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할머니 데보라 곽씨
▶ 한국 이름 ‘현수’ 지어줘
▶“2번 우승기원 절반 이뤄…늠름한 손자 자랑스러워”
“스탠포드 대학을 조기 졸업한 현수가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 뽑혀 본인이 그렇게도 원했던 프로야구 선수가 됐어요. 인사차 찾아 온 손자한테 ‘할머니의 꿈은 네가 월드시리즈 우승반지 두 개를 받는 거야’라고 축하해 줬죠. 드디어 현수가 첫 번째 우승반지를 끼게 됐으니 제 기도의 절반이 이뤄진 셈이네요.”
뉴욕 양키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LA 다저스가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을 확정지었던 지난달 30일 한국계 토미 현수 에드먼 선수의 외할머니 데보라 곽(80·한국명 정태후)씨는 “현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큰 부상 없어 꾸준하게 활약할 수 있도록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면서 “할머니의 바람대로 잘 성장해 준 손자가 자랑스럽기만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1960년대 고려대 상대를 졸업하고 미국계 은행인 체이스 맨해튼 뱅크 서울지점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곽씨는 수의사인 남편 곽민수씨(작고)와 어린 두 딸 경아, 현아와 함께 1977년 미국으로 이민 와 LA 인근 몬트레이팍에 자리를 잡았다. 한국에서의 은행 경력을 살려 LA에서도 구 가주외환은행(CKB)과 하나금융에서 론오피서로 오래 일했다.
동부 명문 대학인 윌리엄스 칼리지에서 공부하던 큰딸 경아씨는 같은 학교에 재학중인 존 에드먼을 만나 대학을 졸업하던 해에 결혼했다. 큰 외손자 조니에 이어 1995년 5월9일 둘째 외손자 토미가 태어나던 날 할머니 데보라 곽씨는 한국 이름 현수(賢秀)를 지어 주었다. 현명하고 빼어난 사람이 되라는 의미의 이름이었다. 그래서 토미의 법적 이름은 토머스 현수 에드먼(Thomas Hyunsu Edman)이 됐다.
“현수는 어렸을 때부터 리더십이 강했고, 친구들과의 관계가 좋았어요. 명문대를 나온 아빠와 엄마를 닮아 공부를 썩 잘했고 거기다 타고난 운동신경으로 야구 실력도 뛰어났었죠.”
손자가 스탠포드 대학을 나와 MLB 프로야구 선수의 길을 선택했을 때도 곽씨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자신이 원하는 일에 집중하고 노력할 줄 아는 현수를 믿었기 때문이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몽골 선교 중 현지에서 작고한 남편이 늠름하게 성장한 손자의 모습을 지켜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데보라 곽씨는 “지난해 한국 국가대표 선수로 WBC 대회에 참가했던 현수가 한국계로서의 자긍심을 깊게 느끼고 돌아온 것 같다”며 “현수가 좋은 머리와 훌륭한 리더십으로 한국계 최초의 MLB 감독이 될 수 있기를 기도하겠다”고 말했다.
<노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