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승부는 겨우 4.9㎜ 차로 갈렸다. 김우진(32·청주시청)이 그토록 바라던 첫 올림픽 개인전 우승으로 향하는 길은 마지막까지 험했다.
김우진은 양궁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가진 선수다.
한 번 나가기도 어렵다는 올림픽 무대에 이번 파리 대회까지 3번 연속으로 오른 것만으로도 그의 활솜씨는 증명된다.
올림픽에 3차례 출전한 한국 양궁 선수는 김수녕, 장용호, 임동현에 이어 김우진이 4번째다.
10년 가까이 세계 최고의 궁사로 인정받으며 주요 국제대회에서 따낼 수 있는 우승 타이틀은 거의 다 가져 본 김우진이다.
그러나 유독 올림픽 개인전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는 32강에서 조기 탈락했고, 2021년에 열린 2020 도쿄 대회에서는 8강에서 패했다.
2016 리우 대회와 2020 도쿄 대회에서 거푸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김우진에게 개인전 금메달은 ‘마지막 퍼즐 조각’이었다.
멘털 스포츠인 양궁에서 과한 욕심은 독이 될 수 있다.
베테랑 김우진은 무리하지 않고 한 발 한 발에 집중했다.
앵발리드의 취재진 앞에서 “머리는 비우고 가슴은 뜨겁게”라는 말을 반복하며 도전을 이어갔다.
이번 대회에서도 김우진의 단체전 화살은 한 번도 빗나가지 않았다. 남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금메달 2개를 수확했다.
4일 남자 개인전에서 김우진은 마지막 3번째 메달을 향한 도전에 나섰다.
준결승에서 대표팀 후배 이우석(코오롱)을 만나 슛오프까지 간 끝에 승리하며 결승에 올랐다.
결승 상대는 한때 ‘한국 킬러’로 불린 미국의 레전드 브레이디 엘리슨(35)이었다.
두 베테랑은 신기의 활솜씨를 뽐냈다. 엘리슨이 한 세트를 가져가면, 김우진이 다음 세트에서 이겨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 5세트에서 두 선수는 각각 세 발 모두를 10점에 꽂았고, 승부는 슛오프로 향했다.
먼저 쏜 김우진의 화살과 브레이디의 화살 모두 10점과 9점 사이 선에 걸쳤다.
다만, 김우진의 화살은 선 안쪽에 있었다.
우승을 확신한 김우진과 박성수 감독은 얼싸안고 기뻐했다.
결과적으로 둘 다 10점으로 인정됐으나 화살부터 정중앙까지 거리가 짧았던 쪽은 김우진이었다. 김우진은 55.8㎜, 엘리슨은 60.7㎜로, 불과 4.9㎜ 차이였다.
이번 금메달은 김우진에게도, 한국 스포츠에도 의미가 크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 금메달에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까지 추가하면서 김우진은 ‘양궁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양궁에서 그랜드슬램을 이룬 한국인은 이전까지 박성현 전북도청 감독이 유일했다.
앞서 남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두 개의 금메달을 챙겨 둔 터라 김우진은 남자 선수로 첫 올림픽 양궁 3관왕에 등극했다.
김우진은 또 개인 통산 5번째 올림픽 금메달을 수집하며 김수녕(양궁), 진종오(사격), 전이경(쇼트트랙·이상 4개)을 넘어 동·하계 올림픽을 통틀어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따낸 한국인이 됐다.
김우진은 양궁 명문 이원초 출신으로, 초교 4학년 때 친형을 따라 양궁에 입문했다.
처음에는 재미 삼아 시작했으나 불과 1년 만에 충북 소년체전을 제패했다.
고교생 신분으로 출전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세계기록을 갈아치우고 남자 단체·개인전 2관왕에 올랐다.
2011년에는 토리노 세계선수권에서 역시 남자 단체·개인전 2관왕을 달성했고 이후 긴 부진 없이 최고의 자리를 지켜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