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복음주의 신학 교육의 상징, 역사 속으로…
2026년부터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교로 이전
128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복음주의 신학의 중심, ‘트리니티 복음주의 신학교(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이하 TEDS)’가 결국 미국을 떠나 캐나다로 이전한다.
학교 측은 최근 공식 발표를 통해, 일리노이주 시카고 북부 배녹번(Bannockburn)에 위치한 TEDS가 트리니티 국제대학교(Trinity International University)에서 독립해 2026년 가을부터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위치한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교(Trinity Western University, 이하 TWU)에서 수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 내 신학교 캠퍼스를 정리하는 폐교 수순으로 해석된다.
학생 수 감소, 재정난 등 구조적 한계
TEDS는 1897년 설립된 이래, 1960년대부터 배녹번 캠퍼스를 중심으로 복음주의 신학 교육의 요람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등록 학생 수 감소, 재정난, 캠퍼스 유지 비용 증가 등의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며, 북미 복음주의 신학교육이 직면한 위기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학교 측은 지난달 TWU와의 공식 협약을 체결하고, 2025년 10월까지 매각 절차를 진행 후, 2025년 말까지 실사 및 행정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기존 배녹번 캠퍼스는 2025–2026학년도까지 운영하며, 2026년 가을학기부터는 TWU의 랭글리(Langley) 캠퍼스에서 수업을 시작한다.
TEDS는 “트리니티 웨스턴 대학교와의 협력을 통해 캐나다 복음자유교회(EFCC)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한편, 미국 복음자유교회(EFCA)와의 관계 및 신학적 정체성은 유지된다”고 밝혔다.
또한 현재 운영 중인 온라인 교육 과정은 지속되며, 목회학 석사(M.Div), 신학 석사(Th.M), 목회학 박사(D.Min), 철학박사(Ph.D) 등 대표 프로그램들도 유지된다. 다만 일부 과정은 시대 변화에 맞춰 개편될 예정으로, 관련 인증기관들과의 협의가 진행 중이다. 트리니티 로스쿨은 향후에도 TIU 내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졸업생들 “아쉬움과 우려 교차”
TEDS 1987년 졸업생인 강민호 은퇴 목사(에버그레이스교회)는 “TEDS가 시카고 지역을 떠난다는 소식에 많은 동문들이 아쉬움을 느끼고 있다”며 “복음주의 신학의 중심지가 미국에서 캐나다로 옮겨간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TEDS의 전성기에는 세계적인 교수진과 공동체 중심의 대면 수업이 강점이었지만, 지금은 그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며 “대면 신학교육의 깊이와 경험은 온라인 수업으로는 온전히 대체하기 어렵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국제사역자학교 아이솜(ISOM)의 한국 대표이자, 1980년대 TEDS에서 목회학(M.Div)과 실천신학 석사(Th.M)를 수학한 김진기 목사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목사는 “제가 재학 중이던 시기는 기독교와 신학교가 함께 왕성하게 성장하던 시기였다”며 “하지만 졸업 이후 학교가 점차 쇠퇴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시절에는 기독교 풋볼팀을 운영할 정도로 캠퍼스 내 활동이 활발했고, 학교만의 생동감 있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하지만 점차 학교의 고유한 정체성이 흐려지고, 저명한 교수들도 떠나면서 경쟁력을 잃어갔다”고 전했다.
또한 “사립학교 특성상 높은 학비 부담에 학생 수가 줄어들었고, 팬데믹 이후에는 재정 압박이 커지며 캠퍼스 부지 일부를 점차 매각하고,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생존을 위한 조치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미국 신학교의 구조적 위기… 새로운 모델 모색 절실
TEDS의 폐교 및 이전은 단순한 캠퍼스 이동을 넘어, 북미 신학교 전반이 직면한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해석된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 및 하이브리드 교육이 보편화되면서 전통적인 오프라인 중심의 신학교 운영 방식은 점차 한계를 드러냈고, 등록생 감소와 고정비용 부담은 다수 신학교가 직면한 공통된 위기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강민호 목사는 “세대가 바뀌었음에도 과거 교육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문제”라며, “교회와 신학교가 함께 협력해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신학 교육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기 목사도 “신학교와 교회, 그리고 신학자들이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함께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폐교가 아니라 신학 교육 전반의 침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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