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레이더 조 에코백에 이어… 팝마트 ‘라부부’품절 대란!
희귀 피규어에 열광, 새 시리즈 구매 위해 밤샘 줄서기
“오픈하자마자 끝났어요. 품절되기까지 몇 분도 안 걸렸어요.”
시카고 미시간 애비뉴에 위치한 팝마트(Pop Mart) 매장 직원의 말이다.
시카고에서도 ‘라부부’ 열풍이 거세다. 기자가 직접 매장(520 N. Michigan Avenue Space #210)을 찾았을 땐, 진열된 샘플 외엔 어떤 제품도 남아있지 않았다. 언제 새 물량이 들어올지도 알 수 없다는 말에, 결국 구경만 하고 매장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시카고 매장도 ‘완판 행진’
시카고에는 현재 두 곳의 팝마트 매장이 운영 중이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가장 ‘핫한’ 장난감은 단연 라부부(Labubu). 귀여운 듯 이상하고, 익살맞으면서도 어딘가 기묘한 이 인형은 출시와 동시에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주 선보인 새 시리즈 ‘빅 인투 에너지(Big Into Energy)’는 사랑, 희망, 행복 등 감정을 테마로 한 6종의 비닐 펜던트와 극소량의 ‘시크릿’ 피규어로 구성됐다. 가격은 27.99달러로 이전 시리즈보다 올랐지만, 시카고 매장에 입고된 200개는 몇 분 만에 동났다. 온라인샵에서의 구매도 쉽지 않다. 올라오면 몇 초 만에 매진이 될 정도.
원래 라부부는 홍콩 출신 아티스트인 카싱 룽(Kasing Lung)이 제작·디자인한 동화에 등장하던 조연 캐릭터였다. 큰 눈과 날카로운 이빨, 토끼 같은 귀에 짓궂은 미소를 띠고 있는 이 인형은 착한 마음씨를 지녔지만, 누군가를 도우려다 어설픈 실수를 저지르는 허당 면모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기묘한 귀여움’은 SNS를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K-pop 스타 ‘블랙핑크’의 리사가 지난해 캠핑복장을 한 라부부를 안고 찍은 사진이 널리 퍼지며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최근에도 리사는 신제품인 ‘핑크-옐로우 타이다이’ 버전을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소개하며 열기를 더했다. 실제 그녀의 영향으로 팝마트는 동남아 시장에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619% 급증해 약 2억 2,720만 달러를 기록했다.
팝마트는 중국 완구 브랜드로 그동안 일본 중심이던 디자이너 피규어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블라인드 박스 방식으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했다. 특히 ‘더 몬스터즈(The Monsters)’ 시리즈는 대표 인기 라인으로 지난해에만 30억 위안(약 3억 1,985만 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팝마트는 30개국 이상에서 45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2,300개의 로보숍(블라인드박스 자판기)도 운영하고 있다.
리셀가 3배… 수집욕 자극
이 열풍은 온라인 리셀 시장에서도 확인된다. 일부 희귀 피규어는 출시 직후 중고 거래 플랫폼 ‘스톡X(StockX)’에서 최대 90달러까지 치솟았으며, ‘시크릿’ 피규어는 72개 중 1개의 확률로만 나오는 만큼 수집가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매장 앞 줄서기는 이제 공식 이벤트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새벽부터 대기한 팬들의 영상이 줄을 잇는다. 어떤 팬은 “새벽 1시 반부터 줄 섰다”고 말했고, 어떤 이들은 “소장용, 선물용 모두 사고 싶다”며 열정을 드러냈다.
이런 요소들은 팬데믹 이후 ‘경험을 공유하는 소비’를 중시하게 된 미국 시장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결국 15달러짜리 피규어 하나가 수집 욕구와 자랑거리, 그리고 재판매 수익 가능성까지 갖춘 ‘21세기형 장난감’으로 거듭난 셈이다.
희소성과 대중성의 절묘한 균형
이쯤 되면 떠오르는 아이템이 하나 있다. 바로 트레이더 조(Trader Joe’s)의 에코백이다. 저렴한 가격과 한정 수량, SNS 인증 열풍, 그리고 실용성까지 더해지며 몇 년째 미국 여행 필수템으로 자리 잡은 바로 그 가방이다. 라부부와 트레이더 조 에코백은 언뜻 전혀 다른 물건 같지만, 사람들의 ‘가지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하는 공식은 놀라울 만큼 닮았다.
누구나 가질 수는 없지만, 누구나 갖고 싶어 하는 물건. 희소성과 대중성 사이의 절묘한 균형이 이 두 아이템을 ‘완판 신화’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소비는 이제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참여’이고 ‘자랑’이며, 때로는 ‘도전’이다.
다음 입고일조차 미지수인 지금, 라부부를 원한다면 줄 설 각오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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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5일 팝마트 신상 시리즈 구입을 위해 팬들이 새벽부터 대기하며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제공: 틱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