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리화나 취한 미국인들 인구 15%·가주는 더 극심
▶ 한인 주민들 “냄새 고역…아이들 간접 영향 우려”
LA 한인타운 신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30대 정모씨는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다가 아랫집 베란다에서 피우는 마리화나 냄새를 참지 못하고 급하게 다시 문을 닫았다. 문을 닫아도 마리화나의 강한 냄새는 환기구와 배수구를 타고 집 안으로 조금씩 스며들었다. 작년 말 조씨가 임신 중이었을 때 이사 온 아랫집은 밤이고 낮이고 집에서 마리화나를 피워댔다.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여러 번 연락해 중재를 요구했지만, 캘리포니아에서 마리화나 흡연은 합법이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집에 있는 신생아가 걱정돼 창문 열기가 두렵다는 조씨는 진지하게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도처에 마리화나 사용자들이 늘어가면서 애꿎은 주변 주민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미 전체 인구의 15%에 해당하는 미국인들이 마리화나를 흡연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캘리포니아 등 서부 지역 흡연율은 더욱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파트와 주택가 골목 등 곳곳에서 시도때도 없이 피워대는 마리화나로 인해 불편을 호소하는 한인들도 늘어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2023~2024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15%가 마리화나를 피운다고 답했다. 이는 2021~2022년에 조사된 14%와 큰 차이는 없지만, 최근 몇 년간 미국 내 마리화나 흡연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갤럽은 미국인의 마리화나 흡연을 처음 조사하기 시작한 2013년, 응답자의 7%만이 마리화나 흡연을 한다고 답했던 것에 비해 현재 흡연자는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마리화나 흡연은 성별과 연령 및 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예를 들어 여성의 11%가 마리화나를 피운다고 답한 것에 비해, 남성은 17%가 피운다고 응답했다. 연령에 따라서는 55세 이상 시니어들은 10%가 마리화나를 피운다고 답했지만, 20~40대 성인은 18~19%의 흡연율을 보였다. 또한 대학 졸업자의 흡연율은 11%에 그쳤지만, 대학 학위가 없는 성인 17%가 마리화나를 피운다고 답했다.
민주당원의 경우 23%가 마리화나를 흡연한다고 답해, 10% 흡연율의 공화당원이나 14%의 흡연율을 보인 무당파보다 훨씬 높았다. 또한 지역적으로도 큰 차이를 보여 캘리포니아를 포함한 서부지역은 남부 11%, 중서부 16%, 동부 16%보다 높은 19%의 흡연율을 보였다.
마리화나를 피워본 경험에 대한 질문에 미국인들은 47%가 그렇다고 답했다. 갤럽에 따르면 이는 1969년 당시 4%에 불과했던 수치에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마리화나 경험 비율은 1977년에 24%, 1985년에 33%, 그리고 2015년에는 44%로 점진적으로 상승해 왔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지난 2016년 마리화나 합법화를 위한 발의안 64를 유권자 투표를 통해 통과시킨 후 세금 수입과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도 거두었지만, 마리화나 사용이 늘면서 호흡기 건강, 정신 건강, 고농도 제품과 관련된 위험성 등 공중 보건에 대한 우려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마리화나가 합법화된 다음해인 지난 2017년 캘리포니아주 보건개발계획사무국(OSHPD)은 마리화나로 인해 병원을 찾는 사람의 수는 6,887명으로 28% 증가했다고 발표하기도 했으며, 일부 연구는 마리화나 흡연과 정신과적 문제의 상관관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LA 한인타운 콘도 1층에 거주하고 있다는 신모씨는 “콘도 앞에 모여 마리화나를 피우는 젊은이들이 종종 있다”며 “아이가 마리화나 냄새를 맡으면 머리가 아프다고 해 여간 신경 쓰이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어 “마리화나 합법화를 딱히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리화나 간접흡연 문제에 대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