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부실하게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60)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무죄가 내려지자 유가족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검찰에 항소를 촉구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17일(한국시간 기준) 김 전 청장 등에 대한 선고 직후 낸 논평에서 “사법의 역할을 저버린 기만적 판결”이라며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난 예방과 대응의 책무를 방기해 159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주요 책임자들에 대해 죄를 물어야 함에도 법원은 면죄부를 줬다”며 “법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공직자로서의 책무가 얼마나 무거운지 숙고하고 이를 국가책임자와 사회구성원에게 일깨워 줄 기회를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부실 수사와 법원의 소극적 법 해석으로 참사의 책임자 처벌은 지연됐고 피해자 권리는 또 한 번 침해당했다”며 “검찰은 즉시 수사를 보강해 항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가족협의회 이정민 위원장은 이날 선고 후 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법부의 정의를 밝히는 공판이 아니라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며 “‘문제는 있어 보이는데 죄는 없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한탄했다.
이어 “앞으로도 김광호를 포함한 책임 있는 자들의 모든 책임을 낱낱이 밝히기 위해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백민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려던 사건을 재판부도 덩달아 소극적인 판결로 면죄부를 주고 말았다”며 “과연 검찰이 공소 유지를 충실하게 했는지도 의문이지만 법원까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책임 묻는 것에 소극적인 것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백 변호사는 “이태원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지금까지 형사재판으로 밝히지 못한 것들을 밝히고 책임자가 마땅한 책임을 지도록 제도적인 개선책까지 제시해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참사가 우리 사회에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유족들은 이날 선고에 앞서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책임자를 처벌하라’,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을 엄벌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법원에 엄벌을 촉구했다.
법원은 이날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청장과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정대경 전 112 상황팀장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