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초박빙 판세·유권자 불신에 대선 취재 인력 보강

107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로이터]

▶ 선거사기 주장과 가짜뉴스 확산에 ‘신뢰받을 보도해야’ 중압감

미국 대선이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초박빙 양상으로 흐르면서 미국 언론사들이 개표 결과를 취재하고 분석할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대선은 승패를 가리는데 며칠이 걸릴 가능성이 있는 데다 엄청난 양의 가짜뉴스가 범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언론사들이 시청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보도를 해야 한다는 엄청난 중압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보수층을 중심으로 선거 제도와 언론사의 보도를 의심하는 분위기가 있어 언론사들이 자사 보도 내용과 방식을 독자들에게 설명하는데 과거보다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대표 뉴스통신사인 AP는 자사의 개표 결과 보도를 독자들에게 설명하는데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기자들을 추가로 채용했다.

AP는 선거 때마다 개표 결과를 자체적으로 집계·분석해 승자를 선언하는데 정확도가 높고 권위가 있어 많은 미국 언론이 인용 보도한다.

AP의 줄리 페이스 경영 담당 에디터는 “선거, 그리고 일반적으로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 있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이 일을 정말 오래 해왔기 때문에 대중도 그것을 알고 있고 우리가 승자를 발표하면 사람들이 믿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우리가 그 이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NBC뉴스는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카운티(미국의 주(州)보다 작은 행정 구역 단위)에 일명 ‘카운티 캡틴'(county captains)이라 불리는 기자들을 새로 파견해 개표 과정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CNN은 경합주에서 개표 결과를 두고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법률 전문가들을 확충했다.

CBS뉴스는 선거 당일 대량의 잘못된 정보가 유통될 것에 대비해 작년에 기자 약 20명으로 구성된 새로운 팩트체크 팀을 만들었다.

이 팀은 선거일에 개표기가 고장 났다거나 투표소에 문제가 있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될 경우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NYT도 주요 카운티와 선거구의 개표 결과를 취재하기 위해 기자를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기자들은 부재자 투표와 우편 투표 등 아직 개표하지 않은 표가 얼마나 남았는지 등을 집계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긴 2020년 대선 때는 투표소 직접 투표보다 개표 순서가 늦은 부재자 투표와 우편 투표가 나중에 집계되면서 방송사의 개표 결과가 갑자기 크게 바뀌는 일이 일어났다.

민주당이 공화당보다 우편 투표를 더 많이 활용했기 때문에 우편 투표 결과가 반영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기던 주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넘어갔고 트럼프 측은 언론사가 민주당을 위해 표를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미국 대중이 언론의 선거 보도를 의심하게 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지금까지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확실한 증거 없이 2020년 대선 결과가 사기라고 주장하는데 그의 지지자 다수가 이에 동조하고 있다.

AP의 페이스 에디터는 “미국 정치의 유명 인사들은 광범위한 사기가 있었다는 증거 없이 선거 결과에 문제를 제기해왔다”며 “그러니 대중은 당연히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상황을 우리의 책임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보수 언론도 선거 보도 논란을 피해 가지 못했다.

폭스뉴스는 2020년 대선 개표 방송에서 그 어느 언론사보다 먼저 경합주인 애리조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보도에 분노했고, 그의 참모들은 폭스뉴스에 애리조나 결과 예측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폭스뉴스는 철회하지 않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에서 질 것이라는 보도는 정확했다.

이번 대선에서 폭스뉴스는 우편 투표 결과를 더 잘 예측하기 위한 새로운 모델을 개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