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존 규제보다 체포·추방에 용이…실제 발동시 법적 분쟁 예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핵심 공약인 불법 이민자 대거 추방을 위해 226년 된 ‘적성국국민법'(Alien Enemies Act)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법의 제정 계기와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적성국국민법이 만들어진 것은 1798년이다.
미국에 16개 주밖에 없던 시절로, 프랑스와의 전쟁 가능성이 커지던 와중에 프랑스 편을 들 가능성이 있는 이민자들을 겨냥해 제정됐다.
미국과 외국 정부 사이에 전쟁이 선포됐을 때, 미국 영토에 대한 침공이나 약탈적 침입이 있을 때, 대통령이 이런 상황을 공개 선포할 때 등에 발동할 수 있게 돼 있다.
14세 이상으로 미국 시민이 아니면 이 법에 따라 구금하거나 추방할 수 있다.
이 법이 발동된 것은 1812년 전쟁과 1차·2차 세계대전 등 세 차례다. 당초 외국인 남성만 적용 대상이다가 1차 세계대전 때 독일에서 출생한 여성으로 확대됐다.
2차 대전 당시 이 법에 따라 일본인과 독일인, 이탈리아인 등이 3만명 넘게 구금된 것으로 전해졌다.
적성국국민법에 따라 구금되거나 추방될 경우 이민법원의 시스템을 거치지 않는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통상적으로는 이민법원 시스템을 통해 이민자들이 구제를 신청하는데, 보통 몇 년씩 걸리기 때문에 대규모 추방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서던캘리포니아대 법대의 장 란츠 라이저는 “이 지점에서 적성국국민법이 등장하는 것”이라며 “모든 절차를 우회하고 체포·추방을 쉽게 할 수단으로 트럼프가 이 법을 거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0월 유세에서 적성국국민법을 동원하려는 이유에 대해 “당국에 엄청난 권한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적성국국민법으로 구금·추방 대상이 된 이민자가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통상적 이민 규제에 따라 구금·추방된 사례와는 다르게 복잡하다고 CNN은 지적했다.
그러나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이 이 법을 발동해 이민자 대거 추방에 나설 경우 미국시민자유연맹(ACLU)을 비롯한 인권단체와 이민자단체 등이 불법적 조치라고 반발하며 법적 분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이 주로 추방 대상으로 거론하는 갱단과 카르텔이 적성국국민법상의 ‘외국 정부’에 해당하는지도 논란의 대상이라고 CNN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