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갈등 격화되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6월 1일부터 유럽연합(EU)에 대해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선언하며 미-EU 간 무역 갈등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이 미국을 상대로 무역상 이익을 챙겨왔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통해 “유럽연합은 본래 미국을 무역에서 이용하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협상이 매우 어려운 상대였다”며 “그들과의 논의는 진전이 없으며, 이에 따라 6월 1일부터 50%의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조치는 미국 내에서 생산된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U는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을 포함해 총 27개국으로 구성돼 있으며, 미국과의 무역 협상은 현재 비공식적으로 진행 중이다. 폴란드 무역장관 미할 바라노프스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글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는 비공개로, 일부는 공개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공개 발언이 반드시 행정부의 실제 조치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에도 유럽연합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을 언급한 바 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은 미국에 관세를 부과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 관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이제는 이 상황을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미 대통령은 유럽에서 미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VAT) 역시 불공정한 요소라고 지적해왔다. 이에 따라 미국은 과거 EU 제품에 대해 20% 관세를 부과했으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도 추가 관세를 적용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협상 진전을 이유로 EU를 포함한 여러 국가에 대한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맞춰 EU도 미국에 대한 보복 조치를 일시 중단했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예고대로 6월 1일 발효될 경우, 유예기간은 단 53일 만에 끝나게 된다.
EU 측은 관세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왔다. 마로시 세프코비치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유럽의회에서 “우리는 공정하고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길 원한다”며 “미국이 협상 진전에 진정성을 보여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약하지 않다. 불공정한 합의를 받아들일 압력을 느끼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제네바에서 열린 회의에서 “스위스와 영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 우선 순위에 올랐으며, 유럽연합은 매우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베렌베르크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홀거 슈미딩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 대해 “무역 긴장의 중대한 고조”라고 평가했다.
미-EU 간 관세 전쟁이 다시 본격화될지 주목되고 있다.
<심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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