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국내정치 싫어!…해외이민 떠나는 ‘디지털 노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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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국내 정치 상황이 싫어 단기 해외 이민을 떠나는 디지털 노마드가 늘고 있다. 해당 국가 관련 이민법과 미국에서의 납세 관련 규정을 잘 이해하고 계획을 세워야 한다. [로이터]

▶ 50여 개국 디지털 노마드 비자 발급
▶ 타국에서 원격 근무하며 이민 생활
▶ ‘생활비·시차·업무 환경’ 등 확인
▶ 세금 보고 및 납부 반드시 챙겨야

국내 정치판이 싫어 단기 해외 이민을 꿈꾸는 사람도 있다. 비싼 비용과 복잡한 절차 때문에 해외 이민을 실행에 옮기는 사람을 적다. 하지만 혐오스러운 정치 상황이 해외 이민을 한 번쯤 꿈꾸게 하는데 특히 대통령 선거와 같은 굵직한 선가 있는 해면 관심이 높아진다. 올해도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단기 해외 이민’(How To move abroad)에 관한 인터넷 검색이 급증하고 있다. 해외 이민이 가능 하려면 생활에 필요한 소득이 보장돼야 하는데 세계 어느 곳에서든 업무가 가능한‘디지털 노마드’ 세상이 열려 철저한 계획만 있다면 어렵지 않다.

■50개국 디지털 노마드 비자 발급

현재 수십 개국에서 원격 근무 비자인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받으면 대개 6개월~2년 간의 비자 유효 기간 동안 외국 생활이 가능하다. 비자를 받으려면 원격 근무를 통해 충분한 소득이 있음을 증명해야 하면 된다. 에스토니아가 처음 도입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급하는 나라는 2020년 전까지 약 6개국에 불과했다.

이후 초고속 인터넷 보급 속도가 빨라지고 코로나 팬데믹 기간 원격 근무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지면서 지금은 50개나 넘는 나라가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급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통한 단기 해외 이민을 계획 중이라면 미국과 이민 목적지 국가의 관련 법률(특히 세법)을 잘 이해하고 따라야 한다. 그런 다음에는 재정 계획을 철저히 수립해야 성공적인 단기 해외 이민이 가능하다.

■비자 자격 확인하기

대부분 디지털 노마드 비자 참여국은 비자 발급 대상으로 특정 직업 및 소득과 관련된 명확한 자격 요건을 요구한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에서는 원격 근무가 가능함을 증명해야 함은 물론이고 월 소득이 최소 3,280유로(3,541 미 달러·10월22일 환율 기준)를 넘는 신청자에게만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급한다. 비자 발급 기준 소득으로 해당 국가 최저 임금의 최소 네 배 이상을 요구하는 나라가 대부분이다. 나라별 최저 임금 기준이 크게 다르고 항상 변동하기 때문에 최신 임금 기준에 맞춘 원격 근무 소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국가 ‘생활비·시차’ 등 조사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회사에서 첨단 제품 매니저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조이 카예타노는 디지털 노마드 ‘선수’다. 지금은 서울에서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보내는 카예타노는 이전에도 몬트리올, 바하마 등에서도 장기 원격 근무 생활을 한 바 있는데 매번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다.

바하마에서 거주할 때는 잦은 허리케인 발생으로 전력이나 무선 인터넷이 끊기는 바람에 본사와의 줌 미팅을 할 수 없었던 적이 많았다. 현재 살고 있는 서울의 인터넷 서비스는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럽지만, 살인적인 생활비가 무척 부담스럽다. “서울에서는 채소가 소주보다 비싸고 과일이 스무디보다 비싸다”라는 카예타노의 현재 생활비는 월 3,000달러~3,500달러로 바하마와 몬트리올 생활비의 2~3배를 넘는다.

생활비와 함께 점검해야 할 것이 바로 시차다. 가능하면 본사와 시차가 적은 나라를 선택해야 원격 근무에 따른 불편함을 덜 수 있다. 카예타노가 현재 살고 있는 서울과 직전 회사가 위치한 샌프란시스코의 시차는 16시간이다. 밤낮이 뒤바뀐 생활을 견디다 못한 그녀는 결국 서울과 시차가 적은 케냐 나이로비에 본사를 둔 회사로 이직해 지금도 서울에서 생활하며 원격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필요시 이민법 변호사 도움

대부분 나라에서는 디지털 노마드 비자 신청을 목적으로 우선 관광 비자로 입국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금지한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대개 출발 국가와 도착 국가에서 별도로 신청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포르투갈의 경우 디지털 노마드 비자인 D8 비자를 받으려면 미국 소재 포르투갈 영사관에서 신청해야 하고 신청비는 90달러~150달러다. 발급 기간은 4주~6주이며 주택 임대 계약서 또는 에어비앤비 계약서와 같은 포르투갈 내 거주지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D8 비자 유효 기간은 120일로 짧기 때문에 포르투갈에 입국한 뒤 이민국을 통해 단기 영주권 또는 노동 허가증에 해당하는 ‘거주 카드’(Residency Card)를 신청해야 한다. 거주 카드를 신청하려면 건강 보험 증명서 포르투갈 은행에 최소 9,840유로(1인 기준)가 입금된 잔고 증명서 등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거주 카드를 발급받으면 2년까지 원격 근무를 할 수 있고 갱신도 가능하다. 이민 목적 국가의 이민법이 까다롭거나 신청 서류가 복잡한 경우 이민법 전문 변호사 등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세금 보고 및 납부 챙기기

미국은 모든 시민권자에게 영구 납세 의무를 부과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다. 해외에서 많은 세금을 납부하고 미국 내 수입이 없더라도 시민권자는 매년 세금 신고를 해야 한다. 해외 거주 시민권자의 세금 보고 마감일인 일반적인 세금 보고 마감일인 4월 15일 이후 두 달간 자동 연장된다.

자동 연장 뒤에도 추가 연장이 필요한 경우 4868 양식을 제출해 마감일을 10월 15일까지 연장할 수 있다. 세금 보고 마감일 연장 신청은 복잡하지 않지만, 납부할 세금이 있는 경우 납부 마감은 연장되지 않는다. 예상 납부 세금은 세금 보고 연장을 신청할 때 납부해야 한다. 해외 거주 시민권자가 ‘연방국세청’(IRS)에 세금 보고를 할 때 모든 해외 소득과 외국 세금 신고서를 함께 제출하면 ‘해외 소득세 공제’(Foreign Income Tax Credit)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소득원에 따라 미국에서 납부할 세금 일부 또는 대부분을 줄일 수 있다. IRS 관련 정보: https://www.irs.gov/individuals/international-taxpayers/us-citizens-and-resident-aliens-abroad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 가입

디지털 노마드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이를 겨냥한 각종 비즈니스가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공동 근무와 공동 거주 공간을 제공하는 비즈니스다. 디지털 노마드 서비스 업체 ‘Avnea’는 멕시코에 한 곳, 그리스에 두 곳의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약 100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업체가 해당 국가의 주택이나 호텔을 임대하고 이를 디지털 노마드에게 재임대하는 사업 방식이다. Avnea의 경우 가입비로 500유로를 내야하고 월세는 700유로부터 시작된다.

이 밖에도 개인 침실, 개인 거주지, 작업 공간 및 공과금 여부에 따라 기타 비용을 내면 된다. 디지털 노마드 서비스 업체는 공동 작업 공간이 포화 상태인 도시보다는 주거비가 저렴한 지역을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한다.

Avnea는 그리스와 같은 남부 유럽에서는 젊은 층이 떠난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디지털 노마드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 디지털 노마드에게 현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지역 사회와 연결을 돕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