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프 스토리지’ 불황 심각, 공급 넘치고 수요는 감소
▶ 임대료 2년 만에 22%↓
▶대규모 파산 등 구조조정
“수년간 성장 가도를 달렸던 셀프 스토리지 업계는 심각한 역풍에 직면하면서 고전하고 있다.”
투자 분석기관인 CFRA의 마이클 엘리엇 애널리스트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호황을 누렸던 이른바 ‘셀프 스토리지’라 불리는 개인 창고 임대업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음을 경고한 분석이다.
셀프 스토리지 업계의 가장 큰 도전은 개인 창고 수요 감소다. 고금리에 주택 가격마저 급등하면서 타지로 이동이 급감한 탓이다. 여기에 고물가에 각종 운영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고객 확보를 위해 신규 할인 가격 정책을 펴면서 기존 창고 임대료를 올린 것이 기존 고객의 이탈 요소로 작용했다.
퍼블릭 스토리지나 엑스트라 스페이스 스토리지와 같은 대형 셀프 스토리지 업체들은 창고 부지에 대한 재산세가 크게 오르자 연관된 운영비 부담에 경영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업계의 총체적인 불황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6일 뉴욕타임스(NYT)는 미국 내 셀프 스토리지 업계가 수요 감소와 운영비 부담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하면서 불황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셀프 스토리지 불황 조짐은 신규 창고 건설의 부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조사 업체 야디 매트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창고 건설 프로젝트 중 245건이 첫 삽도 뜨기 전에 무산됐다. 이는 전년에 비해 2배가 넘는 건설 취소 건수에 해당한다.
셀프 스토리지 업계는 2010년에서 2019년까지 매년 439개의 신규 대형 창고를 건설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렸다. 특히 팬데믹 시기인 2020년부터 재택근무로 인한 대도시 인근 주택 지역으로 이주 러시로 급성장하면서 지난해까지 매년 735개의 신규 창고가 건설될 정도였다.
신규 창고들의 대다수가 단독 건물이고 규모도 수만 스퀘어피트에 달할 만큼 큰 규모로 지어졌다.
하지만 호황세는 거기까지였다. 팬데믹 이후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집값이 크게 상승하자 이주 수요가 급감하자 셀프 스토리지를 찾는 발길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창고 공급은 늘었다. 셀프 스토리지 협회에 따르면 미국 가구의 11%가 개인 창고를 소유하고 있지만 공급에 비해 수요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다 보니 창고 임대료는 감소하고 있다. 셀프 스토리지 정보 제공업체 스페어풋에 따르면 올해 3월 평균 개인 창고 임대료는 85.14달러로 2년 전 108.58달러에 비해 21.6%나 줄었다.
결국 이주에 따른 수요가 전체 수요의 절반을 차지하는 셀프 스토리지 업계의 속성상 매출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야디 매트릭스는 “올해 셀프 스토리지 업계는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이라며 “2008년 이후 16년 만에 매출 감소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요 감소와 함께 운영비 상승도 셀프 스토리지 업계 부진의 또 다른 요소로 꼽히고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창고 부지에 대한 가치 상승에 따른 재산세가 크게 늘어났다.
여기에 각종 보험료 등 경영상 필요 경비 역시 함께 오르면서 운영비 부담이 커졌다. 그렇다고 대출을 통한 신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2년 동안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금리 부담 증가에 따른 신규 대출을 꺼리고 있다.
신규 자금 조달의 어려움은 대기업에 비해 중소 업체들이 더 크게 체감하고 있다. 미국 내 60만개 개인 창고 중 75%가 중소 업체 소유인만큼 이들 중소 업체들이 자금난을 겪고 문을 닫을 경우 셀프 스토리지 업계 전반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업계는 셀프 스토리지 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며 앞으로 파산과 인수합병(M&A) 등으로 향후 수년간 대량의 창고 건물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남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