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심부품, 美·英 등 서방업체 9곳서 제조…지난해 제품도 흘러들어가”
러시아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가 밝힌 가운데 이들 미사일을 제작하는 데 서방의 부품이 사용된 정황이 포착됐다.
23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우크라이나 군 당국자들을 인용해 올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약 60발의 KN-23(북한판 이스칸데르)를 발사했는데, 이들 미사일 잔해 속에서 서방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부품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CNN은 당국자들이 보여준 KN-23의 파편에서 미국과 유럽에서 제작됐거나 설계한 것이 명백해 보이는 전기회로망의 모습이 확인됐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비정부 기구인 독립반부패위원회(NAKO)는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 미사일에 사용되는 핵심 부품들이 미국, 네덜란드, 영국에 본사를 둔 기업을 포함해 서방의 제조업체 9곳에서 생산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KN-23과 KN-24(북한판 에이태큼스)의 일부 부품은 2023년께 생산됐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군사연구소장인 안드리이 쿨츠히츠키이는 CNN에 “미사일을 유도하고 비행하게 만드는 모든 것이 외국 부품”이라며 “유일하게 북한산인 건 빨리 녹슬고 부식되는 금속뿐”이라고 말했다.
무기 전문가들은 이들 부품이 어떻게 북한에 유입됐는지는 불분명하다면서도 중국이 연관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영국 무기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CAR)의 데미안 스플리터스는 추적에 성공한 일부 부품의 “마지막 관리자로 알려진 곳은 중국 회사들”라고 말했다. 이는 이들 회사가 부품 제조업체와 중개자에게서 부품을 구입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NAKO의 수석 연구원인 빅토리아 비스흐니우스카는 “부품 중 일부분은 중국에서 생산된 위조품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 제조업체는 북한 미사일에서 발견된 저가형 전자 부품이 위조품이란 증거를 NAKO에 제공했다고 CNN은 전했다.
제조업체가 아닌 중간 유통업체가 문제의 핵심일 수 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북한의 미사일에 들어간 전자 부품 대부분은 미국과 캐나다에 본사를 둔 5개의 주요 유통업체에 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CAR은 정책입안자들이 이들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에 더 큰 노력을 쏟을 것을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는 이들 부품이 이란과 러시아에도 전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우크라이나 국방정보 당국자는 CNN에 “러시아는 살상 무기와 정찰 드론의 모든 부분에 서방 부품을 사용한다”며 “공급 채널을 차단하기 위한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