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리케인 헐린 이어 밀턴 접근…대선 앞두고 경합주 잇딴 강타 전망
▶ 트럼프, 정부 대응 문제점 부각하며 표심 공략…해리스 반박에 바이든도 지원사격
11월 5일 대선을 앞두고 대형 허리케인 ‘밀턴’이 미국 남동부를 향해 이동하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 공방이 8일 격화되고 있다.
허리케인 헐린으로 대선 경합주인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를 포함해 남동부 지역에서 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지 2주도 안돼 또 다시 허리케인이 올라오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 정부의 대응 능력 부족을 비판하면서 정치 쟁점화하고 있어서다.
해리스 부통령은 실제 고통 받는 국민이 있는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게임을 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동시에 조 바이든 대통령은 허리케인 대응을 이유로 순방 일정까지 무기한 연기하면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바이든·해리스 정부의 허리케인 헐린 대응과 관련, “미국 역사상 최악의 폭풍 내지 허리케인에 대한 대응”이라면서 “또 다른 하나(허리케인)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 무능한 바보들을 4년 더 견딜 수 없다”면서 “전 세계가 우리를 비웃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글에서 “허리케인 헐린의 재앙을 겪은 사람들을 돕는 데 있어서 그녀의 무능은 역사상 최악으로 평가되고 있다”면서 “그게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심지어 카트리나 때보다 최악”이라고 말했다.
카트리나는 2005년 미국 남동부를 강타했던 초대형 허리케인으로 1천8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플로리다에 거주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초 이날 히스패닉 유권자를 겨냥한 라운드 테이블 및 공중 보건 관련 타운홀 이벤트를 각각 개최하려고 했으나 허리케인 밀턴을 이유로 순연키로 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유세에서 “그들은 (허리케인으로) 집이 떠내려간 국민들에게 750달러(약 100만원)만 주면서 대다수 국민이 들어본 적도 없는 나라들에는 수백억 달러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카멀라가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연방 재난관리청(FEMA) 예산을 불법 이민자를 위한 주택에 다 써버렸다”고 밝혔으나 두 주장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ABC 뉴스 등 미국 언론은 보도했다.
그는 폭스뉴스에서 바이든-해리스 정부의 허리케인 대응 지원이 편파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공화당 지역의 경우 사람들은 매우 나쁜 대우를 받고 있다”면서 “그들은 생수는 물론이고 아무것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허위 주장을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ABC 방송의 토크쇼 ‘더뷰’에 출연, “무책임하고 냉담함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자신이 조지아주 허리케인 피해 지역을 방문했을 때 남편을 잃은 여성을 만난 것을 거론하면서 “이 여성은 남편을 잃었다. 주민들은 집을 다시 지을 수 있는지에 대한 희망도 없이 집을 잃었는데 누군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적 게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항상 다른 사람의 필요보다 자신을 우선시하고 있다”면서 “기초적 수준에서의 공감 능력 부족”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허리케인 대응에 대해 “이것은 당파나 특정 지도자의 정치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한 뒤 허리케인 밀턴의 예상 경로에 있는 주민들을 향해 공무원들의 대피 요구가 있을 경우 반드시 이에 따라달라고 당부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 뉴욕으로 이동하기 전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직 대통령이 헐린 생존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을 비롯해 (지원 측면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많은 허위 정보가 유포되고 있다”면서 “그것은 매우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FEMA는 절실하게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많은 자원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고 강조했다고 백악관 풀 기자단이 전했다.
그는 또 공화당 소속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허리케인 밀턴 대응과 관련한 자신의 전화를 받지 않은 것과 관련, “위기 상황에서 정치 게임을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허리케인 밀턴의 위력을 경고하면서 주민들에게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10∼15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독일 및 앙골라 순방 일정도 순연하면서 허리케인 대응에 ‘올인’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일에는 허리케인 헐린이 강타해 막대한 인적·물적 피해를 본 노스캐롤라이나주 서부에 군 병력 500명을 추가 투입하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그는 당시 군 병력뿐 아니라 6천100명 이상의 주 방위군과 7천명 이상의 연방 요원이 현재 현장 활동을 지원 중이라고 설명하면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별개로 FEMA도 허리케인 지원과 관련한 각종 허위 정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허리케인 대응 문제를 둘러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공방이 격화되는 것은 허리케인으로 남부 경합주 지역이 큰 피해를 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허리케인 헐린의 경우 플로리다와 함께 조지아 및 노스캐롤라이나를 강타했으며 두 지역 모두 대선 승패를 결정할 수 있는 남부 경합주 지역이다.
특히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허리케인 헐린으로 인한 피해로 대선 투표가 차질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 상태다.
이 때문에 허리케인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미국 대선의 돌발 변수인 이른바 ’10월의 서프라이즈’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차범위 내 박빙 대결이기는 하지만 조지아 및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허리케인 발생 전까지의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다소 상승 흐름을 탄 듯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