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7차전 연장 접전 끝 역사적 승리
1승3패 벼랑 끝서 3연승…대역전 드라마
2일 새벽 수천명의 컵스팬들이 뤼글리필드 앞에 모여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축하하고 있다.
2세기에 걸친 기다림이 끝났다. 누구는 1년을 기다렸을 수도 있고 누구는 평생을 보냈을 수도 있다. 108년이든 71년이든 단 하루를 기다린 사람이든 역사적인 순간은 동시에 맞았다. 시카고 컵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지구상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프로야구 팀의 가장 오래된 우승 가뭄이 끝나는 날, 그 현장에 비가 내렸다.
정규 이닝을 채우고도 승부를 내지 못한 2016 월드시리즈 7차전. 6대6 동점 상황에서 9회말을 채우자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는 소나기가 내렸다. 컵스가 6대3으로 앞서다 8회말 6대6 동점을 허용하자 인디언스의 홈구장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기세는 그쪽으로 넘어가는 듯 했다. 비가 문제였다. 인디언스의 상승세를 비가 식혔다.
잠시 후 재개된 10회초 컵스는 2점을 추가했고 인디언스는 10회 말 공격에서 1점을 만회하는데 그쳤다. 인디언스의 마이클 마르티네스가 친 땅볼을 애디슨 러셀이 잡아 1루수 앤소니 리조에게 송구했고 글러브에 꽂히는 순간 리조는 그 볼을 바지 오른쪽 뒷주머니에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컵스의 108년 만의 우승이었다. 분명 비는 클리블랜드에 내렸는데 해갈은 시카고 컵스가 즐겼다.
장장 108년에 걸친 저주가 마침내 풀렸다. 2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벌어진 2016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 경기에서 컵스는 인디언스와 연장 10회말 마지막 아웃이 기록되는 순간까지 시종 숨을 돌릴 수 없게 만든, 믿어지지 않는 대접전 끝에 8-7로 승리했다. 이로써 컵스는 1승3패의 벼랑 끝에서 내리 3연승을 거두고 역사적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컵스의 카일 헨드릭스와 이번 시리즈에서 이미 2승을 따낸 인디언스의 에이스 코리 클루버가 선발로 나선 최종 7차전은 1점이 아쉬운 팽팽한 투수전이 예상됐으나 뚜껑을 열자마자 그 예상은 바로 뒤집혔다. 1회초 컵스의 선두타자 덱스터 파울러는 클루버를 상대로 4구만에 센터펜스를 넘어가는 큼지막한 솔로홈런을 터뜨려 기선을 제압했다. 컵스 타선은 지난 1차전과 4차전에서 클루버를 상대로 12이닝동안 단 1점밖에 뽑지 못했으나 그 두 경기에서 뽑은 점수를 이날은 첫 타자 만에 뽑아낸 것이었다.
반격에 나선 인디언스는 3회말 1점을 뽑아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선두 코코 크리스프가 2루타를 치고 나가자 희생번트에 이어 카를로스 산타나가 깔끔한 우전 적시타를 때리며 1-1을 만들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두 번째로 사흘만 쉬고 마운드에 오른 클로버는 1, 4차전에 비해 위력이 미치지 못했다. 4회초 컵스 공격에서 선두 브라이언트가 좌전안타로 출루한 뒤 클루버는 앤서니 리조를 몸 맞는 볼로 내보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 내야땅볼로 1사 1, 3루가 된 후 애디슨 러셀의 얕은 센터플라이 때 3루주자 브라이언트가 과감하게 홈으로 쇄도, 간발의 차로 세이프되면서 컵스는 2-1로 리드를 되찾았다.
여기서 컵스는 윌슨 콘트레라스의 우중간 2루타로 또 한 점을 보태 3-1로 달아났고 5회초엔 선두 하비 바예스가 솔로홈런을 터뜨려 클루버를 강판시킨데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인디언스의 불펜 에이스 앤드루 밀러를 상대로 브라이언트의 볼넷과 리조의 히트&런 2루타로 또 한 점을 보태 5-1로 리드를 벌렸다.
인디언스의 5회말 공격에서 2사 후 산타나가 볼넷으로 출루하자 컵스 벤치는 그때까지 단 63개의 공만 던지며 4안타로 호투하던 선발 헨드릭스를 내리고 1, 5차전 선발투수인 잔 레스터를 올렸는데 이것이 성급했다. 다음 타자 제이슨 킵니스가 내야땅볼 타구를 바뀐 캐처 데이빗 로스가 1루에 악송구하면서 주자 2, 3루가 됐고 이어 레스터의 폭투로 2, 3루 주자가 한꺼번에 홈에 들어오며 순식간에 5-3으로 간격이 좁혀졌다.
하지만 컵스는 바로 다음 이닝에서 로스가 밀러를 상대로 중월 솔로홈런을 때려 다시 6-3으로 리드를 벌렸고 이후 레스터가 8회 2사까지 추가 실점없이 막아냈다. 8회말 2사 후 호세 라미레스가 내야안타로 출루하자 조 매든 컵스 감독은 클로저 아롤디스 채프먼을 호출했다. 마지막 두 경기에서 합계 62개의 공을 던진 채프먼은 이미 배터리가 거의 빈 상태였다. 다음 타자 브랜드 가이어는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뜨려 라미레스를 홈에 불러들였다. 스코어는 6-4.
다음 타자 라제이 데이비스는 채프먼의 몸쪽 낮은 빠른 볼을 완벽히 끌어당겨 레프트펜스를 넘겨 버렸고 스코어는 6-6 동점이 됐다. 컵스팬들은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양팀 모두 9회에 득점에 실패하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갔고 경기장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17분간 경기가 중단됐다가 다시 재개됐다. 연장 10회초. 컵스 선두 카일 슈와버가 우전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1사후 리조의 고의사구로 만든 1사 1, 2루에서 벤 조브리스트가 좌익선상으로 빠지는 2루타를 때려 다시 컵스에 리드를 안겼다 이어 애디슨 러셀이 다시 고의사구로 나가 1사 만루 상황에서 미겔 몬테로가 좌전 적시타를 때려 리드를 8-6으로 벌렸다.
인디언스는 10회말 2사 후 브랜던 가이어가 볼넷을 골라 출루한 뒤 2루를 훔쳤고 8회말의 영웅 데이비스가 중전 적시타로 8-7을 만들었으나 다음타자 마이클 마르티네스가 3루땅볼로 물러나며 시즌은 끝났고 컵스팬들은 108년 만에 환호했다.<이승일∙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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