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 행정부 중동정책과 극명한 대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나흘간 사우디, 카타르,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하고 워싱턴DC로 돌아왔다.
외교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순방에서 경제적 이익과 사업거래가 외교 정책 비전의 핵심이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논평했다. 미 대통령은 이들 국가를 방문하여 미국내 기업들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수조 달러 규모의 투자 약속을 확보해냈다.
투자 약속의 실현 여부를 떠나 이번 순방은 미국의 대중동 관계에 있어 전략적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공화당과 민주당이 모두 수용했던 개입주의 외교 정책 접근법을 거부하면서 과거 미국 행정부와 뚜렷한 대조를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 컨퍼런스에서 트럼프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및 기타 지역에 대한 미국의 이전 외교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트럼프는 “결국 소위 ‘국가 건설자’들은 자신들이 건설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국가를 파괴했고, 개입주의자들은 자신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복잡한 사회에 개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야드와 아부다비의 눈부신 발전은 소위 국가 건설자, 네오콘, 자유주의 비영리단체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예루살렘 안보외교센터의 선임 연구원 달리아 지아다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보다 중동의 정치적 언어를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명의 미국 재계 CEO들과 동행하면서 이번 중동 순방이 경제적 목적에 있음을 강조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와 체결한 계약은 총 2조 달러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의 다양한 분야에 총 6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으며, 이 중 약 1420억 달러는 미국 방위산업체로부터 첨단 전투 장비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카타르는 약 2435억 달러의 거래사실을 발표했는데, 그 중 상당 부분이 카타르항공에 제트기를 공급하는 96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보잉에 돌아갔다. 방위 분야 기술 제공업체인 파슨스도 최대 970억 달러에 달하는 30건의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백악관은 “카타르와 체결한 계약이 최소 1조 2000억 달러 상당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에티하드항공이 보잉과 GE 에어로스페이스에 14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을 포함해 총 2천억 달러 이상의 상업적 거래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앞서 UAE는 향후 10년간 AI 인프라, 반도체, 에너지, 양자 컴퓨팅, 생명공학, 제조 분야를 대상으로 미국에 1조 4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약속한 바 있었다. UAE는 또한 미국 데이터 센터에 투자, 건설 또는 자금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모든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그는 사우디에서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신임 대통령을 만났다. 국제관계 전문가들은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해제가 시리아를 개방시키고 이란과 러시아의 역내 영향력에 대항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간주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중동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중동지역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이스라엘 정부와 다소 거리를 두는 듯한 입장을 취하기로 한 트럼프의 결정에 대해 친이스라엘 커뮤니티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순방에서 타결된 합의가 중동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미국의 입지 또한 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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