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퍼태풍 ‘야기’ 강타
▶차량 12대 강물 추락
▶ 20명 탄 버스 급류에
▶LG전자 공장 등 붕괴
수퍼태풍 ‘야기’가 강타한 베트남에서 다리가 무너지고 버스가 급류에 휘말리면서 사망·실종자가 150여명으로 불어났다. 한국 기업 공장을 비롯한 현지 산업계 피해도 커지는 가운데 추가 폭우가 예상돼 곳곳에서 산사태 위험 경보가 발령됐다.
지난 7일 베트남 북부에 상륙한 태풍 야기로 인해 10일까지 87명이 사망하고 70명이 실종됐다고 관영 VTV 방송이 보도했다. 하노이를 비롯한 베트남 북부 일대에 사흘째 폭우가 쏟아지면서 홍수와 산사태에 따른 인명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 북부 푸토성에서는 베트남 북부 최대 강인 홍강을 지나는 퐁차우 철교가 무너져서 트럭 등 자동차 10대와 모터사이클 2대가 강으로 추락했다. 구조 당국은 현장에서 3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나머지 차량 승객 등 최소 10명은 실종된 상태다.
375m 길이의 이 다리는 절반 이상이 무너졌고, 홍수로 일부 교각이 떠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지나던 한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다리가 무너지면서 앞서 달리던 트럭이 강물로 떨어지고 바로 그 뒤를 가던 모터사이클가 간신히 추락을 모면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담겼다.
북부 까오방성 산악지대에서도 승객 등 20명을 태운 버스가 산사태로 생긴 급류에 휩쓸렸다. 이후 버스에서 시신 4구가 발견되고 생존자 1명이 구조됐지만, 나머지 15명은 여전히 실종 상태라고 AP통신이 전했다. 북부 라오까이성 유명 관광지인 사빠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6명이 숨졌으며, 북부 호아빈성 산간 지역에서도 산사태에 주택이 매몰돼 일가족 4명이 사망했다.
산업계의 피해도 상당해 베트남 북부 제2의 도시이자 주요 수출항인 하이퐁시에서는 태풍 피해로 사업체 수십 곳이 이날 조업을 재개하지 못했다고 관영 일간 라오동이 전했다. 이곳에서는 여러 공장의 지붕이 강풍으로 날아간 가운데 폭우가 쏟아져 공장이 침수되면서 공장 설비와 제품 등이 물에 젖는 피해를 입었다.
특히 하이퐁 소재 LG 복합단지에 있는 LG전자 공장은 강풍에 벽이 무너졌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 또한 냉장고·세탁기 창고가 침수됐다고 LG전자가 로이터에 밝혔다. 하이퐁과 이와 인접한 꽝닌성에서 전봇대들이 강풍에 쓰러져 전력 공급이 차질을 겪고 있는 점도 조업 재개를 어렵게 하고 있다.
현지 당국은 태풍에 따른 이 지역 산업계의 피해 규모를 추산 중이며, 초기 집계 결과 100곳 가까운 기업이 총 수백만 달러 규모의 태풍 피해를 입었다고 라오동이 전했다.
관영 베트남전력공사(EVN)에 따르면 지난 7∼8일 가구 등 약 570만 고객이 태풍으로 정전 피해를 겪었고 이날도 북부 베트남 주민 약 150만 명이 전력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야기가 베트남 북부 주요 지역에 최고 시속 100마일의 강풍과 300mm 이상의 폭우를 몰고 오면서 인명 피해가 컸다. 특히 북부 호아빈성·선라성에서는 무려 강수량이 430∼440mm에 이르는 호우가 쏟아졌다. 베트남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30년간 베트남에 상륙한 태풍 중 야기가 가장 강력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