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World Bank)이 글로벌 무역긴장 고조와 불확실성 증대로 인해 2025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보다 0.4%포인트 낮춘 2.3%로 수정했다. 이는 사실상 거의 모든 국가의 경제에 중대한 역풍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계은행은 4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Global Economic Prospects)’ 보고서를 통해 미국, 중국, 유럽은 물론 6개 신흥시장 권역을 포함한 전체 국가의 약 70%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에 들어가기 전 제시됐던 수치에서 대폭 낮아진 것이다.
미국의 실질 관세율은 3% 미만에서 10%대 중반까지 치솟으며 거의 100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의 보복 조치가 이어졌고, 세계은행은 이러한 흐름이 세계 성장 둔화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세계은행은 경기침체를 공식적으로 예측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은 2008년 금융위기 이래 비침체 시기 중 가장 낮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오는 2027년까지 세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평균 2.5%에 그쳐, 1960년대 이후 가장 느린 10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 증가율 역시 가파르게 둔화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내년 글로벌 무역 증가율이 1.8%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4년의 3.4%와 2000년대 평균치인 5.9%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번 전망은 5월 말까지 발효된 관세 기준을 반영한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4월에 발표했다가 7월 9일까지 연기한 추가 관세는 제외됐다.
물가 역시 상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세계은행은 2025년 세계 인플레이션율이 2.9%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웃도는 수치로, 관세 인상과 노동시장 긴축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전망 리스크는 명백히 하방에 치우쳐 있다”며 “미국이 평균 관세율을 현재보다 10%포인트 추가 인상하고, 다른 국가들이 이에 비례해 보복할 경우, 2025년 성장률은 또다시 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러한 무역장벽 격화는 하반기 세계 무역의 사실상 정지, 신뢰 붕괴, 불확실성 급등,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 가능성은 10% 미만으로 추정했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수석 부총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불확실성은 마치 활주로에 낀 짙은 안개와 같다. 투자 속도를 늦추고 전체 전망을 흐리게 만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무역 관련 대화의 증가와 공급망의 재구성이 긍정적 신호”라며, 2026년에는 무역 성장률이 2.4% 수준으로 소폭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AI)의 기술 발전 역시 중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이번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 전망이 “현저히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선진국 성장률은 2024년의 1.7%에서 내년 1.2%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은 특히 큰 폭으로 조정됐다. 내년 미국의 성장률은 기존 2.3%에서 0.9%포인트 낮아진 1.4%로 전망됐고, 2026년 역시 0.4%포인트 하향 조정돼 1.6%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무역장벽 상승, 사상 최고 수준의 불확실성, 금융시장 변동성 증가가 민간소비, 무역, 투자 모두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유로존의 성장률은 0.7%(0.3%p↓), 일본은 0.7%(0.5%p↓)로 각각 낮아졌다. 반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경우 내년 성장률은 3.8%로, 지난 1월 전망치(4.1%)에서 소폭 낮아졌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보고서는 특히 저소득국의 타격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을 제외한 개발도상국들은 2027년까지 팬데믹 이전 수준의 1인당 GDP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며, 2020년대의 경제 손실을 회복하는 데 20년 가까이 걸릴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는 내년 성장률 전망이 1.3%포인트 하락해 0.2%에 머물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경우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4.5%를 그대로 유지했다. 보고서는 “중국 정부가 여전히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여력이 충분해 경기 부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영재 기자>
[시카고 한인사회 선도언론 시카고 한국일보]
1038 S Milwaukee Ave Wheeling, IL 60090
제보:224.283.8200