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라해진 미국… “중동 갈등 주도권, 이스라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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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UPI=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美 영향력 축소 뚜렷…이스라엘의 ‘보조 역할’ 전락”
▶ 對이란 보복 수위 조절 압박했지만…리더십 발휘 한계 노출
▶ 네타냐후, 역내 역학구도 재편 목표에 전쟁 활용

이스라엘이 이란과 친(親)이란 무장세력들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미국의 영향력 축소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보복 수위를 조절하도록 교섭에 나서는 등 일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분쟁 종식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에는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스라엘은 자국을 위협해온 세력들을 제압하고 역내 역학 구도를 재편한다는 목표로 중동 분쟁을 이용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역할이 쪼그라든 동안 이스라엘이 중동 분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분석가와 전직 외교관들의 견해를 전했다.

이들은 현재 중동의 갈등 상황을 이끄는 쪽은 이스라엘이라며 미국은 동맹인 이스라엘의 ‘윙맨’ 역할로 강등됐다고 진단했다.

이는 미국이 과거 중동 분쟁을 중재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미국은 1978년 이스라엘과 이집트의 캠프 데이비드 평화협정, 1994년 이스라엘과 요르단의 평화협정 등을 중재하며 중동의 평화를 주도적으로 도모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이 레바논 등지로 전선을 넓히는 과정에서 확전을 막는 데 뚜렷한 역할을 하지 못했단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물론, 미국이 영향력을 발휘한 측면도 있다.

특히 이달 초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일각에서 이스라엘이 보복으로 이란의 석유 시설과 핵 시설 등을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스라엘이 미국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 지난 26일 보복을 단행하면서도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시 이스라엘은 이란 내 군 기지 등을 목표물로 삼았으며, 사전에 이란 측에 표적물과 관련한 언질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은 중동 분쟁을 종식할 ‘평화 구상’과 관련해선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역점을 둬온 가자지구 휴전 협상은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인질 소수를 석방하는 일종의 ‘스몰 딜’을 위한 협상은 재개됐지만, 중동 정세를 안정화할 보다 포괄적인 종전 계획은 아직 제안도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NYT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영향력이 크게 제한돼 있음을 깨닫고 평화를 위한 큰 구상을 내놓기보다는 대부분 외교적인 수습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분쟁을 역내 헤게모니 재편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의 목표는 가자지구 전쟁을 활용해 이스라엘의 적들 전반을 제압하는 것이라고 NYT에 설명했다.

이스라엘을 옹호하는 측에선 역내 역학 구도를 재편할 ‘한 세대에 한 번뿐인 기회’가 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측에선 이스라엘이 뚜렷한 계획도 없이 분쟁만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역사적으로 중동의 ‘격변’을 이용해 변화를 추진했다며 이번 중동의 위기 역시 그런 기회로 삼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대니얼 커처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는 이스라엘이 중요한 적들을 상당히 약화했다면 “이것은 지역 안정과 평화에 한 단계 더 가까워질 기회”라며 “분명히 희망의 순간이 있다”고 짚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가 극우 연정에 기대고 있다는 점 등 국내적 상황을 고려하면 평화를 위한 ‘빅 딜’을 성사하는 일은 매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커처 전 대사 역시 “비전이 있다고 해도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분쟁이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