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드라마 유튜브로 소개하는 76세 제브 라테트 씨 인터뷰
▶ 문체부·한국관광공사 초청으로 오는 20∼28일 한국 여행
“지금까지 본 드라마 중 최고의 작품은 ‘나의 아저씨’입니다. 아이유 주연의 ‘호텔 델루나’는 20번쯤 봤죠.”
캘리포니아주 페어팩스에 사는 미국인 제브 라테트(76) 씨는 지난 17일 연합뉴스와 화상 인터뷰에서 자신이 얼마나 한국 드라마와 한국의 가수 겸 배우 아이유를 좋아하는지를 이렇게 열정적으로 얘기했다.
라테트 씨는 지난 2월부터 한국 드라마를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Zev Does KDrama)을 개설해 활동하며 아이유 팬들에게 알려졌다.
그는 아이유 팬들의 도움으로 공식 팬클럽 ‘유애나’에도 가입해 팬들 사이에서 ‘미국 유애나 할아버지’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지난 2월 하순에는 그의 유튜브를 본 아이유가 미국에서 오는 7월 열리는 자신의 콘서트에 라테트 씨를 초대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아이유의 메시지에 놀란 라테트 씨가 가슴을 부여잡고 감격에 벅차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은 조회수 14만여회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라테트 씨가 아이유의 열혈 팬이 된 것은 한국 드라마에 빠지게 되면서였다.
그는 2017년부터 넷플릭스에 있는 동아시아 국가들의 콘텐츠에 관심을 갖게 돼 일본 드라마와 중국 드라마를 봤다. 하지만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고, 곧 한국 드라마로 넘어갔다.
그는 “한국 드라마를 봤을 때 이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훌륭한 캐릭터들이 돋보였고, 감정적으로 연결된다는 느낌이 들어서 본격적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가 초기에 본 드라마는 송중기·송혜교 주연의 ‘태양의 후예’와 아이유 주연의 ‘호텔 델루나’였다.
그는 “‘호텔 델루나’를 봤을 때 정말 놀랐고, 완전히 빠져들었다”며 “아이유가 연기한 주인공 ‘장만월’ 캐릭터는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다”고 당시의 감상을 떠올렸다.
이후 그는 아이유가 출연한 드라마를 연달아 모두 찾아봤고, 2013년 출연작인 ‘최고다 이순신’에서 아이유가 ‘잊혀진 계절’을 노래하는 장면을 보고는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그는 “맙소사(Oh, my God)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며 “아이유가 엄청난 가수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녀가 노래하는 유튜브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더욱더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아이유의 개인적인 이야기에도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그는 친절하고 관대하며 겸손한 사람으로, 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하는 사람의 특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고 찬사를 쏟아냈다.
아이유의 노래 중 따라 부를 수 있는 곡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밤편지’를 다소 서툰 한국어 발음으로 직접 불러 보였다.
그렇게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그는 아이유 외에도 자신이 발견한 빛나는 한국 배우들의 모든 출연작을 잇달아 ‘정주행’으로 몰아본 덕에 한국 드라마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경지에 오르게 됐다.
그는 “좋아하게 된 한국 드라마가 250편쯤 된다”며 “매일 몇 시간씩 보는데, 혼자 보거나 아내와 함께, 또는 나로 인해 같이 한국 드라마 팬이 된 친구들과 함께 보며 즐긴다”고 했다.
그가 주변에 한국 드라마에 대한 얘기를 하도 많이 하자 친구 중 한 명은 이것을 주제로 유튜브를 해보라고 권했고, 이를 계기로 그는 유튜버의 길에 발을 들이게 됐다.
한국 드라마를 보기 전에 한국 문화나 역사에 대해 아는 바가 있었는지 묻자 그는 “대학에서 유럽 역사를 공부했고 원래 역사를 좋아해서 한국이 서구와 접촉하게 된 방식이나 전쟁에 연루된 배경 등 기본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다”며 “하지만 분명히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 역사에 관심을 갖고 공부하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큰 영향을 줬다”며 “일본인들이 한국을 어떻게 점령하고 한국인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위안부 여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게 되면서 정말 화가 났다”고 했다.
그는 또 이 드라마에 나오는 아름다운 배경의 장면들을 보면서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올여름 교사인 아내가 퇴직한 뒤 내년 봄에 한국 여행을 함께 할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놨다.
그는 “한국 드라마에 벚꽃이 나오는 장면이 많은데, 나도 벚꽃이 가득 핀 산책로를 거닐어보고 싶었다”며 웃었다.
몇 년간 그런 꿈을 꾸었던 그에게 뜻밖의 행운이 찾아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코리아 인바이트유'(KOREA invites U)’ 행사에 초청돼 오는 20일 드디어 한국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는 공식 행사 일정이 끝나는 24일 이후에도 자비를 부담해 28일까지 나흘간 더 머물며 한국을 여행하고, 내년에도 아내와 함께 두 번째 한국 여행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는 K팝과 드라마, 스포츠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을 좋아하거나 한국과 특별한 인연을 맺은 해외 거주 외국인 약 50명을 초청해 한국을 직접 체험하게 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는데, 라테트 씨는 한국관광공사 뉴욕지사의 추천으로 초청 대상에 들게 됐다.
그는 “정말 기쁘고 설렌다”며 “한국 드라마에 많이 나온 궁궐들을 가보고 싶고, 특히 창덕궁 비원(Secret Garden)과 한옥마을에 꼭 가볼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드라마에 나온 길거리 음식도 먹어보고, 거리의 포장마차에서 뜨겁고 매운 음식을 소주와 함께 먹어보고 싶다”며 미소 지었다.
라테트 씨는 젊은 시절 지역 신문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사회복지사, 소프트웨어 회사 등을 거쳐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다 5년 전에 퇴직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늘 거창한 미래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주어진 일을 최선을 다해 즐기려고 노력했다”고 자신의 삶을 돌아봤다.
요즘 그는 한국어를 배우는 데 열심이다. 유튜브 영상에도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한글 자막을 직접 넣는다.
그는 “한글과 한국어를 배우는 것도 재미있다”며 “한국어로 쓰인 댓글도 모두 읽고 답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