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부통령 후보, 대선 제도 개편 주장… “선거인단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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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부통령 후보 월즈 주지사[로이터]

▶ 트럼프측 “트럼프 승리 막으려는 포석”…해리스 캠프 “공식입장 아냐”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지금의 대통령 선출 방식이 소수 경합주에 관심을 집중하게 만든다고 지적하며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 더힐 보도에 따르면 월즈 주지사는 전날 캘리포니아주 새크라멘토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 “내 생각에는 우리 모두 알다시피 선거인단 제도를 없애야 한다. 우리는 전국 일반 투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펜실베이니아 비버 카운티를 이겨야 한다. 우리는 펜실베이니아 요크로 가서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위스콘신에 있으면서 이겨야 한다. 우리는 네바다 리노에서 이겨야 한다. 여러분이 오늘 여기서 주는 도움은 우리가 그렇게 하는 데 도움 된다”고 말했다.

미국 대선은 단순히 더 많은 표를 가져가는 후보가 이기는 게 아니라 50개 주(州)와 수도인 워싱턴DC에 배정된 선거인단(electoral college) 총 538명 중 과반(270명 이상)의 표를 확보하는 후보가 승리한다.

인구수에 따라 주별로 배정된 선거인단 숫자가 다른데 해당 주의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한 표라도 더 많이 얻는 후보가 그 주에 배정된 선거인단을 전부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메인·네브래스카주 제외)다.

이 때문에 대통령 후보들이 미국 유권자 전체의 표심을 두고 경쟁한다기보다는 각 주 단위로 선거를 치르는 셈이다.

이런 선거 제도에서 민주당이나 공화당 어느 한쪽으로 확 쏠린 주는 승패에 중요하지 않다.

월즈 주지사가 방문한 캘리포니아처럼 민주당 대선 후보를 꾸준히 찍어온 곳이 그런 주에 해당한다.

심지어 캘리포니아는 50개 주 가운데 가장 많은 54명의 선거인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승리가 당연시되기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둘 다 별 공을 들이지 않고 있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초접전을 벌이는 7개 경합주(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는 대선 승패를 좌우할 수 있어 두 후보 모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월즈 주지사가 말하는 전국 일반 투표는 한국에서 하듯이 주 단위의 투표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는 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미국 정치권과 학계에서 계속 나온 주장이다.

선거인단 제도에서는 경합주가 과도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경합주 유권자를 포섭하기 위한 맞춤형 공약을 내놓고 있다.

천연가스 산업에 의존하는 펜실베이니아를 위한 수압 파쇄법(fracking·프래킹) 지지와 서비스 노동자가 많은 네바다를 위한 팁 소득 면세가 그런 사례다.

무엇보다 선거인단 제도에서는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더 많은 표를 얻고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밀려서 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2016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2000년 민주당 앨 고어 부통령이 공화당 조지 W. 부시에게 그렇게 패배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앞서면서도 경합주에서는 초접전 양상이라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에 규정된 선거인단 제도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선거인단 제도를 폐지하려면 헌법을 개정하거나 주(州) 차원에서 전체 투표에서 이긴 후보에 선거인단을 주기로 합의해야 한다.

공화당은 2004년 조지 W. 부시 이후 대선 전체 투표에서 승리한 적이 없어 선거인단 제도 폐지에 부정적이다.

현재 17개 주와 워싱턴DC가 전체 투표에서 이긴 후보가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대부분 민주당 세가 강한 지역이다.

CBS뉴스에 따르면 트럼프 캠프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이길 경우 그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한 포석 작업이 아니냐고 즉각 비판했다.

트럼프 캠프는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그는 헌법 1조를 싫어한다. 연방대법원도 싫어한다. 선거인단 제도도 싫어한다”면서 월즈 주지사는 “왜 그렇게 헌법을 싫어하는가?”라고 물었다.

NYT는 해리스 캠프가 경제와 낙태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위협에 선거 메시지를 집중하려는 가운데 월즈 주지사가 이번 발언으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관측했다.

월즈 주지사의 대변인은 해리스 캠프가 선거인단 제도 폐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대선에 출마한 2019년 한 TV쇼에서 선거인단 폐지 논의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정치 제도를 뒤집을 정도의 개편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NYT는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