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대전시 도룡동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실. 창 너머로 봄빛이 물결치고, 싱그러운 나무 잎새들이 바람결에 속삭이고 있었다. 맑은 햇살 아래 만난 이은학 원장은 부드러운 미소 뒤에 숨은 단단한 신념을 드러냈다.
그가 전하는 이야기는 한 도시의 비전 그 이상이었다. 대전이라는 이름에 담긴 가능성, 그리고 그것을 현실로 끌어당기는 사람들의 뜨거운 노력. 대전이 걸어가는 길은 한 사람의 개인적 신념과도 닮아 있었다. 과학과 문화, 데이터와 청년이 어우러진 미래. 이날의 대화는, 대전이라는 도시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편의 설계도였다.
대전, 과학과 문화가 만나는 창조도시
“대전은 과학을 기반으로 문화 콘텐츠 산업을 꽃피울 수 있는 도시입니다.”
이은학 원장은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대전은 오랫동안 ‘과학 도시’라는 별칭을 갖고 있었지만, 이제 그 위에 ‘문화’라는 날개를 달아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이 주도하는 대전 콘텐츠 산업의 3대 전략으로 특수영상, 웹툰, e스포츠 세 가지 분야를 꼽았다.
“특수영상은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전만의 독특한 강점이며, 웹툰은 젊은 창작자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분야입니다. 이스포츠는 전 세계 청년 세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역동적인 플랫폼이죠.”
특히 이은학 원장은 지역적 특성과 시민들의 역량이 콘텐츠 산업 성장의 든든한 토대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은 다양한 지역 출신 인구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포용적 도시입니다. 과학과 문화가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는 이 독특한 환경이야말로, 대전을 미래 콘텐츠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시키는 가장 큰 자산입니다.”
이어 그는 힘주어 말했다.
“우리는 문화를 활성화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산업 생태계를 탄탄히 구축해나갈 것입니다. 이를 통해 대전을 글로벌 경제 인류도시로 성장시키는 것이 우리 모두의 사명입니다.“
특수영상 클러스터와 웹툰, 대전의 새 심장
대전은 현재 1599억 원 규모의 거대한 특수영상 클러스터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지상 10층 규모의 건물에 80여 개 특수영상 전문 기업과 최첨단 스튜디오 4개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부지 개발이 아니라, 대전을 특수영상 산업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야심찬 계획이다.
“그동안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던 특수영상 산업을 대전으로 끌어오겠습니다.”
이은학 원장은 힘주어 말했다.
“대전은 과학기술과 연계된 특수영상 제작에 있어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도시입니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들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할 것입니다.“
웹툰 산업 역시 대전의 미래 성장 엔진 중 하나다.
현재 대전에는 대전대학교, 대덕대학교, 배재대학교, 우송정보대학 등 다섯 개 대학에 웹툰 관련 학과가 개설돼 있으며, 해마다 200명 이상의 웹툰 전공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다.
웹툰 IP 첨단 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대전 동구 중동 일대에서 본격화되었고, 이를 통해 웹툰 작가들의 창작 지원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인프라가 체계적으로 구축되고 있다.
“웹툰은 단순한 만화를 넘어,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산업의 뿌리가 되는 분야입니다.”
이은학 원장은 강조했다.
“대전은 웹툰을 통해 콘텐츠 산업 전반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대전을 웹툰의 성지로 만들겠다는 우리의 꿈은 이제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스포츠, 도시 브랜드를 이끄는 동력
대전이스포츠경기장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아레나형 구조를 갖춘 전용 경기장이다. 이는 일반 극장형과 달리, 모든 방향에서 경기를 생동감 있게 관람할 수 있어 선수와 관객 간 거리를 극적으로 좁힌다. 이 경기장은 가동률, 접근성, 선호도 등 모든 면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하며 대전의 새로운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이스포츠는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강력한 엔진입니다.”
이은학 원장은 웃으며 말했다.
“대전이스포츠경기장은 1년에 30회가 넘는 크고 작은 대회를 개최하며, 이미 세계 140개국에 대전 경기가 송출되고 있습니다.”
그 효과는 숫자로도 증명된다. 숙박, 식음료, 교통, 문화산업 등 지역 상권이 이스포츠 대회 개최 기간마다 눈에 띄게 활성화되고 있으며, 청년 세대의 문화 기반 형성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도시. 활력과 창의성, 그리고 경제적 파급효과를 동시에 이끌어내는 것. 그것이 바로 이스포츠가 만드는 도시 브랜드의 힘입니다.”
이은학 원장은 앞으로 이스포츠 산업을 대전 문화·경제 정책의 핵심 축으로 더 키워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AI와 데이터, 대전의 새로운 성장축
이은학 원장이 특히 강조한 분야는 AI와 데이터 기반 콘텐츠 산업이다.
