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했지만 학비 앞에서 ‘멈칫’? “아는 만큼 아낀다”

42

대학 진학 시즌, 학비 절감 위한 전략
지역 학비 교환 프로그램, FAFSA, 장학금 신청 등

“합격했지만 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시카고에 거주하는 앨리 김(가명, 18세) 양은 최근 타지역의 유명 대학으로부터 합격 통보를 받았지만, 기쁨보다는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합치면 연간 6만 달러가 넘기 때문이다. 일부 장학금이 제공되긴 했지만, 나머지는 학자금 대출로 충당해야 하나 고민이다. 앨리 양은 “집안 사정이 예전만 못해 학자금 대출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평생 짊어져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고 털어놓았다.

2025년 대학 진학 시즌을 앞두고, 학생들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어느 학교에 붙었는가’보다 ‘그 학교에 실제로 다닐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고민이 되고 있다. 등록금은 이제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무거운 결정의 기준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학비다. 대학에서 공시하는 등록금만 보고 판단하기보다는, 장학금과 보조금을 뺀 순 부담 비용(Net Price)이 진짜 지불해야 할 금액이다. 이를 확인하려면 각 대학에서 보내는 재정 지원 안내서를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총교육비, 예상 가족 부담금(EFC), 장학금, 대출 항목 등이 포함된 이 안내서를 통해 실질적인 재정 부담을 계산할 수 있다.

학비를 줄이는 현실적 전략

학비 부담이 커지면서, 비용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일부 명문 사립대학은 ‘무대출 정책(No-Loan Policy)’을 운영하고 있다. 스탠퍼드, 프린스턴, 컬럼비아 등 대학들이 이 정책을 시행 중이다. 시카고대학(University of Chicago)은 ‘노 배리어스(No Barriers)’ 프로그램을 통해, 학자금 대출 없이 장학금과 근로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충당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 정책을 제공하고 있다.
노스웨스턴대학(Northwestern University) 역시 무대출 원칙에 기반한 재정 지원 정책을 운영하고 있으며, 저소득 가정 학생들이 빚 없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일리노이대 어배나-샴페인 캠퍼스(UIUC)는 ‘일리노이 커밋먼트(Illinois Commitment)’라는 별도 프로그램을 통해 가정 소득이 일정 기준 이하인 주내 학생들에게 등록금과 필수 수수료를 면제해 주고 있다.

FAFSA와 장학금,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FAFSA(연방 학자금 보조 무료 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FAFSA를 통해 연방 학자금 대출, 근로 장학금, 펠 그랜트 등 다양한 정부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가능한 한 빨리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원금은 선착순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아 조기 신청이 더 많은 혜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5-2026학년도 FAFSA의 제출 마감일은 6월 30일이다.

사립대학은 표면적으로 학비가 비싸 보이지만, 성적이 우수하거나 특정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들에게는 오히려 더 많은 재정 지원을 제공하기도 한다. 일부 사립대학의 경우, 우수한 입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파격적인 장학금 제도를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장학금은 성적 중심의 장학금 외에도 재정적 필요, 지역사회 활동, 특정 관심사에 따라 다양하게 존재하므로, 관심 있는 분야에 맞춰 폭넓게 찾아보고 적극적으로 신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주지 내 공립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효과적인 선택이다. 예를 들어, 거주 지역의 주립대학에 입학할 경우 타주 학생보다 훨씬 낮은 등록금이 적용되며, 주정부의 다양한 학자금 지원 혜택(State Tuition Reciprocity Agreement)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일리노이주와 인접 지역 학교를 가게 될 경우, ‘지역 학비 교환 프로그램(Regional Exchange Program)’을 통해 타주 공립대학에 진학하면서도 등록금을 낮출 기회가 있다.

또한 부모나 형제 등 가족이 재학 중이거나 졸업한 대학에 지원하면 학비 할인 및 장학금 등 ‘레거시 장학금(Legacy Scholarships)’을 제공하는 대학도 있다.

대학 과목 선이수로 조기 졸업, 학비·생활비 절약

이 밖에도 학비를 절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대학 입학 전 영어, 수학, 외국어 등 기본 과목의 배치 시험을 보거나, AP나 IB 과정을 통해 고득점을 받으면 일부 수업이 면제되어 조기 졸업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등록금뿐 아니라 기숙사비와 생활비까지 절약할 수 있다.

또한 지역 커뮤니티 칼리지를 먼저 다닌 뒤, 2년 후 4년제 대학으로 편입하는 대안도 있다. 4년제 대학에 비해 학비가 저렴한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학점을 이수한 뒤, 4년제 명문 대학으로 편입하면 전체 학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대학 진학은 이제 단순히 꿈을 향한 도전이 아니라, 신중한 재정 계획이 동반되어야 하는 결정이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게 ‘어느 대학에 합격했는가’보다 ‘그 대학을 실제로 다닐 수 있는가’가 더욱 중요한 현실이 된 지금,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전략적 선택과 철저한 정보 수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윤연주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
제보:224.283.8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