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차 ‘플렉스’하다 재정 망치는 ‘카 푸어’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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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차량 구입으로 생활비에 쪼들리는 ‘카 푸어’가 늘고 있다. 차량 구입 시 납부 가능한 월 할부금을 기준으로 구입 가격을 정하는 것이 좋다. [로이터]

▶ 팬데믹발 가격 급등에 깡통 차량↑
▶트레이드인 4대 중 1대가 깡통
▶ 60개월~84개월 상환 크게 늘어
▶할부액 기준으로 구입 가격 정해야

많은 미국인이 ‘카 푸어’(Car Poor) 인생을 살고 있다. 차량은 보유하고 있지만 할부 금액이 너무 높아 생활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카 푸어다. 차량 정보지 ‘에드먼드’(Edmund)가 카 푸어와 함께 과도한 차량 구입 대출액이 중고차 시세를 넘어선 깡통 차량이 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깡통 차량은 중고차 시세가 갚아야 할 대출액보다 낮은, 이른바 ‘역자산’(Negative Equity) 차량이다. 새 차 구입을 위해 보유 차량을‘트레인드인’(Trade-In) 하려면 새 차 구입비 외에도 중고차 시세와 대출액 간 차액을 더 내야 하기 때문에 차량 구입 후 카 푸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트레이드인 4대 중 1대 ‘깡통 차량’

에드먼드 보고서는 차량 평균 역 자산 금액은 우려할만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올해 3분기 새 차를 구입하면서 딜러에 트레이드 인 된 차량 중 약 24.2%가 역 자산 차량이었다. 평균 역자산 금액은 약 6,400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새 차를 구입하면서 새 차 구입비 외에도 기존 차량 대출 상환을 위해 6,400달러를 더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이들 역자산 차량 중 약 22%는 중고차 가격을 제외하고도 남아 있는 대출액이 1만 달러를 넘었고 약 7.5%는 역자산 금액이 1만 5,000달러 이상으로 조사됐다. 역자산 차량 보유자가 남은 대출액을 갚을 현금이 없다면 새 차 구입 대출에 포함하는 방법이 있지만 그럼 대출액이 눈덩이처럼 불어 새 차 구입 즉시 카 푸어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새 차 구입비가 커지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과도한 대출로 구입한 새 차를 팔거나 트레이드인 할 때 역자산 상황이 되풀이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제시카 칼드웰 에드먼드 총괄 디렉터는 “갚아야 할 대출액이 중고차 시세보다 1,000~2,000달러 더 많다면 큰 부담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역자산 금액이 1만달러~1만 5,000달러로 매우 높은 카 푸어 차량 보유자가 급증하는 현상이 매우 우려스럽다”라고 지적했다.

■팬데믹발 가격 급등이 원인

역자산 금액이 늘어 카 푸어 신세로 전락한 차량 보유자가 갑자기 늘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카 푸어가 늘어나기 시작한 시기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인 2021년~2022년부터다. 당시 공급망 대란 등으로 신차 재고량이 바닥을 드러냈고 중고차 시장은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차량 재고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차량 판매 가격은 치솟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체 권장가격’(MSRP)에서 가격을 깎아 구매하는 것과 달리 오히려 웃돈을 주고 사는 현상이 빈번했다. 결국 대출을 무리하게 받아 차량을 구입하는 바람에 할부금 납부에 어려움을 겪거나 갚아야 할 대출액이 중고차 시세보다 훨씬 많은 깡통 차량이 급증했다.

■60개월 넘는 상환 급증

에드먼드는 차량 할부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대출 상환 기간을 연장하고 대출을 다 갚기 전에 손해를 보고 차량을 파는 차량 보유자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도 경고했다. 에드먼드의 지난해 2분기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차량 할부금으로 매달 1,000달러가 넘는 돈을 내는 차량 보유자는 약 17%로 이 같은 비율은 이후 상승세다.

칼드웰 총괄 디렉터는 “과도한 대출로 차량을 구입한 사람 중 할부금을 갚지 못해 차량을 처분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이 같은 경우는 대출액이 중고차 가격보다 높은 대출 초기에 자주 발생하는데, 재정적으로 큰 피해를 발생시킨다”라고 지적했다.

재정 전문가들에 따르면 모기지 대출과 달리 차량 대출 상환 기간을 무리하게 연장하면 재정적으로 손해라고 피할 것을 당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차량 대출 상환 기간이었던 4년보다 긴 상환 기간을 선택하는 구입자가 늘고 있어 우려된다. 에드먼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새 차 구입 대출에 적용된 상환 기간 중 60개월(5년)이 넘는 대출이 무려 69%를 차지했다.

이중 상환 기간이 84개월(7년)인 대출은 약 18%로 계속 증가세다. 아이반 드러리 에드먼드 디렉터는 “상환 기간 연장으로 할부금을 낮출 수 있지만 대출 상환 기간 전에 차량을 처분해야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며 상환 기간 연장에 따른 재정적 손해를 지적했다.

에드먼드는 모두가 깡통 차량을 보유했다가 할부금을 감당 못 해 재정적 피해를 본 한 부부의 사례로 들었다. 남편이 갑자기 실직하면서 부부는 할부금 납부는 어려워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아둔 비상 자금조차 없어 차를 쉽게 팔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차를 팔려면 수천 달러가 넘는 금액을 더 내야 했기 때문에 결국 남편의 차를 은행에 반납하기로 했다. 은행에 압류된 남편의 차는 경매를 통해 다른 주인에게 팔렸지만, 남편은 남은 대출액과 압류 비용 등을 여전히 갚아야 했다.

■차량 구입 계산기로 구입 가능 가격 확인

에드먼드 등 차량 정보 사이트는 ‘차량 구입 계산기’(www.edmunds.com/calculators/affordability.html)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계산기에 납부 가능하는 월 할부 금액을 입력하면 상환 기간과 이자율에 따른 구입 가능 차량 가격이 제시된다. 신용평가기관 익스페리언에 따르면 최우수 등급 크레딧 점수를 보유한 경우 최근 신차 구입시 적용되는 이자율은 약 5.25%다. 그러나 크레딧 점수가 낮은 경우 차량 대출 이자율은 15.77%로 치솟는다. 중고차 대출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신차보다 높은 7.13%~21.55% 선이다.

에드먼드의 차량 구입 계산기에 월 할부 금액으로 500달러를 입력하고 48개월 상환 기간, 5.25% 이자율, 1,000달러 다운페이먼트를 적용하면 구입 가능한 차량 가격으로 1만 8,000달러~2만 1,000달러가 제시된다. 새 차를 사고 싶지만 대출 상환 기간을 7년까지 연장해야 한다면 차량 구매 능력이 없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무리한 구입을 피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