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하루 한 잔의 와인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 상식처럼 여겨졌지만, 이제는 그러한 믿음이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전문가들은 알코올이 담배, 석면과 같은 ‘1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심지어 가벼운 음주도 암 위험을 높인다고 밝혔다.
국제암연구소(IARC)에 따르면 알코올은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식도암, 대장암, 간암, 여성 유방암 등 최소 7가지 암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74만 건의 암 발병이 음주와 관련돼 있으며, 특히 유방암, 식도암, 간암과의 연관성이 가장 강하다.
그 원인은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과 그 대사산물인 아세트알데하이드. 이들은 DNA를 손상시키고 세포의 정상 복제 과정을 방해하며,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유발해 암을 촉진시킬 수 있다. WHO 유럽지역 알코올 정책 자문관 카리나 페레이라-보르헤스는 “모든 종류의 술에는 에탄올이 포함되어 있으며, 모두 건강에 해롭다”고 밝혔다.
가벼운 음주라도 안심할 수 없다. 연구에 따르면 하루 한 잔 미만의 음주도 유방암 위험을 높이며, 유럽연합에서는 2017년 기준으로 순수 알코올 섭취량이 하루 20g 이하인 사람들에서 약 2만 3천 건의 암이 발생했다. 이 중 3분의 1 이상은 하루 10g도 안 되는 ‘가벼운 음주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알코올과 암의 연관성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조사에 따르면 술이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주류 종류에 따라 30% 안팎에 불과했다.
보르헤스 자문관은 “담배처럼 술에도 경고 문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술병 라벨에 암 발병 위험성을 명확하게 표시해야 하며, 정부는 공중보건을 산업 이익보다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 전문가들의 교육도 중요하다. 보르헤스는 “의료인들이 환자에게 음주의 위험성을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논알콜’ 음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무가당 천연주스, 허브티, 탄산수, 생강맥주, 무알콜 와인이나 모히또 등 다양한 대체 음료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종양영양 전문의 에이미 브라가니니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며 “두통이나 수면 장애 없이도 맛있는 대체 음료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즐기는 음료로 크랜베리 탄산수, 무알콜 와인, 말차 티, 생강맥주 등을 꼽았다.
브라가니니는 음주 습관에서 벗어나기 위한 팁으로 술자리 대신 요가나 산책, 영화 관람 등 대체 활동을 찾을 것, 하루를 마무리할 때는 와인 대신 따뜻한 차나 명상 등으로 루틴을 바꿀 것 등을 제안했다.
음주 강요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결정을 지킬 수 있는 용기와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브라가니니 전문의는 “당신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건 그들의 문제일 뿐. 당신은 명확한 판단력과 건강을 선택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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