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더의 힐링 책장] ‘어느 청년의 갈등’ 교회와 사회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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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금까지 교회 안에서는 모범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사회 생활을 시작한 후로는 갈등이 깊어져갑니다.
늘 주일을 지키고 봉사와 말씀 묵상에 충실하며 교회 안에서는 모범적인 신앙인의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마음속에 알 수 없는 갈등이 생겨났습니다.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시간은 늘 부족하고, 자격증 공부나 자기개발은 미뤄지기만 합니다. 비슷한 또래의 친구들이 빠르게 앞서 나가는 모습에 자신은 점점 뒤처지는 것 같고, 그 원인이 혹시 교회생활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교회생활이 우선일지, 아니면 사회생활을 위한 자기개발이 먼저인지, 두 갈래 길 앞에서 방향을 잃고 있는 듯한 마음입니다.

A. 톱니바퀴는 두 개가 맞물릴 때 비로소 움직입니다.
처음 맞물리는 톱니바퀴는 잘 돌아가지 않습니다. 서로 부딪히고, 쇳소리도 나고, 뭔가 어긋난 것 같아 불편합니다.
시간이 흐르며 모난 부분의 쇳가루는 떨어져 나갈 것이고, 기름칠을 통해 더 부드럽게 잘 움직여 갈 것입니다. 조금씩 맞춰가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제자리를 찾고, 함께 큰 기계를 움직이는 힘이 됩니다.
신앙생활과 사회생활도 이와 같습니다. 두 세계가 처음 만날 땐 충돌이 일어납니다.
교회는 거룩과 섬김을 말하고, 사회는 경쟁과 효율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양쪽을 다 감당하려고 할 때, 우리는 종종 지치고 혼란스러워집니다.
하지만 그 충돌 속에서 우리는 단단해집니다.
신앙이 현실 앞에서 깎여 나가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오히려 신앙이 더 깊이 뿌리내리게 됩니다.
회사에서 받은 상처를 가지고 예배에 나와 하나님 앞에 울고, 때로는 교회에서 받은 위로로 다시 일터에 나아가 하루를 버텨냅니다.
신앙과 삶이 하나로 맞물리는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내 안의 불필요한 자존심과 조급함, 비교의식 같은 것들이 조금씩 떨어져 나갑니다.
결국에는 ‘교회 다니는 나’와 ‘사회에서 일하는 나’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게 됩니다.
이 여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입니다.
무엇이 먼저냐보다, 무엇을 중심에 두고 살아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세상의 기준에 휘둘릴 때 우리는 쉽게 지치고 무너집니다.
하지만 삶의 중심이 하나님께 있을 때, 우리는 상황에 휩쓸리지 않고, 속사람은 날마다 새로워지고 깊어져 갑니다.
신앙은 나를 세상과 단절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도 빛나게 하기 위한 하나님의 선물입니다.
신앙은 우리를 뒤처지게 만드는 짐이 아니라, 우리를 더 단단하게, 더 성숙하게 성장시키는 뿌리입니다.
완벽한 균형을 이루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그 길을 걸어가다 보면, 신앙과 삶은 서로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우리를 더욱 의미 있는 길로 이끌어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당신은 어느새 ‘믿음으로 사회를 살아낸’ 아름다운 사람으로 서 있을 것입니다.

김정란(Esther)목사 / 시인
현) 서울 아가페교회 협동목사
전) 토론토 충신교회 협동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