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년만에 “한국은 파트너” 표현… “한일 협력, 지금처럼 필요했던 시기 없어”
▶ “中,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 명시엔 중국 반발…북일 정상회담 추진도 언급
일본이 16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외교청서를 통해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에 부당한 주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했지만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한 한국 측 항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반박했다.
일본 정부는 또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소송에서 일본 피고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판결에 대해서도 수용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가미카와 요코 외무상은 이날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4 외교청서’를 보고했다. 일본 외무성은 매년 4월 최근 국제정세와 일본 외교활동을 기록한 백서인 외교청서를 발표한다.
일본 정부는 독도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또한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기존 주장을 올해 외교청서에도 그대로 담았다.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표현은 2018년 외교청서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7년째 유지됐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소송에서 일본 피고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판결에 대해서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청서에서는 “한국 대법원이 2023년 12월과 2024년 1월 여러 소송에 대해 2018년 판결에 이어 일본 기업에 손해배상 지급 등을 명하는 판결을 확정했다”며 “이 판결들과 2024년 2월 일본 기업이 한국 법원에 납부한 공탁금이 원고 측에 인도된 사안에 대해 일본 정부는 지극히 유감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의했다”고 적었다.
일본 정부는 한국에서 징용 피해 소송 판결이 나올 때마다 강하게 반발하면서 한국 정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이른바 ‘제3자 변제’ 해법을 통해 해결하라고 주장해 왔다.
제3자 변제 해법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마련한 재원을 통해 소송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일본은 지난해 3월 한국 정부의 징용 해법 발표로 상황이 진전되면서 올해 외교청서에서는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른 중재위 구성 요구나 일본 기업 압류 자산 현금화 회피 촉구 등의 기존 주장을 삭제했다.
대신 지난해 5월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과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강제동원 노동자와 관련해 “나 자신은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새롭게 넣고 한국 정부의 제3자 변제 진행 상황도 전했다.
다만 일본은 2010년 외교청서 이후 14년 만에 한국을 ‘파트너’라고 표현하는 등 한국과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도 명시했다.
외교청서에서는 “중요한 이웃 나라인 한국과는 다양한 분야에서 연계와 협력의 폭을 넓히고 파트너로서 힘을 합쳐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다양한 레벨에서 긴밀한 의사소통을 거듭해 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인도·태평양 안보 환경이 엄중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과 한국의 긴밀한 협력이 지금처럼 필요했던 시기는 없다”면서 “일한 관계 개선이 궤도에 오르는 가운데 글로벌한 과제에서도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겠다”고 덧붙였다.
한국 외교부는 일본이 외교청서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부당한 주장을 거듭한 데 대해 대변인 명의 논평을 내고 “일본 정부가 이날 발표한 외교청서를 통해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외교부는 오전 서울 종로구 청사로 미바에 다이스케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항의했다.
미바에 공사는 청사로 입장하면서 ‘(초치 자리에서) 어떤 말을 할 것이냐’는 취재진 질의에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정례 기자회견에서 독도에 대한 한국 정부의 항의와 관련해 “일본의 일관된 입장에 입각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이미 반박했다”고 말했다.
다만 하야시 장관은 “한국은 국제사회의 여러 과제 대응에서 파트너로서 협력해야 할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작년에는 정상 간 그리고 외교장관 간 의사소통을 통해 글로벌 과제에 대한 양국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해나갈 것을 확인했다”며 올해 외교청서 기술에도 이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외교청서에서 한미일 3개국 협력이 정상, 장관, 차관 등 다양한 수준에서 중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중국에 대한 기술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11월 개최한 정상회담에서 재확인한 ‘전략적 호혜관계’라는 표현을 5년 만에 다시 넣었다.
전략적 호혜관계는 중일 양국이 2008년에 발표한 공동 성명에 사용된 용어다.
성명에는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물론 세계에서 평화·안정·발전에 책임이 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쌍방이 오랫동안 평화와 우호를 위해 협력하는 것이 유일한 선택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일본은 중국과 관련해 대화를 거듭해 공통 과제에서 협력하는 ‘건설적이고 안정적인 관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점도 표명했다.
하지만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미국·일본·필리핀 협력 강화 중요성을 명시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일본의 문건은 중국을 먹칠·비난하는 상투적인 이야기를 답습했고 이른바 ‘중국 위협’을 과장해 중국 내정에 무리하게 간섭한 것”이라며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일본이 잘못된 처사를 바로잡고 도발과 진영 대결 조성을 중단해 진정으로 전략적 호혜관계를 양국 관계 발전의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며 “신시대의 요구에 맞는 건설적·안정적인 중일 관계 목표를 위해 노력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일본 외교청서는 북한과 관련해 기시다 총리가 납북자 문제 조기 해결을 염두에 두고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총리 직할의 고위급 협의를 추진한다고 언급했다.
납북자 문제는 “한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인도적 문제”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을 비난하면서 러시아가 북한에 군사적 지원을 할 가능성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