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 시속 240㎞ 위력…역대 가장 이른 4등급 허리케인 기록
▶ 바베이도스·그레나다 등에 경보…학교·교회 등 지붕 날아가
중남미의 카리브해 동쪽 섬 지역에 강력한 허리케인이 상륙해 큰 피해를 내며 멕시코를 향해 이동 중이다.
1일 AP통신과 CNN 방송 등에 따르면 허리케인의 5개 범주 중 두 번째로 강한 4등급 허리케인 베릴(Beryl)이 이날 남동부 카리브해에 있는 윈드워드 제도에 상륙했다.
이 허리케인 강풍의 최대 시속은 240㎞로, 가장 강력한 5등급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허리케인이 지나간 지역에서는 통신이 두절되고 교회와 학교 등 건물의 지붕이 뜯겨져 나갈 정도로 심하게 파손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국립허리케인센터는 “이 허리케인은 매우 위험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 지역의 주요 섬들인 바베이도스와 그레나다, 토바고,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등에 허리케인 경보가 발령돼 주민과 방문객 수천 명이 집이나 대피소에 머물고 있다.
특히 바베이도스에는 지난 주말 크리켓 월드컵 결승전 관람을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이 강풍에 따른 항공편 취소로 발이 묶여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상 예보관들은 베릴이 지나가는 지역에 최대 3m 높이의 폭풍 해일이 치솟고 일부 지역에는 25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베릴은 서쪽이나 북서쪽으로 이동해 오는 3일 자메이카 부근을 지나고 5일 오전께는 멕시코 유카탄반도 부근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 허리케인이 오는 주말 멕시코만으로 이동해 멕시코 북동부나 미국 걸프 연안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예보관들은 전했다.
베릴은 지난달 멕시코 북동부에 상륙한 알베르토에 이어 올해 대서양 허리케인 시즌(6∼11월)에 두 번째로 발생한 허리케인이다. 강력한 4등급 이상의 허리케인 중에는 역대 가장 이른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기록됐다. 이전까지는 2005년 7월 8일에 발생한 허리케인 데니스가 가장 이른 시기에 발생한 4등급 허리케인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6월과 7월에는 대서양 해수 온도가 열대 저기압이 발달할 만큼 뜨거워지지 않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서 허리케인 세력을 키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허리케인 전문가인 마이클 로리는 “통상 9월에 허리케인 시즌이 절정에 달하는데, 현재 그보다 더 뜨거운 바닷물에서 베릴이 힘을 축적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올해 허리케인 시즌에 평년 수준을 크게 웃도는 17∼25개의 폭풍이 발생할 것으로 지난 5월 예측한 바 있다. 이전까지 허리케인 시즌에 발생하는 폭풍은 평균적으로 14개 정도였다.
NOAA는 올해 허리케인이 발달하는 주요 원인으로 관측 이래 최고로 달아오른 대서양의 수온과 태평양의 라니냐 현상 등을 꼽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