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세 국어 표기법 묻는 문제도 등장…수학은 합성함수·미적 까다로워
▶ 두바이 초콜릿 유행 빗댄 듯한 사탐 ‘사회·문화’ 문제도…
14일 시행된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수험생을 당황하게 하는 이색 문제가 어김없이 등장했다.
교육계에 따르면 국어영역 공통과목인 독서에서는 10∼13번 지문인 ‘영상 생성을 위한 인공지능 확산 모델’에 ‘노이즈’라는 단어만 40번 이상 등장했다.
일례로 지문에는 “노이즈 예측기를 학습시킬 때는 노이즈 생성기에서 만들어 넣어 준 노이즈가 정답에 해당하며 이 노이즈와 예측된 노이즈 사이의 차이가 작아지도록 학습시킨다” 등 ‘노이즈’가 5번이나 나온 문장도 있다.
이를 두고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아파트’를 반복해 부르는 “로제 ‘아파트’가 생각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또 “‘노이즈’라는 말이 반복돼 읽다가 독해가 밀릴 수도 있다”는 염려 섞인 글도 올라왔다.
선택과목 ‘언어와 매체’ 44∼45번 지문은 고등학교 학생회가 연말 행사 기획용으로 제작한 팸플릿과 이와 관련된 온라인 채팅 화면이 지문으로 등장했다.
특히 45번은 학생회 학생들의 온라인 대화를 바탕으로 구성한 홈페이지 게시판 화면이 문제로 출제돼 눈길을 끌었다.
까다로운 문제도 눈에 띄었다.
국어 영역에서는 개항 이후 개화사상의 변화와 중국의 서양 과학과 기술 수용에 대한 여러 관점을 비교한 지문(공통 4∼9번)이 어려운 지문으로 평가됐다.
특히 각 글에서 등장하는 지식인들의 관점을 다시 한번 묻는 7번이 까다로운 문제로 꼽혔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7번은 각 관점에 대해 정확한 이해를 묻는 문제”라며 “확인해야 할 정보량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언어와 매체’ 첫 지문(35∼36번)에서는 중세 국어 ‘용비어천가’와 ‘석보상절’, ‘월인천강지곡’의 표기법을 묻는 문제가 나와 수험생들이 어려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선택과목 지문) 처음부터 중세 문법 파트가 나와 수험생들이 전체적으로 페이스 조절을 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언어와 매체 43번에서는 연결 및 종결 어미, 보조 용언, 조사 등에 관해 묻는 문법 문제가 출제됐다.
이에 대해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문법 지식을 묻는 원체 까다로운 문제”라고 평했다. 수학은 선택과목 ‘미적분’ 중 26∼30번이 까다로웠던 것으로 꼽힌다.
남 소장은 “한 번 더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로 나왔다”며 “풀이가 단순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합성함수의 미분과 그래프의 개형을 활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묻는 30번이 어려운 문항으로 꼽혔다.
이만기 유웨이교육평가연구소장은 “삼각함수 안에 삼각함수가 들어갔기 때문에 새로운 유형”이라며 “삼각함수 자체도 까다로운데 그걸 다시 응용해야 하므로 까다로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공통 20번도 까다로운 문항으로 꼽으면서 “해석해야 예전 유형으로 풀 수 있는 합성함수”라고 말했다.
최신 유행이나 뉴스를 반영한 문제도 있었다.
사회탐구 선택 과목 ‘사회·문화’ 1번에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국내 과일 재배 지도가 바뀐다는 내용의 신문 기사가 등장했다.
대표적인 사과 재배지가 경북에서 강원으로 바뀌고 2090년에는 고품질 사과 생산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우리나라는 실제로 지구 온난화로 인해 과수 재배 가능 지역이 점점 위쪽으로 북상하고 있는데 이런 트렌드를 반영한 문제로 읽힌다.
같은 과목 19번은 ‘A국 디저트 열풍’에 대한 갑, 을, 병 각각의 조사 내용이 게시판 형식으로 나와 있다.
이들은 “A국에서 유행하는 B국의 고급 초콜릿 디저트”, “전통 음식을 재해석한 복고풍 디저트” 등을 소개하면서 디저트의 문화 전파 경로를 설명한다.
이는 최근 SNS에서 유행하는 ‘두바이 초콜릿’ 등 외국 디저트가 유행하는 현상이 녹아든 문제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