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정책서 날 선 대립…초박빙 접전구도서 부동층 표심잡기에 승부수
▶ 해리스, 트럼프에 ‘독재자·남성 우월주의자·억만장자’ 프레임 씌우기
▶ 트럼프, 해리스에 바이든정부 실정 공동책임·’급진 좌파’ 이미지 부각
미국 대선 결전의 날(11월 5일)이 가까워질수록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유리한 쟁점 이슈를 부각하며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초박빙 대결세가 지속되자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해리스 부통령과, 백악관 탈환을 꿈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책 대결’에서 우위를 차지한 뒤 이를 유권자의 지지로 연결하기 위해 사활을 건 이슈전쟁을 진행 중이다.
두 후보 모두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는 이슈를 둘러싸고 상대방의 과거 언행을 집요하게 공격하면서 자신의 입장과 정책이 더 우수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선 역사상 가장 대척점에 선 두 후보로 평가되는 두 사람은 지난 10일 열린 첫 대선후보 TV 토론에서도 감정 섞인 날 선 비판을 섞어가며 거의 모든 토론 주제에서 대립각을 세웠다.
치열한 접전 선거 구도 아래에서 지지층을 굳건히 유지하는 ‘집토끼 지키지 전략’과 동시에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지 망설이는 ‘스윙보터'(swing voter·부동층 유권자) 표심을 끌어오려는 데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무엇보다 미국적 민주주의의 가치·신념을 지키는 것에 ‘이슈 파이팅’의 방점을 찍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사회가 오랫동안 신봉해온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1순위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이 패한 2020년 대선 결과에 여전히 불복하고 있고, 극보수 지지자의 2021년 미 의사당 난입 폭동을 부추겼다는 의심을 받는 데다 당선 시 그들을 사면하겠다고 언급한 점을 들어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요체인 헌법 질서를 교란하는 인물임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과 친하게 지냈다고 주장한 것과 취임 첫날만 독재자가 되겠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독재자”라고 역공을 펴는 것도 ‘민주주의 대 독재의 대결 구도’로 프레임을 굳히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이번 대선의 최대 쟁점의 하나로 떠오른 생식권(출산과 관련해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 역시 해리스 부통령이 집중적인 공세를 펴는 지점이다.
지난 2022년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이 연방 차원에서 낙태권을 인정해온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보수 성향 대법관 3명을 임명한 점을 들어 그에게 ‘남성 우월주의자’, ‘여성을 학대하는 착취자’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
여성 유권자 표심을 노린 것인데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엮인 성추문 재판과 맞물려 여성 지지율 상승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캠프 안팎에서 평가하고 있다. 이에 해리스 캠프는 기세를 몰아 생식권을 쟁점화하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 팜비치를 시작으로 전국 버스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억만장자들만 보호하는 이기주의자’라고 규정하는 것도 또 하나의 공세 포인트로 삼고 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중산층 재건과 노동조합 보호 등에 초점을 맞춘 경제 공약을 통해 노동자 계층 유권자가 몰린 ‘러스트 벨트'(오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에서 승기를 잡으려고 부심하고 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진보적 정책과 입장에 ‘급진좌파’, ‘공산주의자’ 딱지를 붙이면서 이념공세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세 현장에서 연설을 할 때나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면서 해리스 부통령 이름 앞에 ‘동지'(comrade·공산당원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공격은 무엇보다 남부 국경을 통한 불법 이민자 대량 유입 문제에 집중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재임 기간 불법 이민자 숫자가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상 국경문제를 도맡았던 해리스 부통령의 책임이며 이로 인해 미국 내 범죄율이 상승하는 심각한 위기를 불러왔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그는 해리스 부통령을 ‘국경 차르'(border czar)라고 조롱하기도 한다.
특히 2016년 대선 당시 열광적 지지를 모은 ‘국경 장벽 공약의 2탄’ 격으로 백악관 복귀 첫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펼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지지세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권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경제·인플레이션 문제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의 실정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2인자로서 경제 정책 실패에 공동책임이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오랜 인플레이션으로 민생고에 시달리는 유권자 표심에 호소하는 전략이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 등 경쟁국과 관세 상호주의에 입각해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재정을 확보, 미국의 노동자·농민·산업을 보호하고, 소득세율 및 대기업 법인세율을 인하하겠다는 정책을 내놓았다.
아울러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제 공약은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을 해결해 인플레이션 억제 및 완화를 이끌겠다는 게 골자다.
대선에서 승리하면 억만장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정부효율위원회를 신설해 불필요한 재정 지출을 삭감하고 ‘그린 뉴딜'(친환경 경제성장 정책)을 폐기하는 한편 미국 내 원유 및 가스 시추를 통해 에너지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 등이다.
이 밖에도 두 후보는 대외 정책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글로벌 문제 대응을 위해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협력 네트워크를 굳건히 유지하는 바이든 정부의 기조를 계승하는 입장인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힘을 통한 평화’를 기조로 미국 국익을 우선하면서 동맹에 재정적 안보책임 분담을 강조하고 있다.
두 후보의 한반도 정책도 이견이 선명하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북 억지력 유지를 위해 한미동맹과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1기 트럼프 행정부 시절과 비슷하게 한국의 주한미군 주둔 비용 부담을 강조하는 동시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직접 정상외교를 통한 과감한 북미 관계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내비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