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명품백 수수 관련 비위 신고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서 늘어지는 동안 미국에선 3달러 정도의 트레이더조 에코백의 품귀 현상이 일고 있어 큰 대조를 보인다.
디자인이 특별한 것도 아닌데 품절이 되고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500달러에 재판매 된다니 캔버스 가방치고는 매우 이례적이다.
2007년 영국의 한 패션 디자이너가 ‘난 플라스틱 가방이 아니다’라고 적힌 흰색 천으로 만든 가방을 내놓은 것이 에코백의 역사라고 한다. 이후 친환경 이미지를 얻고자 하는 기업이나 단체들이 이런 에코백을 만들어 판매하거나 뿌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정 단체, 장소, 브랜드 등의 이름이 적힌 이런 에코백은 이를 든 사람의 취향, 이력, 취미 등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현대미술관,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시사주간지 뉴요커의 정기구독자 그리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 등 유명 단체나 기업체에서 주는 에코백 등을 어깨에 매는 것만으로도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 친화형 가방인 에코백은 원래 저렴한 소재, 재활용 소재 혹은 세탁이 쉬운 소재로 만들어야 그 취지에 맞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 최근에는 명품 업체들이 대중과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에코백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에코백도 여러 등급으로 나뉘면서 또 다른 사치품 또는 마케팅 용품으로 소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어떻게 2.99달러짜리 스토어 홍보용 천 가방이 온라인에서 500달러 이상을 홋가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친환경 용품의 취지는 한 번 사거나 얻었을 때 최대한으로 이를 사용하는데 있을 것이다.
진짜 유명 브랜드 명품백이라면 그 희소성에 의해 소비자와 매장 직원의 위치가 바뀌기도 한다.
소비자가 ‘갑’이 아니라 매장 직원의 눈치를 봐야하는 ‘을’이 된다는 것이다. 잘 보여야 명품백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최근에는 에코백의 품귀 현상으로 인해 몇 달러의 가격이 수 백 달러로 둔갑하고 있으니 에코백과 명품백의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진다.
전문가들은 면 소재 에코백은 최소 7,100번을 써야 비로소 환경 보호 효과가 있는 것이며, 유기농 면 소재 에코백는 2만 번은 써야 환경 보호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을 보호하는 차원의 에코백이 어느 덧 유명 장소를 다녀간 경험이나 개인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상징물이 되고 있다.
에코백의 본질이 퇴색되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에코백이나 명품백을 구분하는 의미가 있기는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점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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