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식시장 침체 길어지면 경제 비관하는 유권자 많아질 가능성
▶ 증시는 상관없다 평가도…2020년 주가 올랐지만 트럼프 패배
최근 미국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이 같은 경제 상황이 오는 11월 대선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증시 급락 때문에 경제가 어렵다고 인식하는 유권자가 많아지면 그동안 고물가 때문에 공화당의 공격을 받아온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수세에 몰릴 수 있다고 본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증시 급락을 해리스 부통령 책임으로 돌리며 경기 비관론을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증시가 개장과 함께 급락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주식시장이 붕괴하고 있고, 고용 숫자는 끔찍하며, 우리는 3차 세계대전을 향해 가고 있는데 역사상 가장 무능한 지도자 두 명을 갖고 있다.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은 샌프란시스코와 캘리포니아를 통째로 파괴한 극좌 미치광이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유권자들은 선택할 수 있다. 트럼프의 번영이냐 카멀라의 붕괴(crash)와 2024년 대공황이냐”라고 적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이 순간세계에서 실질적인 경제적 재앙을 촉발할 수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4년간 제공한 것과 같은 안정적인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공격을 두고 정치매체 더힐은 그동안 경제를 자신에게 유리한 의제로 여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이번 증시 급락을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 때문에 경제가 나빠졌고 해리스 부통령도 책임이 있다는 메시지를 강화할 기회로 포착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SNS 글은 경제 메시지와 경제 상태가 11월 대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미국 유권자들은 그간 여론조사에서 경제와 물가를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지속해서 지목해왔는데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경제 상태를 전혀 다르게 묘사해왔다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가 파국 직전이며 그 책임이 해리스 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주장은 올해 상반기 경제 성장률이나 일자리 통계를 고려하면 미국 경제가 나쁘지 않다는 다수 경제학자의 평가와 배치된다.
그러나 유권자 다수는 여론조사에서 경기가 침체했다고 답변하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적인 평가에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그간 유세에서 ‘중산층 강화’를 약속하며 긍정적인 경제 비전을 제시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달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유세에서 “우리는 미국의 경제를 세계에서 가장 튼튼하게 유지하는 미래를 믿는다”면서 “모든 사람이 사업을 시작하고, 집을 소유하며, 세대 간 부를 축적할 기회를 가지는 미래”라고 말했다. NYT는 주식시장의 장기 침체나 긍정적인 경제 지표 같은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선거를 앞두고 일부 유권자의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역할도 주목했다.
연준이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경우 물가가 드디어 잡혔고 소비자의 경제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인식이 강화되면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도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수 민주당 인사는 연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해 해리스 부통령에게 피해를 줬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를 너무 미룬 탓에 경기가 경착륙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투자자들이 주식을 서둘러 던지는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반면 주가지수가 선거에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관측도 있다.
2020년 대선 당시 증시는 경제가 코로나19에서 회복할 것이란 기대와 막대한 유동성 덕분에 많이 올랐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공화당 여론조사원인 프랭크 런츠는 엑스에서 “주식시장은 상관이 없다. 주식시장이 상승할 때 트럼프를 돕지 못했으며, 하락할 때 해리스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