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토끼” 타고 “풍년가”로 떠나는 음악 여행

147

포크락 밴드 ‘엘레나 문 박 & 프렌즈’
라비니아 페스티벌서 6월 14일 공연

“라비니아는 대학 시절 여름 저녁을 즐기던 소중한 공간이에요. 관객으로서만 찾았던 무대였는데, 이번엔 연주자로 설 수 있어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티스트 엘레나 문 박(Elena Moon Park·사진)에게 시카고는 단순한 도시를 넘어, 특별한 의미를 지닌 곳이다.그녀는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공부하며 시카고, 에반스톤에 뿌리를 내렸고, 졸업 후에도 몇 년 동안 이곳에서 음악 활동을 이어갔다. 그녀에게 시카고는 “여전히 마음 깊이 애정하는 고향 같은 곳”이다.

그녀가 이끄는 ‘엘레나 문 박 & 프렌즈(Elena Moon Par and Friends)’가 6월 14일(금) 시카고 북부의 대표 여름 음악 축제인 ‘라비니아 페스티벌(Ravinia Festival) 무대’에 오른다.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의 동요와 전통 음악을 재해석한 공연을 선보이며, 모든 연령대가 즐길 수 있는 포크락(all-ages folk rock) 음악 여행으로 관객들을 초대한다.

이번 무대에서는 한국의 대표 동요인 ‘산토끼’와 풍년을 기원하는 전통 민요 ‘풍년가’가 울려 퍼질 예정이다. 이외에도 타이완, 일본,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다양한 문화권의 노래들이 소개된다. 어린이들은 율동을 따라 하며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어른들은 잔디밭에 앉아 편안히 감상할 수 있어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엘레나 문 박은 테네시주 오크리지(Oak Ridge) 출신으로 5살에 바이올린을 배우며 음악을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친구들과 자작곡을 만들고 밴드를 결성해 연주하며, 다양한 음악 경험을 쌓았다. 대학에서는 인류학과 민속음악학을 공부하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전하는 법’을 배웠고, 이후 뉴욕의 뉴스쿨(The New School)에서 도시정책 석사 과정을 마치며 사회적 시선도 함께 키워나갔다.

도시정책을 공부하던 중 올-에이지 포크락(All-ages folk rock) 밴드인 ‘댄 제인스 & 프렌즈(Dan Zanes and Friends)’에 합류하며 본격적으로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게 됐다. 그와의 인연을 통해 무대에서 한국 노래 ‘설날’을 부르게 되었고, 이후 아시아계 어린이 관객과 만나면서 자신의 뿌리인 한국 음악과 동아시아 문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당시 경험은 그녀의 음악 여정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엘레나 문 박 & 프렌즈(Elena Moon Park & Friends)’는 바로 그 경험에서 탄생한 밴드다. 현재는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민요와 동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곡들을 전 세계의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그녀는 카네기홀과 링컨센터, 멜버른 국제 예술제, 사우스뱅크 센터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공연했다. 또한 바이올린뿐 아니라 트럼펫, 만돌린, 하라나(멕시코 전통 기타), 스푼, 뮤지컬 쏘우(톱 악기) 등 다양한 악기를 자유롭게 연주하며 폭넓은 장르의 음악을 소화해내는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다.

2012년 첫 앨범인 ‘토끼의 날들과 만두(Rabbit Days and Dumplings)’를 통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전통 동요들을 새로운 감각으로 재해석하며 음악 여정을 본격화했다. 이어진 두 번째 앨범 ‘쉬엄쉬엄 여행길(Unhurried Journey)’은 자연과 우정의 소중함을 담아냈다.

현재는 세 번째 앨범 ‘평범한 것은 없어요(Nothing Is Ordinary)’ 작업에 한창이다.
그녀는 “다음 앨범은 ‘평범한 일상 속 특별함’을 주제로 하며, 올해 안에 발표될 예정”이라며 “함께 작업한 친구들과 만든 아름다운 뮤직비디오 두 편도 곧 공개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브루클린에 기반한 예술 단체인 ‘파운드 사운드 네이션(Found Sound Nation)’의 공동 예술감독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는 협업 음악 창작을 통해 문화적 장벽을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대표적으로는 미국 국무부와 협력해 만든 글로벌 음악 외교 프로그램 ‘원비트(OneBeat)’가 있다. 매년 전 세계의 젊은 뮤지션들이 미국에 모여 한 달간 창작과 공연, 지역사회 교류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음악을 통해 국경과 언어를 초월한 소통의 장을 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의 음악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마음, 자연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감수성, 그리고 자신의 뿌리에 대한 호기심”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한인 차세대에게는 “주변을 깊이 바라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따뜻한 조언도 덧붙였다.

엘레나 문 박 & 프렌즈 공연 예매: ravinia.org/events/detail/elena-moon-park-friends

<윤연주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
제보:224.283.8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