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지만 비싼 이스라엘 방공망… 하루 14억불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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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란 대규모 공습 99% 요격했지만 하루에 한해 국방예산 10분의 1 날려
▶ “이란, 확전 방지위해 대비할 시간 줘”

이스라엘이 이란의 대규모 공습을 막기 위해 방공망을 가동하는 데 하루 최고 14억 달러 가까이 들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13일 이란은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300여 기를 동원해 이스라엘 본토를 노렸지만 99%가 요격됐다.

이스라엘방위군(IDF) 재정 고문을 지낸 람 아미나흐 예비역 준장은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과 인터뷰에서 “(이란의 공습을 방어하는 데) 하룻밤에만 40억~50억 셰켈(약 10~14억 달러)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IDF에 배정된 예산이 약 600억 셰켈(약 160억 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다. 이스라엘 한 해 국방 예산의 10분의 1 정도를 하룻밤에 쓰는 셈이다.

아미나흐 준장은 “(단거리 미사일 요격에 특화된 ‘아이언돔’과 별개로) 탄도미사일 요격용 ‘애로우’ 지대공미사일을 쏠 때마다 350만 달러, 중거리 발사체용 ‘다윗의 돌팔매(David’s Sling)’를 발사하면 100만 달러 등이 소요된다”며 이같이 추산했다. 이스라엘의 대공 방어 시스템은 아이언돔을 비롯해 고도별로 애로우, 데이비드 슬링, 패트리엇 등으로 겹겹이 짜여 있다.

특히 이번 공습은 계획적이었던 데다 대규모였다고 영국 가디언은 짚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은 먼저 드론 170대를 띄워 이스라엘 방공망을 과부하시킨 뒤 미사일로 최대한의 피해를 주고자 했다. 순항미사일 30발과 함께 120여 기 발사된 탄도미사일은 가장 위협적이었다. 최고 속도가 음속의 몇 배에 이르는 탄도미사일은 15분 이내에 이스라엘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

하지만 다니엘 하가리 IDF 수석대변인은 “순항미사일 25기가 (이스라엘) 영토 바깥에서 격추됐고 탄도미사일도 이스라엘 영공에 진입한 건 소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까지 닿는 데 6시간이나 걸리는 구형 드론 샤헤드-136과 제트 엔진이 탑재돼 3배 이상 빠르게 움직이는 샤헤드 238도 이스라엘 영공에 도달하기 전 모두 격추됐다. 이 중 드론 80여 대는 미군 중부사령부와 영국 공군(RAF)에 의해 요격됐고, 수십 대는 미국의 동맹인 요르단이 자국 영공에서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효과가 입증된 자폭 드론(무인기)과 미사일을 혼용한 대규모 공습 전술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이뤄진 이란의 공격 과정에서는 큰 힘을 쓰진 못한 것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란은 미사일과 드론 대부분이 요격당했음에도 이번 공격이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으며, 일각에서는 이란이 이번 공격으로 과거보다 정교해진 미사일 기술력을 과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은 공격 이후 이번 작전이 성공적이었으며 추가 공격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대적인 미사일 공격에도 이스라엘에 실질적인 피해를 사실상 거의 입히지 못했다는 점은 이란 입장에서는 실망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시다르스 카우샬 연구원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공격의 규모를 볼 때 이건 경고성 조처가 아니라 실질적 피해를 주려고 계획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불과 5년 전인 2019년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석유 탈황·정제 시설인 아브카이크 단지와 인근 쿠라이스 유전은 20∼30기의 자폭 드론과 미사일 공격조차 버티지 못한 채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그런데 그 10배가 넘는 규모의 공격에도 이스라엘이 별다른 피해를 보지 않았다는 건 이란에 상당히 곤혹스러운 결과일 것이라고 카우샬 연구원은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이번 공격으로 이란이 이스라엘의 방공 체계에 대해 더 잘 알게 됐을 것이라면서도 미사일 공격으로 이스라엘에 거의 타격을 주지 못한 점은 이란 입장에서 실망스러운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아이언돔을 비롯한 이스라엘의 다층 방공체계 외에도 확전을 꺼린 이란이 공격 전 충분한 시간을 줬다는 점도 이스라엘이 이란의 공격 대부분을 막아낸 원인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폭격했고 이로 인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급 지휘관 등 12명이 숨졌는데, 이란은 12일 만에 보복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