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FP “풍선살포, 탄도미사일 발사와 달리 유엔 제재 위반은 아냐”
▶ AP “북, 김정은 통제력 해치는 외부 시도에 극도로 민감”
▶ BBC “1950년대 한국전 이후 남북 모두 선전 풍선 이용”
2일(이하 한국시간) 북한이 또 대남 오물 풍선을 무더기로 살포하자 외신들은 최근 북한발 복합도발 양상과 한국 정부 반응, 남북 간 ‘풍선 전쟁’ 과거사 등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AP통신은 이날 합동참모본부 발표를 인용해 “전날 밤부터 이날 아침 사이 북한에서 600여개의 오물 풍선(trash-carrying balloon)이 살포돼 한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면서 “이는 대북 단체들의 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의 보복”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는 지난달 27일 실패로 끝난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같은 달 30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발사 등 일련의 도발에 이어 북한이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군 당국이 화생방신속대응팀(CRRT)과 폭발물 처리반(EOD)을 급파해 전국 각지에서 오물 풍선 260여개를 수거하고 서울시가 풍선 살포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안전안내문자를 보내는 등 당국의 대응을 자세히 소개했다.
AFP도 서울발 기사에서 합참의 발표 내용과 함께 “담배꽁초와 판지, 플라스틱 조각 등 대남 풍선에 들어있는 쓰레기를 방호복을 입은 군인들이 수거하는 것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 정부는 이번 도발을 ‘비이성적’이고 ‘저급하다’고 표현했지만 이번 오물 풍선 살포는 최근의 탄도미사일 발사와는 달리 유엔의 대북 제재 위반은 아니다”라고 짚었다.
AFP는 또한 한국 정부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를 열고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한 대책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논의할 것이라는 연합뉴스 보도 내용도 함께 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합참 발표와 연합뉴스를 인용해 앞서 북한이 지난달 28일부터 오물 풍선을 살포하기 시작했으며, 풍선 안에 건전지, 신발 조각, 대변 거름 등이 들어있었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북한이 이러한 도발을 하는 배경과 수십년간 남북이 주고받은 ‘전단 살포’ 전쟁도 조명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남한 활동가들이 북한 비방 전단을 실어 보내는 풍선에 북한은 오랫동안 분노해 왔다”며 “해당 풍선에는 때때로 현금과 쌀, 남한 드라마 시리즈가 든 USB 드라이브 등도 포함됐다”고 전했다.
AP도 “북한 주민 2천600만명은 외국 뉴스를 거의 접하지 못하며, 북한은 이들에 대한 김정은의 절대적인 통제력을 저해하려는 외부의 어떤 시도에도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짚었다.
BBC는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남북한 모두 선전전에 풍선을 이용해 왔다”면서 “남한의 활동가들은 북한을 비방하는 선전 외에도 현금, 북한에서 금지된 미디어 콘텐츠, 한국의 간식으로 역시 북한에서 금지된 초코파이 등까지 넣은 풍선을 날렸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이날 오후 한때 홈페이지 헤드라인으로 ‘평양에 맞서 풍선 전쟁을 이끄는 탈북자 박상학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으며 박씨를 집중 조명하기도 했다.
피가로는 박씨를 가리켜 “누구보다 북한 사회가 얼마나 폐쇄적인지 잘 아는 활동가”라며 “김정은의 반복되는 핵 도발 앞에서 풍선을 보내는 건 사소한 일로 보일 수 있지만 이는 북한 정권을 화나게 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보도했다.
AFP는 “남북한의 선전 공세는 때때로 더 큰 맞보복으로 확대됐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8년 남북 정상이 전달 살포 등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합의했다가 북한이 2020년 6월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개성공단 내 남북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한 것, 2020년 한국 국회가 ‘대북전단 금지법’을 통과시켰으나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이를 위헌으로 판결한 것 등 최근 수년간의 갈등 사례를 자세히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