“AI는 이제 콘텐츠 산업의 필수가 됐습니다. 대전은 이 분야에서도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대전은 현재 AI 기반 특수영상 제작 시스템, AI 웹툰 자동화 기술, 메타버스 연계형 콘텐츠 개발 등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또한 데이터 기반 지원 인프라를 확충해, 창작자와 기업들이 보다 정교하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21세기 산업의 쌀은 바로 데이터입니다. 데이터 없이는 콘텐츠도, AI도, 산업도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는 가명 정보 활용지원센터, 빅데이터 오픈넷, 국민 의료 AI 서비스 구축 등의 프로젝트를 통해 대전이 데이터 산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전은 데이터, AI, 콘텐츠를 결합해 글로벌 스마트 도시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은학 원장은 대전이 미래 첨단산업을 이끌 새로운 성장축을 확고히 다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어린 시절의 꿈, 대전의 미래를 열다
충남 서산의 한 작은 마을,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던 시절. 이은학 원장은 등잔불 아래에서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다. 당시 형편은 어려웠지만, 그는 여전히 성악가라는 꿈을 키웠다.
“가난했지만 마음만은 풍요로웠던 시절입니다. 음악과 책은 제게 세상을 꿈꾸게 해준 창이었습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생계를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건설 현장에서 일했고, 이후 죽기 살기로 공부해 행정직 공무원이 되었다. 33년 6개월 동안 공직에 몸담으며 도시 행정과 지역 발전에 헌신했다.
“사람은 어린 시절 품었던 꿈을 언젠가 현실로 만납니다. 꿈은 길을 잃지 않고 우리를 이끌어 줍니다.”
공직에서 행정을 했지만, 그는 다시 문화와 예술, 산업이 어우러진 세계로 발을 디뎠다.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으로서 그는 매일 새로운 도전을 즐기며 일하고 있다.
“이곳에서 매일 배우고 성장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꿈꾸었던 ‘창의의 세계’가 이제는 제 현실입니다.“
청년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콘텐츠
이은학 원장은 청년들을 위한 콘텐츠 산업 육성을 가장 중요한 사명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청년이 살아야 도시가 살아납니다. 콘텐츠 산업은 청년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강력한 힘입니다.”
이렇게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웹툰 아카데미, 영화 아카데미, 이스포츠 인재 육성 프로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청년 창작자들에게 실질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단순히 교육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학생들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또한 이은학 원장은 대전 내 여러 대학과 협약을 맺고, 진흥원의 시설과 프로그램을 개방했다. 이를 통해 지역 대학생들이 자유롭게 실습하고 창작 활동을 펼칠수 있는 기회를 넓혀가고 있다.
“대전의 청년들이 이곳에서 배우고 성장해 세계로 뻗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그들이 가진 가능성과 잠재력을 믿고, 우리는 계속 지원할 것입니다.”
ESG 경영, 조직의 철학을 바꾸다
2024년,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기관 경영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특히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을 모범적으로 실천한 기관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누구보다도 ESG를 잘 이해하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 조직입니다.”
이은학 원장은 인터뷰 내내 특히 이 신념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는 취임 초기부터 수평적 리더십, 투명 경영, 헌신적 조직 문화를 진흥원의 핵심 가치로 삼았다.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수평적 조직이 진정한 힘을 갖게 됩니다.”
이은학 원장은 또한 ESG 경영이 단순히 보고서 작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시민과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철학”이라고 말했다.
“조직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하고, 그 목적에 헌신하면 자연스럽게 신뢰와 힘이 따라옵니다.”
그는 ESG 경영이 단기 성과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조직의 건강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한다고 확신했다.
10년 후 대전, 세계를 향한 비상
이은학 원장은 10년 후 대전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과학, 데이터, 콘텐츠가 어우러진 글로벌 혁신 도시, 그게 바로 대전입니다.”
그는 대전이 바이오, 반도체, 국방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이미 전국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이스트, ETRI, 다양한 연구기관들이 대전에 있다는 것은 세계 어느 도시와 견주어도 강력한 경쟁력입니다.”
뿐만 아니라, AI와 데이터 기반 콘텐츠 산업이 융합되면서 대전은 새로운 경제 지도를 그리고 있다.
“단순한 행정 수도가 아니라, 지식과 혁신의 수도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이은학 원장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어린 시절 꿈을 빗대어 이렇게 말했다.
“어릴 적 등잔불 아래서 꿈꿨던 희망처럼, 지금 우리가 심는 작은 씨앗들은 머지않아 대전을 세계 속에서 가장 빛나는 도시로 키워낼 것입니다.”
그의 눈빛은 확신으로 빛나고 있었다.
작은 씨앗에서 거대한 숲으로
이은학 원장은 대전의 성장 스토리와 자신의 삶을 조용히 겹쳐 보였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등잔불 아래 품었던 작은 꿈이, 수십 년의 세월을 넘어 거대한 현실로 피어났다. 마찬가지로 지금 대전이 심고 있는 수많은 도전과 노력의 씨앗들도, 언젠가 세계를 뒤흔드는 거대한 숲으로 성장할 것임을 그는 굳게 믿고 있다.
“대전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과학, 문화, 데이터, 그리고 인재라는 풍요로운 자양분을 가진 도시입니다. 이제는 세계가 대전을 주목할 차례입니다.”
그의 희망은 공허한 약속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대전 곳곳에서 자라고 있었다. AI 기술과 창작자 생태계, 글로벌 이스포츠 산업, 그리고 청년 세대의 도전이 그 증거다. 오늘 우리가 심은 씨앗은 반드시 자라난다. 그리고 언젠가, 대전은 혁신과 창조의 숲이 되어 세계를 감동시킬 것이다. 그 미래는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지금 이곳 대전에서 시작되고 있다.

<이가희 시카고한국일보 한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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