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 마지막 여행길 오른 우도환·이유미…무거운 소재에 코미디 한 스푼
“넌 평생 외롭게 살다가 길바닥에서 혼자 죽을 거야.”
시한부 판정을 받은 날, 해조(우도환 분)는 전 여자친구 조재미(이유미)가 헤어지면서 했던 말을 떠올린다. 두고두고 잊히지 않았던 그 저주 같았던 말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그는 마음이 다급해진다.
해조는 죽는 것을 바꿀 수 없다면, 적어도 외롭게 죽지는 않겠다고 결심한다. 평생을 진정한 가족 없이 살아왔지만, 친아버지의 정체라도 알고 죽자는 마음으로 그는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오른다.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앞둔 전 연인 재미와 함께.
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새 시리즈 ‘Mr. 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여자 조재미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심부름 업체를 운영하는 해조는 무엇이든 다 해준다는 뜻에서 해조라는 이름으로 불려 왔지만, 그의 본명은 따로 있다.
8살까지 자신을 사랑으로 키워줬던 부모가 어느 날 갑자기 친자가 아니었다며 그를 버리고 떠난 뒤로 해조는 끊임없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고민해왔고, 마땅한 답을 찾지 못했다.
재미도 해조와 마찬가지로 부모 없이 보육원에서 자랐다.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던 엄마의 사랑을 아이에게 넘치도록 퍼주는 것이 꿈이었는데, 스물여덟살에 조기 폐경 진단을 받으면서 인생이 무너진다.
여행길에 오른 둘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는 ‘친부 후보’들을 만난다. 겉으로는 화목해 보이지만 실상은 돈 때문에 서로를 물어뜯느라 바쁜 대가족, 영혼의 단짝을 떠나보낸 후 홀로 사는 일인가족 등을 가까이서 들여다보며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한다.
‘로드무비’ 형식을 빌린 이 작품은 목적지 없이 방랑하던 해조가 목적이 명확한 여행을 시작하면서 삶의 소중함을 깨달아가는 성장기이기도 하다.
잘못 태어난 인생이 원망스러웠던 해조에게 위안이 되는 존재가 바로 바닷속 미생물, 플랑크톤이다.
“먹이사슬의 맨 밑바닥, 바닷속의 가장 미천한 존재이지만, 온몸으로 빛을 내며 산소를 만들어내는 엄청난 존재가치가 있는” 플랑크톤처럼 아무리 보잘것없어 보이는 자신의 인생도 가치 있다는 것을 점차 깨달아가는 과정이 깊은 울림을 전한다.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극본을 맡은 조용 작가는 재치 있는 대사와 코믹한 장면들을 적재적소에 삽입하며 분위기를 환기한다.
결혼식 당일 눈앞에서 잃어버린 신부를 구해내기 위해 나선 순애보 신랑 ‘어흥'(오정세 분)과 해조에게 복수하기 위해 부하들과 총출동한 왕자파 두목 왕칠성(오대환) 등도 극에 긴장감을 더하며 무겁게 늘어지기 전에 분위기를 풀어낸다.
드라마는 총 10부작으로 만들어졌다. 주로 6∼8부작으로 만들어지는 요즘 넷플릭스 시리즈와 비교해 분량이 긴 편이지만, 전반적으로 유쾌한 소동극처럼 전개되다 보니 몰아서 보는 묘미가 있다.
다만, 해조가 무력으로 재미를 납치하고 여행길에 강제로 동행시키는 과정 등이 다소 폭력적으로 그려지다 보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해조와 재미의 잦은 욕설 사용도 일부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