 오폭 사건이 이스라엘의 군사작전과 휴전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미국 컨설팅 회사 조지타운전략그룹의 데이브 하든은 이번 오폭이 가자지구 휴전에 대한 요구를 증폭시킬 것으로 내다봤다고 WSJ이 전했다.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상전 계획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일 라파 지상전과 관련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반드시 작전을 진행할 것이다. 라파 작전 없이는 하마스를 이길 수 없다”며 강행 입장을 재확인했다. 팔레스타인 피란민 약 140만명이 몰린 라파에 이스라엘 지상군이 투입되면 민간인이 대거 희생될 우려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