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장익경의 마약은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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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전체 마약사범 2.8배 증가”

‘마약하는 마음, 마약파는 사회’외에 7권의 책을 쓴 저자 겸 의사인 양성관 현 의정부 백병원 가정의학과 과장 (현 국무조정실 마약 관련전문가로 참여 중. 마약퇴치본부 자문위원)에게 마약은 무엇이며 현재 우리나라 실정은 어떤지 들어본다.<편집자 주>

질문

한 때 마약 청정국이었던 한국에서 마약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뭘까요?

사실 그동안 운이 좋았습니다. 마약은 가난한 국가에서 생산되어 부유한 국가에 소비됩니다. 우리가 세계화와 인터넷 쇼핑으로 해외 직구를 하듯, 이제는 마약 또한 해외 직구를 통해 밀반입됩니다. 또한 마약 거래가 대면해서 한 손으로는 마약을 건네고, 한 손으로는 돈을 건네는 ‘손손 거래’였다면, 최근에는 비대면으로 연락은 다크웹이나 추적이 어려운 SNS 등으로 하고, 돈은 암호화폐나 가상계좌로 보내고, 마약은 택배나 약속된 장소에 보내고 찾아가는 ‘던지기’ 같은 비대면 거래로 바뀌면서 유통 과정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생겼습니다. 그러다 보니 더욱 쉽고 안전한 거래가 가능해지며 마약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2010년 이후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마약은 확산되고 있는 추세였는데, 마약을 막아준 건 역설적으로 코로나였습니다. 코로나 확산 억제를 위해 국경이 폐쇄되자, 일시적으로 마약 거래가 어려워진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 봉쇄가 풀리자, 마약도 같이 풀리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최근 미국, 태국 등 일부 국가에서 마리화나를 레저용으로 허용하게 되면서 국내에 유입되는 경우가 많아져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습니다.

질문

도대체 마약이란 뭡니까?

마약은 다양합니다. 사람들은 악마라는 뜻의 마(魔)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마취할 때 마(痲)입니다. 마취제인 것이죠. 실제로 마취제인 프로포폴, 미다졸람, 케타민 등은 모두 마약류에 속하여, 코카인도 원래는 국소 마취제입니다. 코로 가루를 마시면 엄청 아프고 따가운데, 코카인을 하면 통증이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면, 코카인을 잇몸에 넣고 마구 비비는 이유가 농도가 높을수록 마취가 잘 되기에 피부가 얼얼해집니다.

마약을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신에 영향을 끼치는 약물입니다. 마약은 효과에 따라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사람을 흥분 및 각성시킵니다. 흔히 업 계열이라고 합니다. 가슴이 쿵쾅거리고 힘이 넘치는 것 같고 잠이 오지 않으며 식욕 또한 줄어듭니다. 실제로 다이어트에 사용하는 나비약인 디에타민이 약한 업계열에 속합니다. 시험을 앞둔 것처럼 가슴이 뛰니, 식욕이 있을 리 없죠. 코카인이나 필로폰 등이 이 계열입니다.

두 번째는 사람을 진통, 진정시킵니다. 흔히 다운 계열이라고 합니다. 진통제로 사용되는 모르핀, 헤로인, 펜타닐과 진정 및 수면 마취제로 사용되는 각종 신경안정제와 수면제 그리고 마취제까지 모두 이 계열에 속합니다. 업계열이 로켓을 타고 하늘을 난다면, 다운계열은 중력이 사라져서 하늘을 난다고 생각하시면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끝으로 환각 계열입니다. 모든 마약이 부작용으로 환각을 일으킬 수 있지만, 처음부터 환각을 일으키는 마리화나나 LSD 등이 이에 속합니다. 환각 계열은 마치 꿈을 꾸는 것과 같습니다. 물론 그 꿈은 불쾌할 수도 있고, 유쾌할 수도 있습니다.

질문

다이어트약이나, 수면제, 프로포롤 등이 간혹 언론에 문제가 돼서 등장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약에 대한 원치 않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이미 마약 등에 중독된 이들이 병원을 돌아다니면서 특정 약을 처방해달라고 하는 경우입니다. 종종 외래에서 마주하게 됩니다. 의사가 처방하지 않는다고 해도, 끝까지 처방해달라며 난동을 피우기 때문에 의사로서도 매우 힘듭니다.

질문

환자로 가장한 마약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환자는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소수의 나쁜 환자와 다수의 아픈 환자입니다. 소수의 나쁜  환자, 약물 중독 환자는 어떻게든 약을 얻기 위해 약을 분실했다는 거짓말을 하거나, 심지어 다른 사람의 신분을 도용하기도 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2024년 5월 20일부터 병의원에서 신분증 확인을 의무화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청소년이나 자주 마약성 약물을 처방받는 환자에게는 경고창이 뜨거나, 별도의 처방 사유를 표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합니다.

질문

의사로서가 아니라 마약 전문가로서, 마약의 유통 과정 외에도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최근 10년간 전체 마약사범은 2.8배 증가하는 동안, 여자는 7.1배, 외국인은 8배, 10대는 무려 25.5배가 늘었습니다. 또한 과거에는 기존의 마약 중독자들을 중심으로 40대가 가장 많았다면, 최근에는 20~30대를 중심으로 마약 연령층이 급속도로 젊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마약 거래에 스마트 폰이 중심이 되면서, 10~30대가 쉽게 마약에 접근할 수 있게 된 영향이 가장 큽니다. 마약 중독은 치료가 어렵고 설령 치료한다 하더라도 재발이 어렵고, 동시에 마약 사범은 재범이 흔하다는 점에서 젊은 층의 마약 사범과 중독 환자가 늘어나는 점은 앞으로 마약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입니다.

질문

현재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한 마약 대책은 뭘까요?

마약은 암인 동시에 전염병입니다. 암과 같이 치료받지 않으면, 결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갑니다. 동시에 한 사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옆 사람에게도 번지는 점에서는 전염병과 같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 가장 먼저 마약 사범자에 대한 엄중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동시에 마약 중독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또 예방을 위한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합니다. 암에 걸려 치료하는 것보다 예방하는 것이 더 쉬운 것처럼 마약 또한 처벌하고 치료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교육이 가장 쉽고 중요합니다.

사람들이 마약을 처음 시작하는 계기는 대부분 지인 때문에 시작합니다. “좋은 거 있는데 너도 해 볼래?” ‘친구가 설마 나에게 나쁜 것을 권했겠어?’라며 대수롭지 않게 시작합니다. 때로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놀기 위해서 처음 하게 됩니다. 마치 우리가 처음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시는 것처럼 마약을 처음으로 접하게 됩니다. 마약은 매우 특별한 얼굴이 아니라 아주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은 꼭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장익경 시카고한국일보 한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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