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님, 오늘도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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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6일 시카고 다운타운의 베스트바이(Best Buy) 매장, 다양한 로봇청소기들이 진열돼 있었지만, 삼성이나 LG 등 한국산 제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사진 윤연주 기자

물걸레질부터 스팀 청소까지… AI 로봇청소기가 바꾼 살림 풍경

美 시장 장악한 中 저가 로봇청소기
韓 삼성·LG는 ‘프리미엄’ 전략

직장인 유한나 씨(35)는 퇴근 후 스마트폰을 열고 로봇청소기 앱을 켠다. 거실과 부엌, 화장실, 침실 등 청소 구역을 체크하고 시작 버튼만 누르면, 집안은 금세 말끔해진다. ‘이모님’이라는 애칭이 붙은 이 로봇청소기는 흡입은 물론 물걸레질과 먼지통 비움, 충전까지 스스로 해내는 똑똑한 조력자다. 가끔은 청소 중에 방문이 닫혀 스테이션으로 돌아갈 수 없다며 ‘해결해 달라’는 귀여운 알람도 보낸다. 침대와 가구 밑도 거침없이 들어가며, 바닥 재질에 따라 청소 방식을 바꾸는 똑소리 나는 일꾼이다.

한국에서는 결혼 준비 시 챙기는 대표적인 ‘이모님 3종 세트’ 가전으로 건조기와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가 꼽힌다. 북미에서는 건조기와 식기세척기가 이미 오래전부터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세탁 후 건조기를 돌리고, 식사 후 식기세척기에 접시를 넣는 일은 미국 가정의 일상적인 풍경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세 번째 ‘이모님’인 로봇청소기가 눈에 띄게 보급되고 있다. 바쁜 직장인, 반려동물 가구를 중심으로 위생적이고 자동화된 청소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2위의 로봇청소기 시장으로 2024년 기준 약 9억 7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글로벌 로봇청소기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90억 7천만 달러 규모로 2033년까지 연평균 17% 가까이 성장을 예상, 약 318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로봇청소기 시장의 주도권은 빠르게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4년 중국 로보락(Roborock)은 출하량 기준으로 미국 아이로봇(iRobot)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상위 5개 제조사 중 4곳(로보락, 에코백스, 샤오미, 드리미)이 중국 기업일 정도로 로봇청소기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300달러 이하의 저가 제품군에서는 이들의 점유율이 압도적이다.

기자가 5월 6일 시카고 다운타운의 베스트바이 매장을 찾았을 때, 다양한 로봇청소기 제품들이 진열됐지만, 삼성이나 LG 등 한국산 제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기술력과 품질 면에서 강점을 지닌 한국 브랜드들이 북미 시장 내 오프라인 유통망 확대 및 제품 노출 전략 측면에서 여전히 보완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한국 기업들은 ‘프리미엄 전략’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특히 ‘물걸레질은 필수’라는 한국식 청소 철학을 반영한 물걸레 로봇청소기에 AI 기술을 접목해, 한층 진화한 ‘살림 도우미’로 거듭나고 있다.

삼성의 ‘비스포크 제트 봇 콤보 AI’는 바닥 감지 기능을 통해 얼룩을 인식하면 물걸레를 스팀으로 데워 집중 청소를 한다. 카펫이나 나무 등 바닥 재질에 따라 청소 구역과 방식을 맞춤형으로 설정하고, 청소 후에는 고온수와 스팀으로 물걸레를 자동 세척·건조해 위생적인 관리까지 스스로 해낸다.

LG는 올해 상반기 ‘코드제로 올인원 타워 콤비’를 북미에 출시할 계획이다. 이 제품은 스틱형 진공청소기(A9X)와 로봇청소기(R5)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해 먼지통 자동 비움, 10,000Pa의 강력한 흡입력, 분당 180회 회전하는 물걸레, 360도 장애물 인식 기술 등 프리미엄 기능을 갖췄다.

로봇청소기는 이제 단순한 가전이 아니다. 바쁜 현대 가정의 ‘조용한 일꾼’, 전자 이모님은 오늘도 묵묵히 집안을 누비고 있다.

<윤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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