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어린이병원 또 인종차별 피소…인도계 부부“딸이 백인이었다면 희귀병으로 죽지 않았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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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나 라메시
사진제공: 라메시 가족
사하나 라메시
사진제공: 라메시 가족

지난 2021년 16세 딸이 석달만에 희귀병으로 사망한 근본 원인은 시애틀 어린이병원(SCH)의 인종차별에 따른 무관심과 무성의 탓이었다며 그녀의 인도계 부모가 소송을 제기했다.

바슬 주민인 아나파서 라메쉬 부부는 소장에서 딸 사하나가 2020년 11월 급성발진을 일으켜 온몸이 빨간 점으로 뒤덮였고 손발은 물론 얼굴도 눈을 못 뜰 정도로 퉁퉁 부었다고 밝혔다.

소장에 따르면 SCH 응급실 의사들은 그녀를 희귀병인 ‘약 반응에 따른 호산구 및 전신증세(DRESS)’로 진단했다. 사하나는 두 달전 SCH 신경과 의사가 처방해준 발작 예방약에 알레르기를 일으켰었다. 당시 의사들은 연고와 약을 처방해주며 “괜찮다. 집에 돌아가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하지만 사하나는 맥박이 분당 134번이나 뛰고 오한이 나는 등 증세가 오히려 악화됐다. 라메쉬 부부는 사하나를 11주간에 걸쳐 3차례 더 응급실에 데려갔으나 입원시켜주지 않았다. 부부는 의사들에게 전화로 11차례, 이메일로 22차례 사하나의 치료를 호소했다.

사하나는 처음 발진증세를 일으킨 지 석달 후인 2021년 2월 부모 방에서 쓰러진 후 숨졌다. 스노호미시 카운티 검시소는 그녀의 사망원인을 심장마비의 일종인 DRESS로 밝혔다.

이들 부부를 대리한 마티 맥클린 변호사는 SCH의 진료기록에 사하나의 병명이 ‘치명적일 수 있는 DRESS’라고 적시돼 있다고 지적하고 그녀를 입원시키지 않은 것은 SCH에 만연돼 있는 암묵적 인종차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맥클린은 SCH가 지난 5년간 어린이 DRESS 환자 24명을 치료했고 이들 중 60%에 입원치료 기회를 줬다고 밝히고 사하나가 백인이었다면 SCH가 그녀를 달리 취급했을 것이고 그녀가 지금 살아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SCH 측은 라메쉬 부부가 소장에서 SCH가 인종을 차별했다는 직접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더 이상 언급을 회피했다고 KING-5 뉴스가 보도했다.

SCH의 인종차별 논란은 사하나가 죽은 2021년 다른 사건으로 불거졌다. SCH 사우스센터 지원의 흑인 원장인 벤 대니엘슨이 인종차별을 이유로 사직하자 SCH는 이를 조사하기 위해 에릭 홀더 전 연방 법무장관을 고용했다. 홀더 전 장관은 그해 7월 보고서에서 인종차별이 SCH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고 있으며 유색인종 환자들에 대한 치료는 백인과 다르다는 결론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