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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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힘, 세계로 뻗어가는 소상공인의 미래를 묻다

대전 유성구 지족동으로 이전한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경

본지는 5월 29일 오후 2시, 대전 지족동으로 새롭게 둥지를 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접견실에서 박성효 이사장을 만났다. 소상공인을 위한 추경 예산부터 글로벌 진출 전략, 조직 혁신에 이르기까지, 공단이 추진하는 핵심 정책 전반을 두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인터뷰 말미, 박 이사장은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소상공인은 대한민국 경제의 뿌리입니다. 공단은 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 뛰는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대전 중구 대흥동을 떠나 지족동으로 이전한 공단의 새 청사는 단순한 주소 변경이 아닌, 조직의 철학적 진화를 상징한다. 외형부터 분위기까지, 변화는 명확했다. 오픈형으로 설계된 사무실은 칸막이를 없애고 탁 트인 공간을 강조했으며, 구성원 간의 자유로운 소통과 협업을 유도하는 설계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장면은 젊은 인력의 활약이다. 접견실에서 회의 공간, 중앙 복도까지 마주치는 직원 대부분이 젊고 에너지가 넘쳐보였다. 그들은 낯선 방문자에게도 환한 미소로 먼저 인사를 건네며, 공단이 지향하는 ‘열린 조직’, ‘사람 중심 행정’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체현하고 있었다.
조용하고 딱딱했던 과거의 공공기관 이미지 대신, 활기와 세련미가 가득한 이 공간의 중심에 선 이는 바로 박성효 이사장이다. 그는 2022년 7월 취임 이후 ‘정책은 현장에서 살아야 한다’는 철학 아래, 단순 지원기관을 넘어서 실질적인 성장 플랫폼으로서의 공단 체질 개선에 주력해왔다.

소상공인을 위한 추경 예산 중 소진공에 관련된 예산

박 이사장은 인터뷰 서두에서 “2025년 제1차 추가경정예산 중 약 3조 5,553억 원이 소상공인을 위해 편성됐다”며 “이는 추경 민생지원 예산 5.1조 원 중 약 70%에 해당하는 수치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산불 피해지역 지원을 위해 디지털상품권 환급과 지역 상권 회복을 위한 민간주도의 지역상권 활성화 지원이 포함되었고, 유동성 위기를 겪는 소상공인을 위한 고정비용(공과금, 보험료 등) 지원책인 ‘부담경감 크레딧’ 제도도 눈에 띈다.
“전통시장과 상점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한 ‘상생페이백’ 제도도 준비 중입니다. 카드 소비액의 20%를 디지털 상품권으로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소비 촉진’과 ‘매출 확대’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죠.” 박 이사장은 이 제도의 확대 시행을 통해 전통시장과 상점가의 활력 회복에 가속이 붙을 것이라 강조했다.

소상공인의 해외 진출

내수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소진공은 ‘국가대표 소상공인’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글로벌 무대로의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다. 박 이사장은 “베트남 하노이에 오프라인 상설매장 ‘두근두근’을 개장하며 K-소상공인의 저력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강한 소상공인 글로벌 진출 트랙’을 확대하고, 통해 뷰티 상설매장을 태국에 추가 개소 할 예정이고, 글로벌 쇼핑몰 입점을 지원 중입니다.” 박 이사장은 또한 관세청, KOTRA, 중진공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통관, 인증 등 실무 장벽 해소에도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소진공은 현장 밀착형 수출 지원을 위해 전담 인력을 양성하고, 지역본부와 연계한 상시 수출상담 인프라 구축을 통해 실질적 수출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 “소상공인의 수출은 더 이상 꿈이 아닙니다. 정부의 지원과 현장의 열정이 맞물릴 때, 우리는 글로벌 성공 스토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박 이사장의 이 말은 인터뷰의 무게를 더했다.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한 노력

“전통시장은 단순한 유통 공간이 아닙니다. 지역의 삶과 문화, 공동체가 살아 숨 쉬는 현장입니다.” 박 이사장은 온누리상품권의 활용 확대를 중심으로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설명했다.
올해 온누리상품권은 사상 최대 규모인 5조 5,000억 원 규모로 발행될 예정이다. 박 이사장은 “사용처 확대와 디지털 상품권의 편의성 개선을 통해 더욱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골목형 상점 600곳 이상 추가 발굴, 부정유통 감시 체계 강화, 통합 앱 구축 등은 사용자 중심의 실질적 개선책이다.
디지털 전환이 낯선 고령 상인을 위한 교육도 확대된다. “유통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만큼, 소상공인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입니다.” 또한 그는 상권육성전문가 자격증의 활용범위를 지방자치단체와 상권기관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소방본부, 노인인력개발원, 창의과학재단 등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안전한 시장 조성하고 어린이 전통시장 체험행사 확대도 추진 중이다. “동행축제, 지역 야시장과 연계한 차별화된 관광 상품 개발로 백화점과는 다른 전통시장의 매력을 살리고 있습니다.”

소상공인 재기 지원 등 사회 안전망 확보를 위한 정책

“경영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실패했다고 끝은 아닙니다.” 박 이사장은 소진공의 재기 지원 정책을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닌, ‘두 번째 기회를 위한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7월부터 시행 예정인 연 매출 3억 원 이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부담경감 크레딧’ 제도는 공과금, 보험료 등의 고정비를 지원해 경영 부담을 완화해준다. 또 배달·택배비 지원을 통해 소상공인의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희망리턴패키지를 통한 교육·자금·재창업 연계 지원이 병행된다.
“사회안전망이란 말 그대로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한 바닥’이어야 합니다.” 그는 자영업자 고용보험료 지원을 예로 들며, 폐업 이후 최대 80%까지 보험료를 지원하는 정책이 특히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단은 홈페이지 및 지역센터를 통해 경영위기 소상공인에게 상시 상담 및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힘든 상황에서도 상담을 받기만 해도 첫걸음이 시작된다”며 현장 방문을 적극 권했다.

