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은, 전술핵무기 대량 생산 역량 과시
▶ 최신식 시설에 원심분리기 빼곡한 모습
▶ 미 대선 50일 앞 협상 우위 노린 포석
▶ 한미 정보당국 “미 대선 후 핵실험 전망”
북한이 13일 핵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최초 공개했다. ‘핵보 유국’ 지위를 내세워 대선을 50여 일 앞둔 미국과 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포석으 로 풀이된다. 7 차 핵실험의 실행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핵무기연구소와 무기급 핵물질 생산시설을 방문 해 핵탄두와 핵물질 생산실태를 보고받고, 생산 확대를 위한 과업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우라늄 농축시설의 사진까지 공개했는데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북 한이 핵심장비인 원심분리기를 포함해 우라늄 농축시설 내부의 모습을 관영 매체를 통해 직접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개된 사진엔 원심분리기와 캐스케이드 (연속 농축을 위해 원심분리기를 연결한 설비)가 시설 내부를 꽉 채우고 있었다. 원심분리기는 원심분리법(우라늄가스를 극한의 속도로 회전)으로 핵분열 물질인 U-235를 추출하는 설비다. U-235는 자연 상태에서는 0.7%밖에 없지만, 핵무기에는 90% 이상인 우라늄이 필요하다.
원심분 리법은 전력 소모도 적고, 소규모 시설에서도 운용이 가능해 은밀한 농축 작업이 가능하다. 전문 가들은 통상 2,000여개의 원심분리기로 우라늄 원자탄 2기를 제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사진 자체만으로 핵물질 보유 능력과 이에 따른 핵탄 두 생산 능력을 과시한 셈이다. 군과 정보 당국은 북한이 1980년대부터 영변 등 핵시설에서 핵물질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1만 개가량의 원심분리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추정도 내놓는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은 플루토늄 70㎏ 이상을 보유한 것은 물론 고농축 우라늄도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기에 북한은 “새형의 원심분리기 사업도 계획대로 내밀어 무기급 핵물질 생산 토대를 더 한 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효율성이 높은 원심분리기를 제조 하겠다는 뜻으로, HEU 생산 역량을 자체적으로 높이고 있다는 뜻이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베일에 싸였던 북한의 최신 우라늄 농축시설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라며 “미 대선 토론회에서 북핵문제 가 농담거리 소재로 사용되자 이에 대한 주의 환기를 노린 목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선을 앞둔 미국의 관심을 끌고, ‘핵보유국’ 지위 강조 를 통해 향후 미국 과의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 라는 것이다.
미국과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비핵화가 아닌 군축, 또는 동결 방향으로 갈수 있도록 핵무기 를 최대한 많이 생산해 놓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직 국방부 고위관료는 “핵협상을 재개하더라도 결국 시작점은 동결일 수 밖에 없다”며 “그 기준점을 자신들에 유리하게 HEU 대량생산능력을 과시하 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핵보유 지위를 강조해 수해로 인한 민심 이반을 막으려 고 하는 행보로 읽힌다”고 분석했다.
이날 HEU 제조시설 공개로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제기된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50일간 북한은 전략·전술 무기 카드를 상당히 빠르게 꺼내 들 것”이라며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는 (북한 연쇄 도발 의) 가장 중요한 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핵실험의 유력한 시점으로는 미 대 선이 열리는 11월 전후가 꼽힌다.
<문재연·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