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NS·데이팅앱으로 현혹
▶ “급한 상황” 핑계 갈취
▶ AI로 감쪽같이 속이기도
▶ “온라인서 알게된 사람이 송금 요구하면 의심해야”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밸런타인스 데이를 앞두고 ‘로맨스 스캠’에 대한 주의보를 발령했다. 연애를 뜻하는 ‘로맨스’와 신용사기를 뜻하는 ‘스캠’의 합성어인 로맨스 스캠은 소셜미디어(SNS)나 데이팅 앱 등 온라인을 통해 돈을 갈취하는 신종사기 범죄로 미 전역에서 급증하고 있는 사기 수법이다.
로맨스 스캠은 이성적 관심을 이용해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은 뒤, 금전이나 신원 정보 등을 빼앗는 사기 수법이다. 사기범들은 종종 제3의 인물을 사칭해 소셜미디어나 데이팅 앱을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다. 몇 주에서 몇 달에 걸쳐 피해자와 관계를 형성하고 신뢰를 쌓은 뒤, 급박한 상황을 핑계로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사기를 친다.
특히 최근 온라인 데이팅 앱의 활성화로 로맨스 스캠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유발한 사기 유형 중 3위에 올랐다. FTC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로맨스 스캠으로 인한 피해액은 10억 달러를 초과했다. 그러나 로맨스 스캠의 특성상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 실제 피해 규모는 집계된 수치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FTC는 추산하고 있다.
AI의 발전도 새로운 문제를 낳고 있다. 사기범들은 AI를 이용해 점점 더 많은 피해자들을 표적으로 삼고, 피해자들의 순수한 마음을 범죄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3세의 프랑스 여성은 할리웃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를 사칭한 AI 딥페이크에 속아 85만 달러를 잃기도 했다. 사기범들은 AI를 사용해 8개월 동안 이미지, 음성 통화, 비디오, 심지어 가짜 소셜 미디어 계정까지 만들어 여성을 유혹했다. 그런가하면 샌디에고에 거주하는 67세 피해자는 AI를 이용해 키아누 리브스를 사칭한 사기범들에게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날리기도 했다.
로맨스 스캠의 가장 큰 문제는 사기범들을 체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금융 기관을 통한 자금 회수 또한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피해자들이 사기 사실을 인지했을 때 이미 상당한 시간과 자금이 소진된 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FTC는 온라인으로 만난 상대에 대해 경계하고 신원을 확인하며 위험 신호를 인식하는 것이 재정과 개인 정보를 보호하고, 안전하게 온라인 데이팅을 탐색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FTC는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이 돈을 요구한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돈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며 “돈뿐만 아니라 카드 정보, 기프트카드, 암호화폐 등을 이용하라는 제안을 받는 것도 같은 사기로 의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로맨스 스캠을 예방하기 위해 FTC는 몇 가지 경고를 내놓았다. 첫째, 대화 중 상대방이 너무 일찍 사랑을 속삭일 경우 의심을 가져야 한다. 둘째, 상대방의 배경과 직업, 개인 정보가 너무 완벽하거나 나에게 맞춤화 되어 있다면 그것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검증된 데이팅 사이트만 사용하고 온라인상에서 개인정보 공유와 노출은 신중하게 해야 한다. 대화 상대가 지속적으로 직접 만남을 거부할 경우 이는 위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시 사법 당국이나 FTC에 신고할 것을 당부했다.
<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