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너지 가격 낮추고 이민자도 줄일 수 있다’ 실리 취하라 요청
▶ ‘개표 조작’ 마두로도 화해 의지…트럼프 2기 강경파는 반대할 듯
미국 석유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상대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거래를 하라는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선 결과 조작을 이유로 마두로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했던 트럼프 1기 당시 정책을 포기하고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를 줄이고 값싼 석유를 들여올 수 있는’ 거래를 하라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로비는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을 자주 드나드는 에너지 재벌이자 공화당 큰손 기부자인 해리 사전트 3세와 같은 석유업계 사업가들과 채권 투자자들이 펼치고 있다.
서전트 3세가 설립한 플로리다주 에너지 ‘글로벌 오일 터미널즈’는 지난주 트럼프 당선인의 자택에서 불과 몇㎞ 떨어진 팜비치 항구에 수입 아스팔트를 들여왔는데, 베네수엘라산이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석유 제재를 가한 후 처음으로 베네수엘라산 아스팔트가 수입된 것이다. 조 바이든 현 행정부가 일부 미국 회사에 베네수엘라에서 사업을 재개하도록 허가를 내준 뒤 가능해진 일이었다.
이번 수입을 두고 회사 사장이자 창립자의 아들인 해리 서전트 4세는 “고품질의 저렴한 베네수엘라 아스팔트가 미국으로 다시 유입된 것이 미국 납세자에게 이익이 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재 하에서는 베네수엘라산 석유가 할인된 가격으로 중국으로 흘러가 중국 경제를 도왔다”면서 베네수엘라와 거래를 하면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적대국도 견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이 제재를 하는 동안 석유가 많이 나는 베네수엘라에서 입지를 굳혔다.
경제학자와 전직 외교관 중에서도 미국의 경제 제재가 마두로를 무너뜨리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석유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경제를 더욱 황폐화시켜 국민의 해외 이주를 심화시켰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존재한다.
마두로 대통령은 올해 7월 대선에도 출마해 승리를 선언했는데 바이든 정부는 개표 부정을 이유로 마두로를 당선자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마두로 대통령을 인정한다면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시키겠다는 미국의 정책 목표는 후순위로 밀려나게 된다.
베네수엘라 내부에서는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에 석유를 공급하게 된다면 불법 체류자를 추방하는 미국발 항공편을 수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강제 추방 항공편은 마두로 정권과 바이든 행정부 사이에 협상이 이뤄지다가 결렬됐는데, 성사된다면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주요 정책 목표 달성에도 도움이 된다.
마두로 대통령도 트럼프 2기와의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최근 TV 연설에서 “그(트럼프)의 첫 정부에서 트럼프 당선인과 관계가 좋지 않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작이니 윈-윈에 베팅해보자”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주요 인사의 면면을 볼 때 베네수엘라 정책이 전환될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WSJ은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마두로 대통령과 중남미의 다른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강력한 국제적 압박을 주장해 온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했다.
또 트럼프 2기 실세로 자리 잡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마두로 대통령의 낙선을 목적으로 베네수엘라 야당을 지원한 적이 있고, 마이크 월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도 최근에 베네수엘라 후임 정부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