현장 맞춤형 재편, 구조적 지원의 힘… 소상공인 정책의 다음 단계

소상공인 정책이 단기적 ‘지원’에서 장기적 ‘성장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예산 규모나 항목의 확대에 머무르지 않는다. 정책 실행의 핵심 축인 ‘자금’과 ‘현장 조직’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극명하게 달라진다.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이에 대해 “실제 돈이 돌고, 사람이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지 않으면 종이 위 정책에 불과하다”고 단호히 말했다.
“올해 정책자금 예산은 기존 3조 7,700억 원에서 추경 예산을 포함한 4조 2,700억 원으로 대폭 증액됐습니다. 이는 단순한 금융 지원이 아니라, 경제의 허리를 지키겠다는 의지입니다.”
박 이사장은 특히 정책자금이 단순히 ‘서류 처리’에서 끝나지 않도록, 시중은행과의 협력을 통해 신청부터 지급까지 절차를 간소화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과의 업무협약으로 비대면 서비스 기반의 대리대출 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며, 4월부터는 실제 실행 중이다.
민간 금융의 사각지대에 놓인 유망 소상공인을 위해서도 특별한 정책이 마련됐다. 대표적으로 ‘일시적 경영애로자금’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 일시적 위기로 경영 곤란을 겪는 업체를 폭넓게 지원하며, ‘대환대출 지원’은 고금리 보증부 대출까지 대환을 지원하고, 2년 거치 후 원금 상환 방식을 신설해 원금상환 부담을 완화해주고 있다.
또한, ‘상생성장지원자금’ 1,000억 원을 신규로 설치해 온라인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과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이제는 단순한 자금 수혈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들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국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재편을 통해 소상공인 지원 기능을 강화

현장 지원의 핵심은 ‘기동성’과 ‘조직 효율’이다. 박 이사장은 전국 단위의 지원센터 조직을 개편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동안 7개 광역 본부 체계로는 지역 밀착 지원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광역 시·도를 중심으로 12개 지역본부로 확대 재편했습니다.”
특히, 지역본부는 자치단체 및 유관기관과 협업의 주체로서 역할 및 기능을 확대하고, 지역센터는 정책자금 실행, 사후 관리, 현장형 컨설팅 등의 역할을 하게된다. 지원 수요가 적거나 교통 접근성이 낮은 곳은 사무소화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안도 병행 중이다.
“이제 정책의 무게 중심은 중앙에서 지역으로, 개념에서 실행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공단은 실행력을 갖춘 파트너로서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문제 해결자’가 되겠습니다.”

사람이 정책을 움직인다! 교육과 철학으로 다지는 지속가능한 내일

소상공인을 향한 정책이 효과를 내려면, 그 정책을 실행하는 사람부터 바뀌어야 한다. 박성효 이사장이 가장 강하게 믿는 것도 바로 이 ‘사람 중심’의 변화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조직의 혁신은 외부보다 내부에서 먼저 시작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정책의 디테일은 결국 사람이 만듭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어떤 설명을 하느냐에 따라 지원 효과는 천차만별이죠.”
박 이사장은 변화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직원 교육을 꼽았다. 지난해 첫 운영을 시작한 ‘자격증반’은 창업지도사, 신용분석사 등 실무 중심 자격 취득을 지원하며, 246명을 선발해 절반 이상인 128명이 이미 자격을 취득했다. 올해는 교육 범위를 넓혀 OA자격, 신용상담사 등 총 7종의 자격으로 확대됐으며, 1,200명 선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SEMAS AI 캠퍼스’ 운영이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에 대응해 공단 전 직원을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이 시작되었고, 이 교육은 단순 지식 전달이 아닌, 실제 업무에 적용 가능한 수준 높은 강의로 구성되어 있다.
“AI를 현장에 적용하려면 직원 스스로 ‘데이터로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그래서 대학과 협업해 교수진을 직접 모셨고, 교육 인프라도 따로 구축했죠.” 박 이사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절실함이 함께 묻어났다.
아울러 올해부터는 자격 취득과 AI 시험 결과에 따라 인사 혜택을 부여하는 평가제도도 도입하고자 한다. 우수사례를 선정해 전파하는 내부 성과 공유 문화도 병행해, 공단의 조직 문화를 한층 선진화 할 계획이다.

인터뷰의 마지막, 박 이사장은 책상 너머를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공단은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상인 여러분이 매출을 잘 올릴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최근 지속되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두고, “이분들이야말로 대한민국 서민경제의 뿌리”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회복과 도약을 돕는 것이 공단의 사명이자 자신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정책은 시스템이지만, 그 시작과 끝은 결국 사람이다. 박성효 이사장과의 대화는 행정의 언어 너머에 있는 ‘의지’와 ‘현장’의 결합을 느끼게 한다. 공단의 움직임이 단지 숫자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 골목 구석구석에서 진짜 변화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해본다.

박성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우)과 인터뷰를 마치고 본지 특파원(좌)이 공단 접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가희 시카고한국일보 한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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