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선종, 시카고 한인 천주교계 애도 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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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화) 시카고 한국 순교자 천주교회(김두진 바오로 신부·사진 왼쪽)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연도를 거행하고, 신자들과 함께 교황의 영면을 위해 기도했다. 사진 제공: 시카고 한국 순교자 천주교회


“삶 전체를 주님과 교회에 헌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월 21일(현지시간), 향년 88세로 로마에서 선종했다. 교황청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날 오전 7시 35분,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소식에 전 세계 각계 각층에서는 깊은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시카고 지역 한인 가톨릭계와 교민 사회에서도 교황의 선종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연도·위령 기도회를 진행하는 등 추모와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의 이소라(소피아) 사무장은 “단톡방에서도 신자들이 교황님의 선종 소식을 듣자마자 많은 메세지들이 올라오며 함께 슬퍼하고 있다”며 “기도문을 올리는 분도 계시고, 애도와 추모의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카고 한국 순교자 천주교회는 4월 22일(화) 저녁 7시 30분 교황의 연도를 거행하고, 신자들과 함께 교황의 영면을 위해 기도했다.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에서도 23일(수) 오전 미사 후, 프란치스코 교황을 위해 연도를 드렸다. 시카고 성 김대건 성당은 오는 27일 주일 교중미사 이후, 위령기도회를 열고 추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제266대 교황으로 선출된 이후, 청빈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전 세계인의 존경을 받아왔다. 그는 가톨릭교회의 첫 남미 출신 교황으로, 전 세계 14억 가톨릭 신자를 이끌며 평화와 정의, 소외된 이들을 위한 사목 활동을 펼쳐온 그는 “삶 전체를 주님과 교회에 헌신한 이”로 평가받는다.
그는 사치스러운 관저 대신 공동 숙소에서 생활하고, 허름한 구두에 금 장신구 대신 철제 십자가를 착용하는 등 ‘서민 교황’으로 불렸다. 특히 평화와 정의, 환경 보호,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을 강조하며 진보적 개혁을 이끌었다.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그는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장남으로, 젊은 시절 공장에서 일하며 공부했던 경험을 통해 검소한 삶을 자연스레 체화했다. 주교와 추기경 시절에도 빈민촌을 돌며 마약과 폭력이 만연한 지역에서 헌신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비유럽권 출신으로는 1,282년 만에, 남미 대륙 출신으로는 처음 교황직에 올랐다. 이후 가톨릭교회의 쇄신을 위해 평신도의 목소리를 존중하고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포용을 강조했으며, 동성 커플에 대한 사제의 축복을 허용하는 등 진보적 개혁을 단행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폐렴으로 인해 지난 2월부터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장기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양쪽 폐에 폐렴 진단을 받고 산소 치료와 수혈을 받았지만, 3월 23일 퇴원 후 부활절을 앞두고 활동을 재개해 왔다. 그는 최근까지도 로마 교도소 방문과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의 비공개 면담을 하는 등 행보를 이어가던 중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선종 전날 그는 가자지구 휴전을 호소하는 부활절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교황의 장례는 생전 뜻에 따라 간소하게 치러진다. 그는 장식 없는 관에 묻히기를 원했고, 바티칸이 아닌 자신이 생전 자주 찾던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전에 안장된다. 이는 100여 년 만에 바티칸 외 장소에 안장되는 첫 사례다. 유언에는 무덤이 단순하고, 라틴어 교황명 ‘Franciscus’만 적히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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