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가(MAGA) 감별사’ 자처
▶ 행정부 후보 충성심 검증
▶ 국경·외교 분야에 관심
▶ 관직 맡을 계획은 없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사진·로이터)가 내년 1월20일 출범하는 행정부에 합류하지는 않으면서도 인선 등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막후 실세로 부상하고 있다.
28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주니어는 당선인의 자녀 중 그 누구보다 당선인 곁에 가까이 머물며 문지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부친이 마러라고 자택에서 행정부 인선에 집중한 최근 몇 주간 행정부에서 자리를 맡으려는 공직 후보들의 충성심을 검증하는 역할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후보의 외모와 메시지 전달력에 신경 쓰는 동안 트럼프 주니어는 후보들이 하는 말이 진심인지, 그들이 마가(MAGA) 질서에 위협이 되는지 확인하는 데 집중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트럼프의 선거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의미하는 마가는 트럼프를 따르는 공화당 강성 지지층을 지칭하며 미국 우선주의, 보호무역, 반(反)이민 등 트럼프의 철학을 실현하려는 정치 운동이기도 하다. NYT는 후보들이 트럼프 주니어의 지지를 받으려면 당선인의 정책 관점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가장 중요한 순혈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로는 패배한 2020년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거짓말’에 동조하고, 2021년 1월 6일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을 부추긴 당선인의 책임을 축소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주니어는 진정한 충신들이 트럼프를 계속 믿으면서 버티고, 민주당이 경제·사회 정책에서 전략적으로 치명적인 실수를 연이어 한 덕분에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믿는다고 최근 팟캐스트 인터뷰 등에서 밝혔다. 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을 법무부 장관에 지명했던 것도 충성심을 우선한 인선 방식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주니어가 운영하는 보수 성향 출판사의 사업 파트너인 세르히로 고어가 백악관 인사실장으로 발탁된 것도, 당선인이 J.D.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것도 마찬가지다.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트럼프 주니어는 적합한 자격이 없을 수 있는데도 (행정부에서) 한 자리를 맡기를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대통령과 트럼프주의를 보호하려고 하는 파수꾼이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주니어를 대변해 인터뷰할 허가를 받은 팟캐스트 찰리 커크는 “그는 어떤게 자신에게 특별히 중요하거나 부친의 최고 이익에 반하는 뭔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느낄 때만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주니어의 우군들에 따르면 그에게 가장 중요한 현안은 헌법 2조(총기 소유), 국경, 사생활, 외교 정책이다. 트럼프 주니어가 밴스 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지한 이유도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생각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그는 반 워크(woke) 운동을 열렬히 지지한다. 워크는 원래 인종·성차별 등 진보적 의제에 대한 각성을 의미했지만, 이후 미국 사회에서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반발이 일면서 현재는 진보적 가치와 정체성을 강요하는 행위라는 비판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트럼프 주니어는 행정부에서 자리를 맡을 계획은 없다. 그는 아버지의 정치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관련 사업을 통해 돈을 많이 벌었는데 포브스는 그의 자산가치를 약 5,000만 달러로 추산했다. 그가 운영하는 출판사는 당선인이 집필한 책 3권을 출간했으며, 그는 보수 성향의 플랫폼 럼블과 팟캐스트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는 벤처캐피탈회사 ‘1789 캐피털’에 파트너로 합류한다고 밝힌 바 있다.
NYT는 트럼프 주니어와 부친의 관계가 항상 가깝지는 않았다고 소개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첫째 부인 이바나 사이에 태어난 트럼프 주니어는 부친이 둘째 부인 말라 앤 메이플스와 불륜을 저지르고 이바나와 이혼하자 1년 동안 부친과 대화하지 않았다. 외할아버지에게 사냥과 낚시를 배운 트럼프 주니어는 해변 저택에서 호화 생활을 즐기는 부친과 달리 야외 활동을 선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