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공급 부족 속, 실수요자에겐 기회 될 수도…
“지금 집을 사도 괜찮을까?” 타주에서 시카고로 이사 온 주부 김혜진 씨는 최근 집을 구매하려는 결정을 내리기 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김 씨는 “주택 가격은 계속 오르고, 매물도 많이 없고, 마음에 드는 집은 경쟁이 치열하다”며 “모기지 금리도 높아 조금 더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지금이 기회일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택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현상
2025년 시카고 부동산 시장은 가격 상승과 공급 부족, 높은 금리라는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시카고 내 주택의 평균 판매 가격은 지난 1월 35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10.4% 상승했다. 이는 최근 3년간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으로, 전국 평균 상승률(4.8%)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가격이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2025년 초, 8주 동안 시카고 지역의 신규 매물 수는 전년 대비 2.7% 감소, 2월에는 6.5% 감소해 공급 부족이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리노이주 전체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2월 기준, 일리노이주의 주택 평균 판매 가격은 28만 6,800달러로 전년 대비 7.7% 상승했으며, 매물 수는 줄어 공급 부족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위축
시카고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 또한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보잉, 캐터필러, 시타델, 세일즈포스 등 주요 기업들이 시카고를 떠나며, 상업용 공실률은 16.2%로 증가했다.
베어드 앤 워너 부동산의 쥴리 신 대표는 “시카고 상업용 부동산은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라며 “재택근무의 확산, 높은 렌트비와 세금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얼마 전 보잉 빌딩을 지나며, 공실이 상당히 많은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며 “상업용 부동산의 위기는 지역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 불확실성은 부동산 시장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25년 4월 말 기준,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6.84%로 다소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매달 부담해야 하는 주택비가 늘어나면서 많은 예비 구매자가 집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
실수요자에겐 ‘기회’ 될 수 있는 시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실수요자들에게는 지금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쥴리 신 대표는 “3~4년 전과 비교해 모기지 금리가 크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거용 주택은 꾸준하게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글렌뷰, 노스브룩 등 학군이 우수한 지역의 경우, 수요는 많은 반면 공급이 줄고 있기에, 기다린다고 해서 가격이 내려간다는 보장이 없다”며 “내 집 마련을 고민하고 있다면 지금이 가장 빠른 시기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이프로퍼티스 부동산의 써니 김 대표 역시 “투자용 주택 구입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만, 실거주 목적이라면 다르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시카고 지역의 렌트비가 이미 많이 오른 상황이기 때문에, 예비 신혼부부나 첫 주택 마련을 계획 중인 이들은 망설이기보다 자신의 재정 상황에 맞는 구입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지금이 주택 구입을 진지하게 고려할 시기”라며 “불확실한 시장 속에서도 철저히 준비된 구매자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